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도, 사람도 조금 상처난 사람이 향기롭더라
♧ 파찌 감홍시 ♧
칠원 오일장 장마닥 한켠,
엄니는 잘 익은 배감 홍시를
쭈욱 진설해 놓았다.
젊은 새댁이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가
사지도 않고 그냥 일어선다.
“점심 굶은 우리 막냉이
국수 사먹이게 쫌 사 주이소.
파찌 더 드릴게…”
엄니가 사정을 하는데도
새댁은 쌩 가 버리고.
늦게 낳은 열 살 아들을
무참해서 바라보다가
“막냉이야, 배 고플낀데
감홍시라도 먹을래?”
“지는 괜찮습니더.
어무이나 잡수이소.”
엄니는 파찌 감홍시 하나를
네 조각으로 나누고는
한 조각만 드신 뒤
세 조각은 내 입에 쏙 쏙 넣어준다.
“몰라서 그렇지,
조금 상처 난 파찌 감홍시가 더 맛있단다.
사람도 그렇단다.
조금 부족한 사람이
그 만큼 정이 깊더라.”
내 입가에 묻은 감홍시 자국을
엄니는 거친 손바닥으로
쓰윽 닦아준다.
그 손에서
감홍시 향이 났다.
파찌를 베어 문 그때 그 순간,
나도 향기로와졌다.
더 달콤해졌나 보다.
♧ 시작노트
그저께 사돈은 텃밭에서 딴 대봉감을 가져왔습니다. 말랑한 감은 홍시로 만들고, 딱딱한 감은 말려서 감말ㅈ랭이로 먹을 생각입니다. 감을 따다가 상처가 나면 파찌감이라고 팔지를 못합니다. 못난이 감자도 상품에 들지 못하는 파찌입니다.
파찌과일은 향기가 짙어서 벌이나 등애 등이 꼬입니다. 상처를 상쇄하기 위해 달콤한 물질이 생기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밀감도, 바나나도 조금 말링해진 과육이 당도도 높고 향도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엄니의 말씀처럼 조금 부족한 사람(신체나 마음)이 더 향기롭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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