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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열이 나요, 경련을 했어요, 구토가 계속돼요"

[응급실이야기] 응급실 이용 팁 #7 소아 응급

브런치를 통해 응급실이야기를 쓰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입니다. 응급실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삶과 죽음의 갈래에 선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현장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응급실이 어떤 공간인지 알리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멀어 보이는 시민과 의료진 사이를 이어주는 따듯한 소통의 장이 되리라 꿈꿔봅니다.


아이 키우다 보면 밤에 응급실 찾을 일, 꼭 생기죠? 이번 응급실 이용 팁은 소아 환자를 위한 응급실 이용 팁으로 꾸며 보겠습니다. 이 글은 본문 <2.7 소아 환자를 위한 응급실 이용 팁>과 중복됩니다.





- 아이가 고열이 날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소아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열’입니다. 발열의 기준은 고막 체온계 기준 37.8도 이상으로 보는데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열의 기준은 38.3도 이상으로 봅니다. 이 이상의 열이 발생하면 열성경련을 방지하기 위해 해열제 복용과 물찜질을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열제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타이레놀 현탁액 등)과 NSAIDs 계열(부루펜 등)로 나눠지는데 두 종류를 번갈아가며 4시간마다 사용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아이가 열이 나는 경우, 매번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24시간 이내 발생한 열의 원인의 70%가량은 바이러스성 열감기로, 해열제로 조절하고 지켜보면 1-2일 이내로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예방접종을 받은 후 만 이틀 이내의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환아의 컨디션이 유지된다면 열만 조절하고 지켜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침 가래, 구토 설사가 동반되면서 열이 발생하는 경우는 폐렴이나 장염 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 소아과 외래 진료가 필요합니다. 39도 이상 고열이 지속되는 경우는 요로감염 등 열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응급실 또는 소아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열이 없더라도 노로 바이러스 장염이나 로타 바이러스 장염의 경우 심한 설사가 동반되기 때문에 적절한 탈수 보정 및 관찰을 위해 소아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출생 후 100일 이하의 영아인 경우는 발열 원인이 무엇이든 패혈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소아 중환자실이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검사와 관찰을 해야 합니다. 12개월 이하의 영아는 소아 전용 응급실에서 소아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 열의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36주 이전에 태어난 조산아나 2.5kg 이하로 태어난 저출생체중아, 출생 시 심질환 등 선천 질환이 있었던 경우에도 소아과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열이 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바로 ‘탈수’인데요. 아이가 물을 마실 수 있는 상태라면 수액 라인을 잡기 위해 아이에게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끓인 보리차 식힌 것으로 충분한 양의 물을 마시도록 하여 수분을 보충함으로써 탈수를 예방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만약 만 하루 이상 구토나 설사가 동반되어 물도 마시지 못하는 경우라면 컨디션에 따라 수액치료와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열이 나다 갑자기 눈이 돌아가며 사지를 떨면, 어떤 부모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많이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잠깐 발작하고 멈춘 '열성경련'의 경우에는 무조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지 마시고 근처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하여 빠른 해열 처치를 받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만약 5분 이상 경련을 하거나 24시간 동안 2회 이상 경련을 한 경우에는 적절한 소아신경학 검사를 위해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판단하여 적절한 병원으로의 전원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 갑자기 아이가 귀를 잡고 울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감기 증상이 있거나 수영장을 다녀온 다음, 아이가 갑자기 귀가 아프다며 잠 못 자는 경우가 있지요? '급성 중이염'의 흔한 증상인데요, 해열진통제로 통증만 조절된다면 바로 응급실로 오실 필요는 없고 다음날 소아과 외래 진료를 받아도 좋습니다. 다만 열이 동반되거나 귀에 진물이 흘러나오는 경우에는 빠른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 응급실 진료를 추천합니다.




- 감기 증상이 있다가 갑자기 컹컹 소리를 내요.


개가 짖는 듯한 소리, barking cough라고 하는데요. 이런 기침을 하는 경우를 크루프(croup)라고 통칭합니다. 대부분 바이러스 감기에 의해 상기도가 좁아져서 나는 소리이고 천식과 달리 호흡곤란까지 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찬바람을 쐬면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감기 증상이 좋아질 때까지 반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면 응급실에서 조치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치료는 상기도 확장을 위한 호흡기 치료와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를 시행합니다. 호전이 없으면 입원해서 처치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두개염이라는 위험한 질환과 혼동될 수 있는데요. 후두개염이란 기도와 식도 사이에 있는 후두개라는 뚜껑처럼 생긴 부위가 부어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진행되면 기도를 막아서 호흡곤란으로 사망 가능성이 있습니다. 침을 삼키지 못하고 흘릴 정도로 힘들어하는 호흡곤란이라면 후두개염을 의심해 즉시 처치받아야 합니다.




- 아이가 간지럽다면서 온 몸을 긁어요.


열 외에 자주 응급실을 방문하는 원인으로 '두드러기'가 있습니다. 특히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음식에 노출된 뒤 피부가 붉어지면서 가려워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새로운 음식을 먹고 서서히 진행되는 두드러기는 집에 있는 항히스타민제(콧물약 등)를 먹여보고 지켜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주의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새로운 약을 먹고 발생한 두드러기특이 식이 없이 발생한 두드러기, 눌러봐서 옅어지지 않는 피하출혈 양상의 두드러기인 경우에는 소아과 진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약물 알레르기나 감염성 질환, 자가면역성 질환을 의심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새로운 음식을 먹고 발생한 두드러기라 하더라도 급작스러운 진행 양상을 보이거나 얼굴이 붓고 목소리 또는 기침 소리가 변하는 이상 증상을 보이면 즉시 응급실로 방문하셔야 합니다. 이런 증상은 후두 부종으로 기도가 좁아져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습니다.


요즘엔 어린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수족구, 인두염, 폐렴, 장염 등 감염성 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방어력을 키우기 위해선 장내 정상 세균총이 잘 자라 주어야 한다고 하지요? 항생제를 먹여 키운 육류를 가능한 한 피하고 잔류 농약이 없는 식자재를 구하기 위한 현명한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도 저도 어려우면 메디락, 비오플 등의 정장제를 구비해두고 복용하는 것도 약간의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 이제 내 아이가 아파할 때 당황하지 않고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있도록 마음 준비가 되셨나요? 이 글이 함께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하고 있는 많은 엄마 아빠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226607
응급실이야기와 응급실 사용 설명서가 모여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습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사랑과 배려로 지켜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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