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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Jul 04. 2023

소나무 길이 아름다웠던 그 길에섯 다시 만나요

메밀과 팥 그리고 목련 (가제) 

https://www.youtube.com/watch?v=O-FyxoCXz4Y&ab_channel=SonySoundtracksVEVO

지난 8월, 세상의 색감과 질감이 전부 달라진 것을 느꼈다. 촉감, 청각, 후각 그 어느 것도 이전과 같지 않았다. 눈부신 여름 절망을 묻었다. 우리는 스스로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별을 앞두고 우리는 서로에게 질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약속이나 기다림에 관한 말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우리는 자기 앞에 주어진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걷자는 말을 눈물 속에서 주고받았다. 누군가가 말했던 가 세상의 절반은 슬픔이라고. 그 말이 옳았다. 돌이켜보면 내 삶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들과 슬펐던 순간들은 늘 같은 무게로 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물루와 함께 장난치며 아기처럼 웃던 그녀의 웃음소리는 이젠 들을 수 없다. 다만 그녀의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성취와 즐거움에 만족하며 살기를 바랄 뿐이다.      


며칠 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우리 삶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들은 언제일까라는 질문에 나는 고민에 빠졌다. 어릴 적 우리 집이 행복했을 때? 아니면 긴 머리 휘날리며 모래바람을 뚫고 세상의 끝을 찾아 오토바이를 탔을 때? 나는 주저 없이 그녀와 만났던 약 1년간의 시간이라고 대답했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수많은 열린 문 속 어딘가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는 것을 찾고 싶다. 그때가 언제일까. 나는 기다린다.      


만약 그 친구를 우연히 마주친다면 무의식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애틋함이 쌓여 마치 용암처럼, 1mg의 눈물 한 방울로 응축되어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나올 것 같다.      


며칠 전 꿈에서 나온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소나무길이 아름다웠던 그 선정릉 산책길에서 만납시다.
바람이 되어 소나무 잎들을 간지럽히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곧 비는 그치고 따뜻한 빛이 비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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