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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영 Aug 12. 2023

초기 사용자(seed user)를 만들어라

마중물 붓기에도 순서가 있다 1

애플이나 구글, 테슬라가 아닌 다음에야 세상은 신규 서비스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힘들게 프로덕트를 만들어 앱스토어에 등록을 하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이 어플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아는 것은 회사 관계자들 그리고 신규 서비스 테스터인 내 친구들 뿐이니까.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i) 이 앱이 세상에 나왔다고 광고를 해볼까?

돈이 넘쳐난다면 광고를 하는 것을 말리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광고비는 빠르게 소진될 것이고, 얼마뒤 광고대행사 혹은 담당자로부터 광고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갔다는 리포트를 받게 될 것이다. (체감할 수 없지만, 성과가 좋았다고 포장되어 있는 그 리포트를 받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측정할 수 없고 그다지 필요도 없는 브랜드 인지도를 초장부터 올리고 싶다면 광고대행사를 불러라! 그리고 광고주 행세를 시작해라!


ii) 뉴스 기사를 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에 없던 신기술과 특허로 무장된,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고서야 우리 프로덕트 출시 기사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주요 뉴스 지면에서는 신제품 출시 정보 만으로 기사를 실어주지도 않는다. 물론, 돈을 내고 기사를 싣는 유가 지면을 쓰고, 기사를 만들어 홍보해 주겠다는 홍보 대행사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기사에는 무엇을 담을 것인가? "A 회사에서 이달 초, AA 서비스 출시하여 곧 사용자와 만날 것으로 기대" 이 정도?? 그러나 뉴스 기사를 보게 되는 사람은, 우리 회사 마케터, 우리 회사 사업개발자, 우리 회사 투자담당자, 우리 회사 대표.. 맞다. 우리 회사 사람뿐이다. 사용자 확보에는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혹 회사 임원으로부터 구글에 사명을 검색했을 때에 기사가 나왔다고 좋아할 수도 있고, 네이버 상단에 우리 광고가 바로 나왔다며 칭찬할 수도 있겠다. 이런 분위기의 회사라면 때려치우는 것을 권한다. (아니다.. 성과 생각 안 하고 돈을 써도 되는 회사라면 오히려 오래오래 몸 담아야 할 수도..)




위에서 말한 광고 집행, 뉴스 기사 송고 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초기 사용자(seed user)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 하나하나 만들어야 한다. 그 사용자들이 씨앗이 되어 계속 자라길 바라며 말이다. 아직 초라한 서비스니 그냥 두고 앱스토어 검색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하나둘 사용되고 천천히 관심을 받는 게 나을까? 아니다. 빠르게 초기 사용자들을 만나서 사용자의 반응을 확인함으로 이 서비스가 시장에 맞는지 마켓핏을 검증하고, 더 나아가서는 서비스의 이용 행태를 통한 문제점을 확인해야 한다. 앱 다운로드 후 회원가입까지 잘하는지, 가입자가 서비스를 어디까지 둘러보는지 등등 이용 데이터를 확인하여 빠르게 다음번 개선/배포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초기 사용자를 파악해야 유효한 마케팅 타깃을 세울 수도 있고, 뉴스 기사 배포 시에 채택률을 높일 수치적 성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초기 사용자 확보를 위한 기술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다른 서비스의 사용자를 가져와라.


"단기 일거리 매칭 서비스 Y"가 있다. Y의 출시 기능은

1) N잡 플랫폼(배달, 청소, 과외, 아이 돌봄 플랫폼 등)의 시급, 복지, 후기 정보를 제공하여

2) 자신에게 맞는 단기 일거리를 쉽게 찾아 수행하도록 했고,

3) 수행 결과를 다시 서비스 Y에 기록하도록 했다.


2021년 출시 당시 알바/N잡에 대한 관심이 커져 국내 150개가 넘는 N잡 플랫폼들이 있었으나, 각 플랫폼들의 정보를 한눈에 파악, 비교해 볼 수가 없는 불편한 점이 있었다. 다양한 N잡의 시급, 후기 등이 궁금한 사람들은 다양한 카페, 게시판에서 최신의 정보를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이 수고로움을 해결해 줄 수 있도록 흩어져있는 정보를 한데 모아 Y 서비스에서 보여줬다.


