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지혜를 배우다
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지뢰밭 위를 걷는 것처럼
우리의 여행에는 갖가지 위험이 도사렸다.
열심히 쌌던 아기 옷 가방을 통째로 한국에 두고 오고
아기들이 기어 다니는 주방에서 와인병과 와인잔을 깨뜨리고
바르셀로나 동물원에서 큰 애를 잃어버릴 뻔하고
아버지 휴대폰을 소매치기당하고
아침 비행기 시간에 맞춰 예약한 벤이 오지 않고
비행기가 연착되어 경유 비행기를 놓치고
포르투 숙소에서 접이식 소파 침대를 부수고
유모차 두 대를 끌고 이동 중 갑자기 비가 오고
그놈의 아기 양말은 자꾸 한 짝씩 없어지고...
평소의 나라면 충분히 패닉에 빠질 수 있는 상황들이었지만 나는 온 힘을 다해 평정심을 유지했다. 이런 일로 내가 불안해하고 우울해하면 다른 가족들도 여행을 즐기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피곤하고 정신없는 여행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강철 멘탈 모드가 상시 가동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여행은 남편도 없이 나 홀로 아가 둘, 노인 둘, 어린이 하나를 데리고 가는 것이었기에 준비 단계부터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행 전부터 홀로 애간장을 태우며 모두가 별 탈 없이, 무사히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도와달라고 탄식에 가까운 기도를 했더랬다.
나의 기도는 분명 하늘에 닿을 만큼 간절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성처럼 무심히 쏟아지는 돌발 상황마저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특히 큰 아이를 잃어버릴 뻔했을 때나 비행기를 놓쳤던 순간은 얼마나 아찔했던지 지금도 꿈에 나온다.
이렇듯 크고 작은 문제들은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예기치 못한 순간에 나타났다. 그때마다 나는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문제를 바라보며 방법을 찾다 보니 결국 어떤 문제든 해결되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문득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 나의 실수로 마음도 상하고 돈도 많이 날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여행은 참 비싼 수업료를 내고 하는 인생수업인 것 같다. 경비는 참 부담스럽지만 인생의 축소판을 단기간에 경험하고 다양한 걸 느끼게 해주는 수업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 깨달은 삶의 지혜는 잘 기억해 뒀다 앞으로도 자주 써먹어야겠다.
예측하기 어려운 크고 작은 문제들은 언제든 발생하기 마련이니 문제를 만났을 때 너무 당황하거나 우울해하지 말자!
지나친 근심 걱정으로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현재를 낭비하지 말자!
차분히 해결책을 생각하고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자!
문제도 지혜롭게 활용하면 삶에 맛깔을 더하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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