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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Apr 02. 2024

#10 은퇴 아닌 퇴사 후 세계여행. 그 가능성은?

커리어 중 1년의 공백. 내 인생에 큰 영향일까.

“나 5년 10년 안에는 세계 여행 갈 거야”

2~3주 전 갑자기 세계여행에 꽂혀 남편과 예산도 알아보고 그랬더랬다. 몇 년 전 무턱대고 꿈처럼 얘기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야 ㅋㅋㅋ 최근 들은 얘기 중에 제일 철없는 얘기다 “

입사 동기의 한마디. (참고로 원래 서로를 가감 없이 까는 사이다)


“세계여행? 허허 엄마아빠 죽은 뒤에나 가겠지 “

아빠의 한마디. 역시 은퇴 후 퇴사여행만 염두에 둔 말이다.


“어? 조만간 하실 것 같은데요”

팀 막내의 한마디. 그녀도 세계여행이 꿈이란다.


#은퇴가 아닌 ‘퇴사’ 후 세계여행


생각해 보면 세계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준비 과정, 여행 중 이야기를 다루는 콘텐츠만 많았지, 여행을 다녀온 후의 모습에 대해 다루는 글이나 유튜브는 흔치 않았다. 생각보다 여행 후 다시 이전의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들이 많아서가 아닐까?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는 대체로 나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내 미래를 희망적으로 그리는 편이다. 변수와 실패를 걱정하기보다는 왠지 내가 하면 다 잘 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무턱 댄 자신감을 갖고 있다. 철이 없어서겠지?


이런 면에서 퇴사 후 세계여행은 내 인생을 뒤바꿀만한 빅 이슈는 아닌 것 같다. 내 커리어 중 잠시 1년 정도 공백을 갖고 세계여행 한번 다녀온다고 해서 내 남은 인생이 대폭 바뀌고 재취업이 어려워지고 커리어가 끊기고.. 거지가 될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퇴사하고 세계여행’이라 하면. 직업이 바뀌고(전직), 거취가 변하는 등 여행을 전후로 인생의 모습이 크게 바뀌는 것으로 자연스레 생각이 닿았다.


근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다. 인생이 바뀌기엔 1년은 너무나 짧고. 특히 사회적 소속감 없이 여행자로 사는 1년은 예외적이고 특수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그 후의 삶을 고민하고 준비하기엔 절대적 시간도, 환경도, 상황도 쉽지 않다는 거다.


그저 더 나이 들기 전 가장 젊고 즐길 수 있을 때 내 버킷 리스트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일 뿐. 가보지 않은 길이 항상 미련이 남는 법이거늘. 나중에 다 늙어서 “아 그때 1년 세계 여행 다녀온다고 인생 크게 안 변했을 텐데” 하고 미련 철철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은퇴도 아니고 전직도 아니고. 그저 인생 버킷리스트 이루겠다고 나이 30 초중반에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가고 싶다는 게 참 대책 없고 철 없고도 희망회로만 돌리려는 깜찍한(?) 발상이다. 그래도 어쩌겠어 내 인생이니 나라도 이런 꿈을 꿔야지. 정작 출근해서 현생을 살다 보면 또 잊힌다. 자주 입 밖으로 말하고 무턱대고 꿈을 꿔야 조금이라도 닿을 듯 가까워질 테니.


- 화요일 출근길 꽉 찬 지하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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