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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상 Jul 27. 2024

#1. 다시 제주도

-essay

24년 6월 30일. 힘겨운 상반기를 마무리하였다. 23년 이 후, 내가 계획했던 24년의 도전들이 처참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끈기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이젠 나만 옳고 나만 틀리다고 생각하는 꼰대가 된 것인가? 

정확히 24년 1월부터 6월까지 회사 두 곳을 다니고 두곳을 퇴사하였다. 첫 번째 회사는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에 대한 포지셔닝이 맞지 않아 서였고, 두 번째 회사는 집 안의 이사 문제도 섞여 있었지만 업무에 대한 프로세스가 내가 그간 쌓아온 경력 속의 상식과는 너무도 맞지 않아서였다. 차라리 팀원이었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팀장의 위치에서 몇 차례 설득도 하고 긍정적인 부분도 생각해보려 했지만 결국 스스로 그만두게 되었다. 


다시 한번 제주도로 떠나자!

약 6년간 다닌 회사를 어려운 결심과 함께 퇴사 하며 아내와 기념으로 24년 1월 시작과 함께 다녀온 제주도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서 뭐가 잘 못되었는지 되짚어 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늘 내 편이었던 아내도 흔쾌히 응하였다. 단, 이번에는 관광의 목적이 아닌 만큼 성지순례와 다크투어를 하자는 조건과 함께. 생각해보니 제주도를 그동안 관광지로만 생각했지 성지순례와 어두운 역사를 갖고 있는 관점에서 바라보진 않았던 것 같다. 늘 푸른 바다와 단단한 검은 피부를 가진 우뚝 선 돌하루방을 떠올리며 늘 한없이 밝기만 한 제주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그가 갖고 있는 아픈 기억과 기독교의 역사가 제주도는 어떻게 뿌리내리게 되었는지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것이다.

 역시나 철저한 계획형인 아내는 네이버 지도에 꼼꼼히 우리가 갈 성지순례 장소들을 작성하였다. 

2박3일이라는 다소 타이트한 일정이었고, 장마철이라 우리가 있는 내내 제주도에서는 온통 비 표시였지만 우리의 각오는 남달랐기에 제주도로 떠나기로 하였다. 우비를 뒤집어 쓰고 성지순례를 하고, 그 땅들을 밟으며 나와 신과의 대화를 나누리라.


역시나 제주도로 향하여 떠나는 첫 날 김포공항에서 비가 추적추적 대리고 있었다. 그 날은 주일이었다. 약 2시간 정도 시간 적 여유를 두고 공항에 온 우리는 아침을 먹고, 유튜브를 통해 예배를 드렸다. 


그래도 비행기가 지연되지는 않았네. 

우리는 그 순간에도 비장함 속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긍정의 뇌를 가동 시켰다. 어느 새 구름을 뚫고 더 높이 올라간 비행기의 창 밖으로는 비도 온데간데가 없었다. 세상만사 모든 일도 결국 한 발자욱만 더 떨어져서 보면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일도 아닐텐데.. 그것을 못 참고 빗 속에서 옥신각신 뒹굴며 내 감정을 소모했을까? 어느 새 무의식 속에서 내 안의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왔다. 난 잠시 고개를 흔들며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고자 하였다. 

어느 새 비행기는 제주공항에 닿았고, 미리 예약해둔 렌트카 회사로 가서 차를 빌렸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제주도에 갈때 마다 도전하였던 맛집으로 향하였다. 하지만 역시나 눈으로만 얼추봐도 20명이 넘어보이는 우산을 쓴 사람들이 문 밖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들이 보였다. 어지간하면 기다렸다가 먹을 수도 있었지만 본래의 우리의 여행은 관광이 아닌 바, 지인에게 추천받은 제주도 현지인들이 주로 간다는 식당을 찾게 되었다. 


하하하 시작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하필 그 날은 휴무였다. 여행 첫 날부터 계획이 어그러지는 기분이었다. 그 짧은 순간 우리의 7년 전 신혼여행지였던 캐나다가 떠올랐다. 오로라를 보고 싶어 밴쿠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옐로나이프까지 넘어갔지만 딱 일주일 차로 폭설이 내리며 오로라를 보는 장소가 폐쇄가 되었고, 록키 쪽의 서퍼마운틴이라는 높은 산자락에 1인당 10만원이 넘는 케이블카를 올라탔지만 그 또한 폭설로 인해 아래 경치를 내려다 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장점은 그럼에도 숨은 그림찾기 보다 재미를 더 잘 찾는 편이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아내의 긍정에너지에 감사할 따름이다. 역시나 아내는 이 상황 속에서도 한 블럭 앞 쪽에 있는 수상한 가게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어느 조그마한 가게를 끊임없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마침 갈 곳도 잃은 우리는 휴무로 문을 닫은 원래의 가게 앞에 차를 주차하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가는 장소로 들어가 보았다. 가게 안은 좁은 입구에 비해 꽤 넓었다. 문을 열자마자 우편에는 카운터가 있었고, 앞서 들어갔던 사람들이 대기하며 서있었고, 안 쪽에는 테이블과 함께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메뉴를 보니 새우를 기반으로 한 김밥, 덮밥 등이 있었는데 이름이 범상치가 않았다. #딱새우김밥 #새우간장컵밥 #딱새우꼬막무침 

우리는 순간 두 눈이 마주쳤고, 이 집 왠지 맛집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대기가 있었지만 우리는 메뉴가 차에서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 포장으로 김밥과 컵밥을 주문하였다. 












우리는 차로 다시 돌아와 마치 선물 보따리를 풀 듯 조심히 포장지를 뜯고 음식들을 꺼내어 먹었다. 또다시 우리는 두 눈을 마주치며 "대박~ 완전 맛있어!" 하고 손바닥을 마주쳤다. 탱글탱글한 노란 강황밥과 오동통한 어묵 사이사이 숨어있던 매콤한 양념의 김밥, 새우들 중 덩치가 큰 놈들만 구한 건지 두툼한 살집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터지는 은은한 간장의 향기의 맛의 조화가 놀라왔다. 우리는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예기치 못한 맛에 감복하였다.


차 앞유리에 후두둑 떨어지며 굵어지고 있던 빗줄기가 우리의 다음 목적지에서의 여행길에서 동행할 걸 알면서도 우리는 그 순간을 웃고 즐기고 있었다. 


제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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