우선 각 플랫폼의 정보를 크롤링하고, 정보를 잘 보여줄 수 있도록 구조화하였다. 카테고리 내 복수의 플랫폼을 시급뿐 아니라 평점으로 비교하고 정렬하여 알바/N잡 선택에 기준점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각 플랫폼에서 진짜 일한 사람들의 평점, 후기가 필요했다.


N잡 플랫폼들의 상세 정보를 표시해 주던 서비스 Y




각 플랫폼에서 실제 알바를 수행한 사람들의 후기를 모으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한 끝에 정공법을 택했다. 주요 플랫폼 몇 곳과 제휴를 하였다. 실례로, 쿠팡플렉스와 제휴를 하여 쿠팡플렉스 근무자들분들이 Y 앱을 설치하고 근무 인증 및 쿠팡플렉스 일거리에 대한 후기, 난이도, 추천 정도를 기재하면 쿠팡플렉스 급여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서 Y는 쿠팡플렉스 근무자들에게 앱을 홍보하여 사용자를 확보할 소 있었고, 이들의 진짜 후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완전 신생 서비스가 어떻게 쿠팡플렉스를 비롯하여 사용자가 많은 서비스와 제휴를 할 수 있었을까? (사실상 Y는 사용자가 0이었다)


먼저, 상대방의 가장 큰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했다. 몹시도 당연한 소리이지만, 부차적인 것이 아닌 카운터 파트너의 제1의 어려움, 해결과제를 공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카운터 파트너의 가장 큰 페인포인트가 아니라 부차적인 내용들로 사업제안을 하고 시간 낭비했던 나의 수십 가지 실패 케이스를 들 수 있으니, 이 당연한 소리는 피땀눈물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알바/N잡 붐이 일면서 긱워크 플랫폼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나고 있었기 때문에, 신규 근무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때였다. Y 서비스는 N잡 플랫폼을 연결할 허브이자, 메타 플랫폼이 되고자 했다. Y 안에서 근무자의 후기가 많은 플랫폼일수록 상위 노출이 되는 구조라, 후기를 많이 쌓아 플랫폼 리스트 중 상위에 노출되면 신규 근무자 확보에 용이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배포가 큰 발언이었지만, 당시 나는 저위의 논리를 백 프로 믿고 제휴사를 만났다. 사실 나 스스로 만들어내는 프레임이니 믿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사업개발자의 삶을 멀리서 보면 상당히 뻔뻔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우린 그 순간에 항상 진심이다. 그러니 당당할 수 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출시 초기에는 서비스 내에 플랫폼을 시급 순으로만 정렬하고 있었다. 후기순 정렬이 없었다. 몇몇 플랫폼과 제휴를 시작하고, 후기 쌓기 이벤트를 하면서 후기 숫자가 많은 순으로 상위 노출될 수 있도록 개발 순서를 조정하여 밀어 넣었다.


또한 카테고리별 단 1개의 서비스와만 제휴를 진행하는 단기 독점 제휴를 약속했다.


카테고리 내 독점이니 지금 당장 후기 이벤트를 같이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곳과 제휴할 것이라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여러 플랫폼들과 제휴 이벤트를 진행할 자금 여유도 없었고, 만날 곳도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단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상, 쫄 것은 없다. 당당한 뻔뻔함을 가져야 한다.) 당장 우리와 제휴를 하여 퀵서비스이면 퀵, 아이 돌봄 플랫폼이면 아이 돌봄, 각 카테고리 내에서 가장 많은 후기를 먼저 확보하고 1순위 노출의 기회를 얻으시라고 설득했다.


사업제휴 Tips
1. 상대방의 제1의 니즈를 공략해라.
2. 독점 제휴는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단, 독점이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으니 기간 및 부수 조건 등을 명확하게 하여 약정해야 한다.)


여담이지만, 알바 플랫폼들과 제휴하면서 서로의 우려도 있었다. 플랫폼들은, 부정적인 후기만 쌓여 오히려 신규 워커 유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고, Y 서비스는 플랫폼에서 중개한 이벤트다 보니 반대로 너무 좋은 후기만 쌓여 우리 서비스의 중립성을 의심받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모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근무자들은 해당 일거리에 대한 불편한 점, 아쉬운 점 등 솔직한 후기뿐만 아니라 처음 일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의미 있고 조언들을 남겨주었다. 우려와 달리 후기들은 알아서 밸런스를 잡아갔다.


