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프로덕트 필패 전략
앞서 신규 프로덕트가 사용자에게 안착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왜 우리의 서비스들은 실패를 겪는가?
일단 사용자들은 귀찮다. 새로운 변화는 익숙하지 않고, 번거롭기만 하다. 이러한 귀찮음, 생소함을 뛰어넘으려면 확실한 문제해결 아니면 확실한 즐거움을 줘야만 한다.
그러니 '있으면 좋을 것 같지 않아?'로 시작하는 서비스들은 거의 망한다고 보면 된다.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을 만드는 것. 즉, critical pain point를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다. 누적 투자금 230억을 받으며 기업가치 3천억 원 평가를 받은 힐링페이퍼의 '강남언니' 서비스 같은 경우가 그렇다. 미용의료 분야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는 심각했다. 네이버의 미용/성형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광고로 도배되어 있었다. 우리는 정보를 찾아 끝없이 발품을 팔아야 했고, 그마저도 믿기는 힘들다. 이런 환경에서 '강남언니'라는 서비스는 정확한 병원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시술별 가격대, 병원 장비, 대기 시간 등 지표를 표준화시켰다. 만족도 및 병원의 후기 등 정성적인 데이터도 점수로 나타내며 정량화된 평가, 후기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충분히 정보를 찾은 뒤에 원하는 병원에 상담 신청할 수 있도록 플로우를 만들었다. 확실한 불편을 해결한 것이다.
이로서 강남언니는 누적 다운로드 280만 명 이상,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30만 명을 넘어섰다. (23년 5월 기준)
두 번째, 시장(사용자층)이 작다면 오래갈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특정 집단의 문제를 정확히 해결해 줬다 해도 그것을 사용할 사용자가 작다면, 확장이 어렵다는 뜻이고, 투자도 쉽지 않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서비스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누적 투자금 1400억 이상을 받은 매스프레소의 '콴다'라는 서비스를 보면 기술력과 넓은 사용자층이 곧 기회이고, 돈임을 알 수 있다. 콴다는 수학문제 검색 서비스로 시작했다. 수학문제를 사진 찍어 올리면 유사한 문제를 찾아서 풀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과외 비용으로 많은 돈을 쓸 수 없는 일반 가정의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데이터베이스가 쌓일수록 AI 문제풀이앱으로 고도화되었다. 수학뿐 아니라 다른 과목으로 서비스를 확대하였고, 동남아를 중심으로 사업을 넓혀갔다. 사진 기반 문제검색 서비스이기에 OCR(이미지 속 텍스트 인식) 기술로 언어변환만 거치면 국내의 DB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고, 교육열은 높지만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베트남과 같은 나라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 기대감으로 투자금이 넘쳐나게 된 것이다. 참고로, '강남언니'도 현재 일본에 진출해 있고, 동남아로 확장 중이며, 한국 병원을 찾는 외국인들의 사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세 번째, 돈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돈 나올 구멍이 있어야 한다. 사용자가 많아지고 난 다음에 광고 붙이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서는 곤란하다. 일단 사용자를 늘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가, 광고료로 돈을 좀 벌라치면 정말 사용자가 엄청나게 많아야 한다. 가장 간단한 노출형 광고 같은 경우, 1000회 노출에 몇 천 원 단위, 즉 1회 노출에 1-2월 꼴이니 사용자가 웬만큼 많아서는 몇 십만 원 만져보기도 힘들다. 게다가 갑자기 광고를 붙이거나 어느 순간 유료화를 하겠다고 하면 사용자는 다 떨어져 나갈 것이다. 즉 사용자부터 모으고 나중에 돈을 벌겠다는 생각 대신 지갑이 열려있는 사용자(아마도 B2B)를 찾고, 지불 용의가 생기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위에서 언급한 '강남언니'가 그렇다. 현재 '강남언니'는 500개 이상의 성형외과 병원의 이벤트 페이지에서 상담 신청이 일어날 때마다 발생하는 fee로 매출을 만들고 있다. 네이버 검색광고의 파워링크와 유사한데, 예전 네이버 검색광고에서도 가장 많은 수익이 났던 곳이 미용/성형 쪽이었다. 이 업계는 대대로 검색 광고비가 넘쳐흘렀다.
스타트업 시장에서 많은 서비스가 출시되고 접히는 것을 목도했다. 프로덕트의 성공 요인을 발라내긴 힘들지만, 필패의 요인은 명확했다. 사업성과 타겟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필패를 피하기 위해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을 다시 정리하면 세 가지다.
첫 번째,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두 번째, 시장이 커야 한다.
세 번째, 돈이 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충분히 큰(사업성이 있는) 시장에서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누군가 돈을 기꺼이 낼 것 같은 비즈니스를 포착했다고 치자. 이제 탄탄대로가 펼쳐질까? 지금까지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하기까지의 이야기였고, 이제 또 다른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1) 정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덕트를 완성도 있게 내야 한다.
2) 목표한 시간 내에 시장에 선보여야 한다.
차별성 있고, 완성도 있는(완성도 높은. 이라고는 못하겠다. 출시 버전은 항상 부족하니까) 제품을 통해 사용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면서 목표한 기간 내에 제품을 내야 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투자금도 소진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생각한 비즈니스 기회라면 남들도 생각할 수 있고, 지금 해외로 나갈 수 있어 보일지라도 시장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이는 기획자, 개발자 그리고 PM의 역할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3) 세상에 나온 프로덕트가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 판을 벌려 이 제품을 확산시켜야 한다.
잘 만들어진 제품이 쓰일 수 있는 환경으로 제품을 들고나가고, 더 적은 리소스로 많은 아웃풋을 낼 수 있도록 외부의 리소스를 섞는 것, 세상으로 내보낼 추진력을 키울 수 있도록 누군가와 연합하는 것. 즉, 판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
향후 글들에서 프로덕트의 판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