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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gongnyeon Oct 22. 2023

나도 드디어 당해보나 인도 사기

나는 리시케시에 숙소를 1박 예약했다예상대로라면 오늘 밤에 리시케시여야 하는데 이미 밤이 되버렸고아직 목적지의 절반밖에 오지 못했새벽 3-4시경에 도착한다치고 체크아웃시간까지 고려하면 최소 6시간은 잘 수 있을 것 같았다큰 호스텔이 아닌지라 24시간 리셉션일 수 없으니 숙소 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 생각했다치킨이 나오는동안 샘이 숙소 주인에게 전화했다리시케시 가는길인데아직 찬디가르라서 아마 오늘 밤이 지나고 내일 새벽 3시쯤 도착하거나 더 걸릴 수도 있다고몇시가 되었든 새벽에 도착해서 자고 체크아웃 할건데 무인 체크인이 가능하냐고 물었다숙소 주인은 코이띠까네이” 라고 말하며 언제 와도 상관없다고 덧붙였다마음에 걸렸던 숙소는 해결했고치킨을 입에 때려넣으며 스트레스와 식탐도 처리했다이제 다시 버스를 타러 가볼까.


다시 릭샤를 잡아 100루피(1,700)를 주고 게이트로 돌아갔다릭샤기사에게 리시케시 가는 정류장으로 가달라고 했더니 다른 게이트에 내려줬다드디어 리시케시 가는 버스를 만났다우리 자리만 없었을 뿐다음 버스는 언제인지 알 수 없고근처 마을에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우린 더이상 환승하고 싶지 않았다. 5시간이든 7시간이든 짐 옮길 필요없이 한 자리에서 가고 싶었다또 릭샤를 타고 다른 게이트로 이동했다오늘 찬디가르에서 릭샤타고 이동하며 쓴 돈은 400루피다금방 써버린 7,000원을 떠올리며 여기서 돈 조금 더 보태면 하루 숙박비인데 아깝다 생각했다조금전에 KFC에서 777루피를 쓸 땐 하나도 아깝지 않던 돈이 이유도 모른채 별다른 결과물도 없이 썼다고 생각하니 그렇게나 아까웠다찬디가르에서는 어떤 상황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었다샘과 릭샤꾼과 이야기하여 이동하고이동하면 샘이 또 알아보고 다시 이동하는 방식이였다나는 힌디어 무식자고 샘은 현지인이니까나한테 구구절절 설명하기엔 너무 피곤하니까샘은 본인의 생각대로 움직였고나는 따라다녔다마지막 릭샤를 타고 이동할 땐 차 안에서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했다습하고 기분나쁜 풀 냄새를 맡으며 다른 정류장에 도착했다모든 불이 꺼져있었다그러다 불이 다시 켜졌다정류장에 전기가 왔다갔다 했다내 정신처럼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여기에는 분명 리시케시 직행 버스가 있다고해서 왔는데 또 없다샘도 더 이상 게이트 이동은 무의미하다 생각했는지 리시케시에 가장 가까이 가는 버스 티켓을 끊었다그나마 위로할건 앞서 알아봤던 다른 마을보다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곳이였다바로 출발하는 버스였고 이번엔 우리 자리도 있었다


나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뚫기 시작했다오늘은 가장 양이 많은 생리 둘째날이고 인도에 있는 화장실에서는 휴지통을 보기 힘들었다화장실에 가면 위생은 둘째치고 내가 처한 상황을 해결하는데 진땀을 빼야했다생리대를 자주 교체해야하는 날인데다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이번에는 생리통도 꽤 심했다배가 자꾸 지끈지끈 화를 내는 것 같았다겨우 자는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혼자였다면 나는 이 먼거리를 어떻게 갔을까.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를 찾는데도 구만리버스를 타서도 제대로 가는게 맞을까 전전긍긍이 사람이 나한테 사기치는건 아닐까 경계하고 의심하고할 수 있는게 없다는걸 알면서도 나와 내 짐을 지키느라 잠들 수 없었겠지마리화나 냄새가 가득한 릭샤를 타서도 나를 정류장으로 데려가는지 어디로 가는지 의심 가득 도로를 달려야겠지내가 겪지도 않은 일을 무한대로 상상하며 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서 잠들었다샘이 왓이라고 되물은 것 같은데 그는 점점 흐린 기억속의 그대가 되어가고다시 내 귀에 샘 목소리가 들렸다. “굳나잇


