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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순 May 29. 2019

아이들은 나를 지키는 천사

천사와 함께한 여행

아이는 저만의 숨으로, 빛으로 여자를 지켰다. 이 세상의 어둠이 그녀에게 속삭이지 못하도록 그녀를 지켜주었다. 아이들은 누구나 저들 부모의 삶을 지키는 천사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미카엘라] 편에서)


여행할 때만 해도 나는 내가 아이들을 지켜준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 나와 부모님을 지켜주며 여행이 무사히 끝날 수 있게 도와준 것이었다.


온갖 매끄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간 얼굴에 이 세상 것이 아닌 영혼을 담고 있는 아이들. 아이들은 존재 자체로 빛이었고, 그 빛으로 어두움을 몰아내는 천사들이었다. 


천사들을 앞으로 매고 걸으니 중력의 피로감은 고스란히 두 다리와 어깨를 눌러댔지만, 우리 안에 있던 케케묵은 찌꺼기들은 흐르는 땀과 함께 조금씩 사라지는 듯했다. 성직자들은 내면의 정화를 위해 고행을 자처한다던데 뜻밖에도 우리의 모습이 그것과 닮아 있었다. 천사를 매고 다니는 육체적 고통이 내면의 정화와 기쁨으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걱정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강했다.


숙소에 오면 먼지 많은 바닥을 기어다니며 여기저기 탐색도 하고 현지 과일과 분유도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나의 몸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지만 나의 보호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가진 생명력으로 뻗어가며 영글어가는 것 같았다.


어린 아가들이 아플까 봐 여행을 주저하는 이들이 많지만 나는 이제 선 경험자로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여행 중에 아플 확률 보다는 어린이집에서 아플 확률이 훨씬 더 높으니 아가들의 비행기 값이 저렴할 때 떠나시라고... 머리로 숨을 쉬는 이 신비로운 시기에 아가들은 머리로 새로운 환경을 흡수하며 보이지 않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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