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 시절, BCG 에서 더 열심히 일하게 해준 가장 큰 원동력은 '더 잘해서 더 빨리 승진(성장)하고, 그래서 더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찐 인정하는 공간에서, 더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한 시간을 더 하고 하루를 더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특정 시점부터, 더 평가를 잘 받아서 더 빠르게 승진하고 싶은 마음과 노력이, 나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기 보다는 덜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가를 의식하고 평가에 집착할 수록, 내가 나다워진다기 보다는, 내가 평가를 잘받는 사람으로 engineering 된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데 평가를 잘 받는 사람이 과연 진짜 value 를 세상과 client 에게 제공하는 사람일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것 같다. 참고로, 평가-승진-보상이 사람을 평범하게 만든다는 것 보다는, 이를 지나치게 의식했던 나의 문제였으리라 생각한다.
창업을 한 이유는, 그 굴레에서 벗이나, 진짜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내가 미처 인지하고 있지 못했을 뿐이지... 이미 삶을 관통하고 있었던 문제에 대해, 온 마음 온 시간 온 역량을 다 바쳐서 한 번 제대로 풀어내보고 싶다는 마음이 '교육' '제대로 학습' '참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Ringle 창업에의 도전을 만들어 냈던 것 같다. 창업하면 진짜 유저에게 value 를 제공하지 못하면 서비스 자체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에게 특정 frame 기반으로 잘하고 못하고를 평가하는 전형적인 평가 체계에서 벗어나, 진짜 평가를 받는 느낌이어서... 정말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많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유저 분들께는 항상 죄송한 마음이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생각이 가장 많다) 그래서 더 좋았던 듯하다.
살짝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친구들이 'Ringle 이후 커리어'를 물어볼 때면, 'Ringle 이후 커리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면, 나는 BCG 에 돌아가서 2년 정도 일해보고 싶어. 그 때는 과거의 나처럼 더 좋은 내부 평가를 받아서 더 빨리 승진하기 위해 (더 많은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노력한다기 보다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고 배운 것을 총 동원해서 client 에게 진짜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때로는 1:1 챗을 통해, 때로는 전사 발표를 통해 맥락에 맞게 진심을 다해 전달하며 찐 성장에 기여해보고 싶어. 평가로부터는 자유롭게, 일의 의미로부터는 완전 종속되게 일해보고 싶음. 내가 나의 한계 때문에 그렇게 일해보지는 못했던 나의 친정에서, 그렇게 일을 한 번이라도 해보며 '내가 10~15년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해보고도 싶은 마음이 있네!'
때로는 평가 보상이라는 frame에서 살짝 벗어나, 진짜 value 를 바라보며 일을 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다른 사람의 평가 보다는 내가 원하는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할 수 있을 때, 더 즐기며 일할 수 있는 stage 에 접어들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그렇게 즐기며 일할 수 있을 때, 결과적으로 더 좋은 평가를 내부에서도 & 외부에서도 받을 수 있는 것 아닌지 싶다.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때, 진짜 좋은 평가가 찾아오는 것이.. 평가의 본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쪼록, 주니어일 때에는 평가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어느정도 인정을 받았을 때에는 평가 보다는 본연의 일의 가치/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며 살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