새벽 3시가 되어야 하리두왈이라는 마을에 도착했다다시 리시케시 가는 버스를 갈아탔고함께 가는 승객들은 나처럼 지쳐보였다리시케시 정류장에 내렸을 때 첫 인상은 휑하고 스산했다주변에 강줄기가 있어서인지 바람이 많이 불었다쓰레기가 여기저기 휘날리고 거센 바람은 내 뺨을 때렸다어두운 밤길이라 정류장인지 티도 안나는 곳에 떨어졌다둘이서 봇짐을 가득 메고서 두리번거렸다낯설고 긴장된 마음에 처음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저 멀리 보였다그쪽으로 가보니 몇대의 릭샤와 기사들이 모여있었다몇명의 기사가 질문을 던졌고 샘은 그 중 한명과 이러쿵 저러쿵 대화를 하더니 릭샤 얼마라는데 탈거냐며 내게 물었다우린 맥간에서처럼 선택권이 없었다비싸게 부른 것 같았으나 오케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릭샤를 타고 숙소 근처로 갔다우리의 숙소는 강 건너에 있었고릭샤 기사는 여기서 걸어서 가야한다고 했다


아직도 집이 아니란 말이야자고있는 소들을 지나 강을 건넜다강에는 아주 긴 출렁다리가 있었다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이러다 떨어지는건 아닌가 무서웠다이렇게 집에 못가고 배낭이고 내 몸이고 다 강 속으로 풍덩하는거 아니냐출렁이는 다리에 내 상상은 곱배기로 커져가고 있었다그러다 다리 끝에 도착했을 때 다시 구글맵을 켰다걸어서 10분도 안되는 거리인데 구글맵과 내가 있는 위치는 달랐다분명히 이쪽으로 가라고 되어있는데 문이 닫혀있다그럼 난 날라가나점프하나돌아가는길이 있겠거니 싶어 오르쪽으로 크게 돌았더니 길이 막혔다제발 이제 집에 좀 가자이러지말자이제 4시간만 지나면 밖에서 꼬박 지낸지 24시간이다제발 신기록 세우지말아줘이쪽으로 저쪽으로 돌고 돌아 길을 찾아냈다골목길을 굽이굽이 돌아가 숙소를 발견했다문을 열려는데 이상했다왜 불이 다 꺼져있지코이띠까네이라고 했는데.

코이띠까네이를 외치던 주인은 없었다문이 잠겨있어 노크를 몇번하니 어떤 청년이 나왔다리셉션 쇼파에서 자다 일어난 것 같았다새벽 5시가 넘은 이시간에 왜 깨웠냐는 표정을 짓길래 내가 윤으로 예약했다고 알려줬다그는 방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예약을 해놨다고 말했고그는 다시 방이 없다고 되풀이했다내가 오늘 새벽에 도착한다고 여기랑 미리 통화도 했다고 다른 직원이 전화받은거 아니냐며 물었다본인은 전달받은 내용이 전혀 없다했다본인은 통화한 적이 없고 사장이랑 연락한 것 같다고 말해서 사장과 연결 해달라했다전화를 걸었지만 받지않았다허탈했다꼬박 24시간 걸려 도착한 리시케시몸 뉘일 숙소 하나 생각하고 왔는데 아무것도 없다니나는 그 순간 분노가 차올라 미쳐버릴 것 같았다이 건물에 자고있는 투숙객을 다 깨울듯이 소리 지르고 싶었다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예약해놨으니 당장 방 내놓으라고 말했고그는 못이긴 채 따라오라며 올라갔다건물의 꼭대기층인 4층으로 올라가보니 넓은 강당같은게 나왔다재난 대피소처럼 각자 이불을 펴고 몸 뉘이는 곳이였다족히 10명은 넘게 쓰는곳인데 화장실은 하나였다기가찼지만 당장 몸 뉘일 곳이 필요했다나는 그 직원에게 내일 사장과 얘기하겠다며 돌려보냈다배낭을 대충 던지고서 화장실로 달려갔다나의 몸상태는 처참했다당장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화장실은 샤워할 환경이 아니였다급한대로 처리하고 양치질과 세수만 하고서 이부자리를 폈다샘과 나는 황당해서 헛웃음을 몇번 짓다가 바로 뻗었다.


