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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영 Aug 06. 2023

프로덕트 성공의 어려움

부제) 네이버의 헛발질 프로젝트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앱을 이용해 본 적이 언제인가. 설치 후 리워드를 받기 위해서 설치했다거나 혹은 (나의 친절한 마루타 친구들 같은 경우일텐데) 지인이 만든 신규 서비스니 한번 써보라고 읍소하여 설치한 것을 제외하면 자발적으로 앱을 깐 것이 언제인지. 그리고 최근 1개월 내에 설치한 서비스가 있다면, 그 앱을 사용하는 빈도는 어떠한가. 하루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은 열어보고 있나?


앱 서비스 개발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나조차도 최근 새로 설치한 서비스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내 기억은 믿을만한 것이 못되니, 휴대폰을 열었다. 맞다, 2주 전에 설치한 스냅피드라는 사진 관련 앱이 있었다. 사진 보정이 쉽다기에 설치를 했었는데, 한 번도 써보지 않았었네.. 글을 쓰다 말고 앱을 열어서 사진 하나를 보정해 보니, 여러 가지 톤으로 보정되고 잡티 제거나 부준 보정도 되고 기능도 많고 어렵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앱을 계속 쓰려면 몇 번의 사용을 통해 익숙해져야 하고, 원하는대로 사진이 보정되는 만족스러운 경험이 쌓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인스타 사진 업로드 시 함께 하용하는 패턴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맞다. 얼마전 thread 앱을 다운받은 것이 생각났다. 텍스트 기반의 SNS 서비스로, 페북과 인스타를 운영하는 메타에서 트위터를 이겨보겠다고 만들어낸 앱. 최근 여러 매체에서 소개하며 이슈가 되기도 했으니,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살짝 늦게 맞춘 것 같지만) 깔았고 인스타 계정과 연동도 완료했다. 그러나 글은 하나도 올리지 않았고, 사실 어떤 상황에서 올리는 것이 좋을지, 타인들은 주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모른 채로 대충 이런 거군- 하고 닫아버렸다.


그렇다면 1년 전까지 기억을 돌려보자. 1년 전에는 쓰지 않았으나 지금은 사용하고 있는 앱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카드를 발급받으며 설치한 현대카드앱이 있다. 많으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결제예정금액을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볼까 하여 케이뱅크를 처음으로 받은 기억도 있다. 그러나 대출심사 이후에는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다.(생각난 김에 삭제!) 그리고 휴대폰을 뒤지다보니 까맣게 잊고 있던 앱.. 스픽이 생각났다. 올해 3월에 연간 결제를 했었는데.. 내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져 있었다. (애써 잊으려 했던 것일까-) 그렇다. 난 몇 개월간 한번도 스픽 앱을 열지 않았다.


굉장히 사사롭고(영어공부를 금세 때려치웠다는 둥), 구질구질한(카드 연체나 하는 등) 내용으로 흘러갔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익숙한 패턴으로 자리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썰을 풀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서비스들이 앱스토어에 올라오고 있고, 많은 개발사들이 신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고민과 기획, 개발, 검증의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이 글을 쓰고 지금 주말임에도 아마 도처에 많은 회사원들이 출근해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회사의 개발자, QA(검증) 인력들이 쫓기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즉, 많은 회사들이 온갖 돈과 인력을 갈아 넣어서 신규 서비스들을 출시하고 있지만 살아남는 것은 얼마 되지 않다는 것이다. 한해 나오는 서비스 중 적정 규모의 사용자층을 확보하여 서비스를 유지하고, 돈을 벌고, 인기 앱이 되는 것이 얼마나 될까?


흔히들 혁신적인 서비스, 우리의 생활을 바꾼 서비스라고 말하는 토스/당근마켓 같은 것은 이제 오래되었다. 토스가 2015년에 출시되었고, 당근마켓도 그즈음이었으니까. 이제야 주위에서 많이들 사용하는 네이버의 파파고 또한 2016년에 나온 서비스다. 그리고 코로나와 함께 우리와 가까워진 구글밋, 줌 등 화상 미팅 서비스들도 이미 수년째다. 이렇듯 새롭다 할 서비스를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니 실제로 많은 신규 서비스가 사장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비단 스타트업의 서비스만 힘든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가장 훌륭한 인력을 데리고 있으며, 네이버라는 매체 영향력을 십분 활용했음에도(신규 서비스가 출시되면 네이버 모바일 앱과 PC 내 광고 배너 영역에다가 해당 서비스 광고를 공짜로 계속 노출하는데도) 신규 서비스를 안착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최근에 네이버가 내놓은 서비스 중에 이렇다 할 것이 뭐가 있는가?


