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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Apr 26. 2024

#12 회사원이 캠핑하는 이유

on&off의 확실한 경계

캠핑을 시작한 지 약 1년이 됐다.


지난 1년 간 텐트 3개가 생겼고, 꽤 그럴듯한 장비들을 갖추게 됐으며, 국내 풍경 좋은 지역들을 많이 알게 돼 20여 곳이 넘는 캠핑장에 들렀다.


몸을 크게 움직이는 활동적인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우리가 과연 캠핑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서울을 벗어나 텅 빈 자연 속에서 일상의 on&off를 확실히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큰 위안이 됐다.


내 직무는 외근이 많긴 해도 월화수목금 서울 지하철 출퇴근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사무실에 장시간 앉아 있는 시간이 가끔 신물이 날 때가 있다. 몸이 뒤틀리는 거다.


그럴 때마다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서울을 벗어나 호수로, 산으로, 바다로, 온갖 자연으로 달려가 들판에 우리만의 작은 집을 짓고 자연 멍을 때리고 있다 보면 이루 말로 설명 못 할 해방감과 속 시원한 마음이 든다.


조금 멀더라도 풍경 좋은 캠핑장만 찾아다니는 이유다.



허허벌판 야외에서 내가 하룻밤을 자야 할 안전한 집을 직접 짓는다는 건 아주 귀찮고도 번거로운 일이다. 자칫하면 죽음과 직결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들도 많아 하나하나 체크해야 한다. 편한 집 놔두고 왜 굳이 그런 선택을 하나 싶겠지만. 내 작은 집을 짓고 하룻밤을 온전히 잘 즐긴 뒤 다음날 눈을 떴을 때 바로 마주하는 날 것의 자연의 풍경은 분명하게 확실한 행복감을 안겨다 준다. 텐트를 치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오는 소소한 성취감도 있다.


그동안 아예 모르고 살던 새로운 분야의 깊은 세계를 알게 된 것도 흥미롭다. 국내 캠핑 인구가 어느덧 700만 규모에 관련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는데 이 신세계에 발을 살짝 들이고 맛을 보니 정말 무궁무진한 시장인 거다. 몰라서 못 가봤던 우리나라의 수많은 근사한 뷰, 캠핑장비부터 캠핑장, 패션, 라이프스타일, F&B, 콘텐츠 등 셀 수 없는 다양한 업의 규모까지.


나열하고 보니 안 할 이유가 한 개도 없는 이 멋진 취미에 온전히 푹 빠져 즐길 수 있게 돼 행복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근사한 캠핑의 순간들을 많이 겪을지. 지금 내 삶을 한층 더 윤택하게 해주고 있는 이 자연과의 교감의 순간들을 더 소중히 갈고 닦아야지. 자연에서 치유받고 자연에서 얻은 에너지를 갖고 다시 치열한 서울의 일상으로 간다.


서울 근교 캠핑장에서 볼 수 있는 선명한 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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