눈을 뜨니 아무도 없었다한 네-다섯시간 잤을까코고는 소리와 이가는 소음은 완벽한 자장가였다역시 육체적인 피로는 꿀잠을 자게하는 원동력이다말짱해진 정신으로 사장에게 전화했다어제 kfc에서 통화를 했기때문에 그의 번호가 내 폰에 남아있었다예약건 관련해서 이야기 좀 하자고 리셉션에서 10분뒤에 만나기로 했다그 사이에 나는 다른 숙소를 급히 알아봤다어쩐지 여기가 좀 싸다 했다인도에서 돈이 정직하다 했지델리에서 잠시나마 나의 가이드가 되어주었던 아르헨티나 친구의 말이 스쳐지나갔다이번에는 금액대를 더 올리고 후기도 조금 더 꼼꼼히 봤다홈스테이면 컨디션이 조금 더 낫지않을까 싶어 호스텔이 아닌 홈스테이로 집을 찾아 다시 1박을 예약했다.


샘은 짐을 챙기고 나는 리셉션으로 내려가 사장을 만났다사장에게 왜 오버부킹했냐고 물었다내가 부킹닷컴으로 예약했고인도인 친구 통해서 전화로 확인까지 했는데 왜 방이 없었냐고 물었다사장은 계속 그게 자기 의무라고 답했다무슨 의무냐고 물으니 이렇게 반복해서 말했다.


“ 손님들이 자꾸 방 없냐고 물어보는데 너는 12시까지 오지 않았잖아그 사람들을 밖에 재울 수는 없잖아너는 부킹닷컴에서 예약만 했지 결제를 안 했잖아만약에 니가 안오면 나는 그냥 하루 날리는거야부킹닷컴은 이걸 책임지지 않잖아.”

나도 되풀이해서 답했다.

알지 알지부킹닷컴은 책임지지 않지그래 니 마음 이해해그래서 내가 가니까 걱정말라고 미리 전화했잖아어제 밤 9시쯤 너한테 전화해서 오늘 새벽에 도착한다고 체크인 괜찮냐고 물어봤잖아니가 괜찮다고 말했잖아근데 왜 방이 없었는데니가 다른사람들한테 방을 팔아서 그런거잖아내 예약을 무시하고.

“ 그니까 너가 이렇게 새벽에 도착하는데 도대체 예약을 왜 한거야?”

그게 뭔상관이야나는 새벽 2시든 4시든 어쨌든 아침이 오기전에 도착할텐데 예약안하면 길거리에서 어쩌라는거야나는 2시간이든 3시간이든 개인 방에서 샤워하고 편한 침대에서 눈 붙이고 싶었다고그건 내 마음이지.

“ 니가 안해도 될 예약을 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니야니가 잘못한거지나는 잘못이 없어손님들이 계속 방 없냐고 물어보는데 뻔히 있는 방을 없다고 할 수 없잖아 

그전까지는 웃으면서 애써 이해해보려는 자세로 접근했다이때부터 나는 웃지 않고 말했다죽어도 자기 잘못이 없다는데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건 명백히 니 잘못이야오버부킹이잖아한 방을 두팀에게 판건데내가 먼저 예약했다고이럴거면 너한테 미리 전화를 왜 했는데니가 코이띠까네이라며언제든 오라며내가 새벽 2-5시에 도착할 것 같다고 말했잖아알겠다며근데 이제와서 니 잘못이 아니라고이건 니가 제대로 운영 못한 니 잘못이야니가 사장이고 결정권자잖아나랑 통화한 사람도 너잖아니가 정 다른 사람한테 넘기고 싶었으면 나한테 전화해서 상황 설명을 했어야지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어.