기억에 남는 네이버의 헛발질 사건으로는 미투데이부터 시작해서 폴라, 그리고 인플루언서 검색까지.. SNS가 되고 싶은 네이버의 각고의 노력들이 있다.



 '미투데이'는 2009년 네이버(당시, NHN)가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성장을 보면서 인수한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다. 트위터처럼 텍스트 위주의 짧은 글을 공유하는 컨셉이었는데, 당시 엄청난 마케팅을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슈퍼스타K에 스폰서로 붙기도 했고,(슈퍼스타K도 모르시려나- 허각, 존박, 장범준이 여기서 데뷔했다우... 껄껄) 네이버 광고 사업부에 있던 2011-2012년 즈음에는 삼성전자와 제휴를 통해 삼성 스마트 TV 안에 미투데이를 탑재시키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트위터와 페북의 기세를 꺾을 수는 없었다. 이미 기울어져 있었던 것인지 미투데이 서비스가 별로였던 것인지 판단할 수는 없다. 그리고 몇 년 뒤 미투데이 서비스가 종료되었다. 그러면서 30대 초반의 감정 과잉의 내가 싸질러 놓은 수많은 글들도 사라지게 되었다. (휴- 일단 이건 다행) 


그러나, 네이버는 SNS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한국에서의 인스타를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인스타와 거의 비슷한 모습의 사진 기반의 SNS 서비스 '폴라'를 직접 개발하여 내놓았다. 그때가 2015년이었으니 네이버 밥 좀 먹은 때라 신규 서비스를 열심히 써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도 뭐 새로운 거 나왔구만- 하는 상태였고, 폴라를 제대로 이용했던 기억이 없다. 지금에 와서 기사를 찾아봐도 의미 있는 기록들이 별로 없다. 미투데이 보다 더 영향력 없이 사그라들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도 네이버는 SNS를 동경했다. 직접 SNS는 되지 못하겠으니, SNS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이들이 네이버에 들어올 수 깄게 '인플루언서 검색'이라는 것을 만들고 네이버 검색 최상단에 배치하기에 이르렀다. 그게 2019년쯤. 여러 분야의 인플루언서를 코엑스 행사장에 불러놓고 인플루언서 중심으로 검색을 개편하겠다고 선언하며 인플루언서들이 네이버에서의 활동하는 것에 따라 보상을 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소개했더랬다. 벌써 3-4년이 지난 지금, 인플루언서 검색은 아직도 네이버 검색 상단에 노출되고 있지만, 보상형 마케팅에 익숙해진 우리는 그것들을 광고로 인식하고 있어 회피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계속 하라하고 있으니 소셜 미디어가 되고자 했던 네이버의 노력은 세번째 물거품이 된 것이다.


사용자를 소중히 생각하는 네이버는 한번 내놓은 서비스의 철수에 매우 신중하다. 네이버의 영향력 대비 미미한 성과의 서비스임에도 운영되는 서비스가 정말 많다. 수년째 음원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국내 순위권 안에도 들어가지 못는 바이브(과거 네이버뮤직), 유튜브에 자극받아 동영상 서비스 내놓은 뒤 온갖 콘텐츠 구매 계약을 했지만 자연적인 생산/소비에 실패한 네이버TV, 자체 앱스토어를 만들겠다고 내놓은 네이버 앱스토어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원스토어로 통합되었다. 이 외에도 네이버의 자본금이 아니면 진작에 접었어야 할 사실상 자생력 없는 서비스들이 많다. 그리고 회사 차원의 사업적 판단으로 서비스 부흥 직전에 접어버린 네이버 영화, 부동산, 그리고 여행 관련 서비스들까지 ...

 



네이버 조차 이러한 상황은 스타트업씬에서 신규 서비스가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갈아넣은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우린 그 어려운 길을 뚫고 성공을 시켜야 한다. 프로덕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완벽한 풀이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야할 것이 분명히 있고, 성공과 가까워지는 방법론들은 있다. 나의 16년의 IT 업계 경험을 담아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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