초기 두어 달 동안 5-6개 플랫폼과 제휴를 하여 수 백개의 후기를 쌓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출시 6개월 만에 자연발생적으로 4000개 이상의 후기가 생성되었다. 초기에 플랫폼 근무자들에게 제공했던 약간의 이벤트 비용 외에 후기 작성에 대한 별도의 보상이 없었다. 즉 근무자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근무 정보를 인증하고, 진짜 후기를 남겼다. 점차 Y 에 가면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플랫폼 후기 정보가 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후기 많은 순 기능을 긴급 추가한 화면, 또한 진짜 도움 되는 후기들.. (1줄만 써도 되는데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구구절절)


사용자 이용 패턴을 확인해 보니 기존에 하던 알바 외에 새로운 알바 정보를 찾고, 여러 가지 일들을 시도하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업무 수행 내역을 인증하고, 후기를 작성하고, 타인이 쓴 후기에 공감을 눌렀다. 후기가 점점 쌓여가면서 본격 커뮤니티로의 진화를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초기 사용자 확보를 위한 기술 두 번째는,

사용자들이 놀 수 있는 커뮤니티 되기.

 

커뮤니티는,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같은 주제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에 따라 사람을 모을 수 있게 된다. 사기업의 냄새를 빼서 사용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공동의 관심사를 잘 잡아내어 운영한다면 입소문이 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사용자가 증가할 수 있다. 실제 많은 플랫폼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사용자를 모으고 있고 있다.


Y 서비스에도 이미 커뮤니티적 일부 기능이 있었고 그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모이고 있었으니 작정하고 커뮤니티가 된다면 사용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 판단했다. 다양한 주제를 구분해서 볼 수 있게 머리말 기능을 붙이고, 주요 후기에 대한 태그를 달거나 주제 중심으로 묶어주고, 검색 기능을 붙이는 안을 포함하여 지속적인 후기 작성을 위해 등급제 등 커뮤티성 기능 개발을 위한 아이템이 나와있었다. 그러나 많은 논의 끝에 커뮤니티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본격 커뮤니티가 되려면 철학 혹은 방향성(Y 서비스라면, 철저히 워커 편에 설 것인지 혹은 일거리 플랫폼들과 손을 잡을 것인지 등 색깔)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Y는 어느 편에 서야 할지 그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였다. 엄청난 사용자를 확보하여 광고 수익을 얻거나, 알바 씬에서 영향력을 확보하여 알바 플랫폼 대상의 비즈니스를 하는 것을 그려보았지만, 그것은 요원한 미래에 대한 상상일 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기회비용이었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다. 커뮤니티 기능 개발을 하고 안착시키기 위한 리소스(인력과 비용)를 투입한다면 돈이 되는 다른 기능을 개발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커뮤니티가 되는 것은 포기했다.


초기 사용자 확보를 위한 기술 세 번째는,

군집화된 단체를 잡아라


커뮤니티 마켓플레이스 서비스 L을 담당할 때였다. 크리에이터들이 팬들과 교류하며 재능 및 콘텐츠를 판매하는 서비스로, 지역의 작은 책방들을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모시고 싶은 상황이었다. 마침 당시 2년째 진행했던 '마포 동내책방 페스티벌'이 마포구의 지원 철회로 중단된다는 소식을 듣고, 서비스 L이 동네책방 페스티벌의 후원사가 되는 기회를 잡았다. 잠재 크리에이터의 단체를 후원하면서 크리에이터를 대거 영입할 수 있겠다 싶었다.


결과적으로 동일 카테고리 내의 크리에이터들을 쉽게 영입하고, 취향이 같은 팬들까지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었다. 책과 서점을 좋아하는 niche 한 타겟이었지만 이들 대상으로 마켓플레이스 운영이 가능한지 가설 검증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서비스 초기에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각개격파보다는 적절한 단체, 무리와 협력하는 것을 권한다. 파트너를 찾아보자.


위에서 초기 사용자 (seed user)를 확보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들었다.
1. 다른 서비스의 사용자를 가져와라.
2. 사용자들이 놀 수 있는 커뮤니티가 돼라.
3. 단체를 공략해라.


위의 방법들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초기 사용자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사용자를 빠르게 확보하여 출시한 프로덕트가 시장에 맞는지 안 맞는지 빠르게 검증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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