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힘들다면 괜찮다
우리의 여행은 표면적으로 보면 힘든 여행이었다.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안 봐도 뻔한 피로가 있는 몸이 힘든 여행...
출산 후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던 나와 무릎이 고장 난 부모님은 9kg에 달하는 아기와 무거운 배낭을 매고 매일 그날 걸을 수 있을 만큼 걸었다. 종아리가 뻑뻑해지고 어깨가 아려와 일찍 숙소로 돌아와야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지중해의 햇살과 대서양의 바람을 마주하며 매일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혼자라면 엄두도 못 낼 만큼 힘들었겠지만 이 모든 여정을 함께하는 가족이 있으니 힘들게 걷는 중에도 새로운 풍광을 마주하는 즐거움과 길가에서 산 오렌지를 까먹고 맥주 한 캔을 들이키는 기쁨이 넘쳤다.
여행 가기 전 보다 훨씬 건강해져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몸이 힘들다는 말이 정말로 몸에 힘이 들어가 단단해진다는 말이 될 수 있음도 처음 깨닫게 되었다.
여행은 끝났지만 요즘도 나는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아이 셋 육아를 하는 사람에게 몸이 힘들다는 것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팩트지만 그 와중에도 찰라의 기쁨과 재미, 감사한 일들이 숨어 있음을 이제 안다. 그곳에서의 여행이 그랬던 것처럼 이곳에서의 삶도 나는 그렇게 마주하고 싶다. 피로에 허덕이는 순간이 있을지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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