이렇게 말하니 사장은 말을 바꿨다.

“나는 그렇게 통화한적이 없는데니 친구가 언제 올거라고 얘기 안했어우리 체크인 시간 밤12시까지야니가 안와서 나는 어쩔수 없었어.”


나는 팩트체크를 위해 윗층에 있는 샘에게 전화했다스피커폰으로 물었다어제 우리 전화했을 때 몇시쯤 도착하고왜 그렇게 늦게 도착하는지 전달했는지 물으니 정확하게 전달했다고 답했다그 얘기를 듣고 사장은 샘 탓을 했다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하자 샘은 그걸 듣고 어이가 없었는지 힌디어로 둘이 한참 얘기했다안그래도 피곤한 상태에서 이런 의미없는 감정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나는 샘에게 알겠다고처리하고 올라가겠다고 하고 끊었다그리고 사장에게 다시 말했다.

그래 거짓말 하지말고 팩트만 보자내가 부킹닷컴에 미리 예약했지체크인이 늦을 것 같아서 너한테 늦는다고 미리 전화했지니가 알겠다고 했지왔는데 방이 없었지니가 다른 사람한테 팔았으니까덕분에 나는 여기까지 힘들게 와서 원하지 않는 방에 잤잖아여기서 전화하고 운영하는 사람은 누구야누구 잘못일까?


사장은 못이기는 척 말을 던지듯 사과했다.

오케이오케이이거 내 잘못이야미안미안하다대신에 너 어제 잔거 돈 안내고오늘은 니가 예약한 방 비어있으니까 할인해줄게.”

당연히 돈 안내야지숙소 사기나 다름없는데 내가 왜 내야 하는거야.


센 척했지만 속으로는 좋았다내 목적은 사과를 받고 어제 잔 강당에 대한 지불하지 않는거였다사장이 다른 방을 몇개 보여줬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게다가 이미 다른 숙소를 예약했고이렇게 말이 계속 바뀌는 사장이 운영하는 곳에서 자고 싶지 않았다나는 샘을 불러 열심히 보는척했지만 샘도 내 마음과 같았는지 떠나자고 했다우리는 배낭을 챙겨 그 집을 나섰다가는길에 새벽에 깼던 직원을 만났는데 샘에게 뭔가를 물었다샘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짧게 대답하고 휙 몸을 돌렸다그 직원이 샘에게 어제 잔 숙박비 냈냐고 물었고샘이 내가 왜 내냐고 답했다고 했다직원의 태도로 보아선 이렇게 오버부킹을 시킨게 한 두번이 아닌 것 같았다내가 오버부킹으로 팔팔 뛸 때 그들은 별 일 아니라는 듯 대하고 잘못이 없다는 말투와 행동이였으니까20시간 걸려 도착한 리시케시에는 원하지않는 집이 날 기다리고 있었고, 24시간째가 되던 시간에 나는 그 집을 떠났다다른 숙소로 이동하며 잡은 릭샤는 시세보다 2배를 불렀는데 흥정할 힘이 없어 기사가 원하는대로 지불하고 탔다가는 길에 본 샘의 얼굴은 반쪽이 되어있었다더 자란 수염이 작아진 얼굴을 뒤덮었다반쪽의 샘과 그래도 어제 꿀잠잤다면서공짜개이득ㅋㅋㅋ 이러면서 킥킥 대다보니 릭샤가 여기서 내리라고 한다오르막이 심해서 갈 수 없다길래 알겠다며 무거운 배낭을 다시 메고 걸었다동네가 소박하고 조용하니 첫 숙소보다 좋을 것 같았다실망을 바라지 않으니까 기대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설레고 있었다어쩌면 내가 상상하던 요가의 동네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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