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엑시트 뮤직, 그리고
공연이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곧이어 마지막 장면, 마지막 대사, 마지막 음악이 흐른다. 장막이 내려오고, 모든 조명이 꺼진다. 관객들이 박수를 친다.
뮤지컬은, 끝난 것일까?
모든 뮤지컬은 이야기다. 어떤 배경을 지닌 주인공이 소개되고, 그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이에 따라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 그 흐름에 집중하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그 세계 속의 관찰자가 되어 있다. 커튼이 드리워져서야 비로소 무대 밖 현실로 돌아가야 함을 깨닫는다.
그런데 공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커튼은 다시 천천히 열린다. 배우들은 앙상블부터 조연, 주연까지 순서대로 인사를 한다. 무대 위에서 죽었거나 떠난 캐릭터라도, 다시 무대에 선다. 극 중 인물의 흔적이 조금은 남아있는 채로, 하지만 이제는 배우 그 자체로.
관객들의 박수는 계속된다. 이제 관객들은 이야기와 그 캐릭터들이 아니라 배우들을 향해 박수를 보낸다. 커튼콜 인사는 이야기가 끝났음을 실감하는 순간의 아쉬움과 여운을, 배우들과 관객들이 함께 다독이는 순간이다.
배우들의 인사 뒤에는 오케스트라의 인사가 이어진다. 내내 연주자들에 시선이 가 있던 지휘자가 드디어 관객을 향해 인사를 할 때, 우리는 새삼 공연의 긴장감과 흡입력을 완성한 건 배우들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는 정말 끝난 것 같지만, 이제부터 엑시트 뮤직, 즉 퇴장 음악이 시작된다. 배우들뿐 아니라 관객들 역시 공연장을 퇴장할 때 연주되는, 에필로그와 같은 음악이다. 공연 마지막 장면에 연주되었던 음악이 살짝 변주가 되어 커튼콜 음악이 되고, 그게 또 한 번 변주되어 엑시트 뮤직으로 이어진다. 어떤 공연에서는 매일 엑시트 뮤직의 마지막 연주가 달라지고, 크리스마스나 새해 때면 그에 맞추어 달라지기도 해, 매일의 엑시트 뮤직을 비교하며 듣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엑시트 뮤직이 끝나면, 모든 음악이 끝난다. 배우들은 이미 진작 무대 뒤로 사라졌고, 음악도 멈추었고, 관객들도 모두 극장을 떠났다. 이제는 정말, 뮤지컬이 끝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무대가 완전히 막을 내렸다고 해서, 이야기가 끝나는 건 아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공연을 곱씹어보는 시간이 남았다. 함께 본 사람과 각자 느낀 걸 공유하고, 잠들기 전에 마음속에 콕 박힌 대사와 가사를 한 번씩 떠올려본다. 한 달쯤 뒤에 다시 꺼내본 티켓에서는 공연의 뭉클함이 되살아난다. 공연의 잔향이 남아있는 한, 추억하고 되새기는 시간에는 끝이 오지 않는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제작자 브라이언 힐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It's a one-act play, and we often say Act II is actually the drive home, with people talking about what they saw."
(이 작품은 단막극이지만, 저희는 종종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사실은 2막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어쩌면, 뮤지컬 공연에 끝이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관객이 기억하는 한, 뮤지컬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끝이 없다는 생각으로, <뮤지컬의 뮤 2편>을 마무리합니다. 내년에 3편 연재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