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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로 Dec 13. 2023

"내가 병신 새끼를 낳아 키웠다?"

분명히 들었다지만, 발화자의 부정 속에서 진실을 알 수 없는 진실

나는 시험 출제 때문에 정신 없는 와중에도 결혼식 준비하느라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문득 우리를 떠난 아기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다.

남자친구는 여전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예비 시어머니 생신이 화요일이었고 우리의 본식 드레스 셀렉하는 날이 금요일이었다. 

친정 엄마와 남자친구와 함께 셋이 드레스 샵에 가서 셀렉을 하곤 같이 저녁을 먹었고

남자친구는 일이 많아 다시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해야 했다. 

밤 11시 남짓 되어서야 퇴근한다고 연락이 와서 전화를 했더니 또 죽을 거 같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무슨 일 있어? 목소리 왜 그래?"

"아니야 아무 것도..."

"아무 일 없는 목소리가 아닌데? 무슨 일인데...?"

"...... 아까 장모님이랑 같이 저녁 먹으면서 어머니 생각이 나 전화드렸거든... 식사는 하셨냐고... 그랬더니... 여자한테 미쳐서 엄마 생각은 나냐며, 자식 잘못 키우셨다고 하셨어..."

"뭐? 지금까지 오빠 삶과 미래 다 포기하고 가족들 챙기고 살아왔고, 부모님 생신에는 연차쓰면서 챙겨드리고, 주말에는 밥도 차려드리고... 그렇게 살아온 오빠한테... 자식 잘못키우셨다고 하셨다고? 오빠 결혼할 때까지 우리 집 와서 지내자.(우리 부모님은 아버지 퇴직 후 경기도 쪽으로 귀농을 하셨고, 엄마는 모임 및 병원 등으로 볼 일 있으실 때 서울을 오셨는데 자주 오셨기에 주무시고 가시기도 했다. 그 시기엔 엄마가 시골로 내려가신 때였다.)"


그렇게 남자친구는 우리 집으로 왔다. 

정말 세상을 잃을 듯한 표정에, 온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이 어깨가 축 쳐진 상태였다. 


"너무하시다... 자식 잘못 키웠다니..."

"사실... 아까 너한테 너무 창피해서 내가 완곡하게 돌려 표현한 건데... 병신새끼를 낳아 키우셨다며 화내시고 전화 끊으셨어..."

"뭐...?"


내가 직접 통화를 한 건 건아니었지만...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없었다. 

아니, 자기 자식 죽고난 후에 돈 타령한 엄마 안부가 궁금해서 전화를 한 남자친구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거기다 대고 병신새끼를 낳아 키웠다고 말하는 엄마가 정상인건가?


훗날 결혼 후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을 시어머니께 한 적이 있는데

곧죽어도 자기는 그렇게 말 한적 없다며

아들에게 "남자 새끼가 입이 싸다."면서 화를 내시더라.


남편은 분명하게 들었던 메시지인데

발화자의 부정으로 인해 알 수 없는 진실로 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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