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말 대신
영어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레 몇 가지 접두사에 익숙해진다. 대부분 라틴어나 그리스어에서 왔지만, 영어에도 워낙 자주 등장하다 보니 처음 보는 단어도 대충 의미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write(쓰다)에 're-'가 붙으면 rewrite(다시 쓰다)가 되고, national(국가적인)에 'inter-'가 붙으면 international(국가 사이의, 국제적인)이 된다. agree(동의하다)에 'dis-'가 붙으면 disagree( 동의하지 않다)가 되고, happy(행복한)에 'un-'이 붙으면 unhappy(불행한, 행복하지 않은)가 된다. 규칙만 알면 단어들의 뜻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늘 예외는 있다. 대표적으로 inflammable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접두사 'in-'을 부정의 의미라고 배우고 익힌다. inactive(비활성화된), incorrect(틀린), incomplete(불완전한)처럼. 그런데 inflammable의 'in-'은 부정이 아니라 'in/into'를 뜻하는 라틴어 어원에서 왔다. 라틴어 inflammare는 '불을 붙이다'라는 의미였고, 그렇기에 영어 단어 inflammable은 '쉽게 불이 붙는'이라는 뜻이 되었다.
그런데 이 단어는 원어민들까지도 헷갈리게 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단어 특성상 단순한 언어 혼동을 넘어 안전사고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물건 따위에 적힌 'inflammable'을 경고 문구로 보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불이 붙지 않는 물건이라고 착각해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20세기 중반부터는 flammable이라는 단어가 더 널리 쓰이게 되었다. 지금도 inflammable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조금 더 직관적인 단어, 누구나 그 뜻을 이해할 만한 분명한 단어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익숙한 접두사에도 뜻을 유추하기 어려운 단어는 inflammable만이 아니다. invaluable 역시 '가치가 없는'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매우 가치가 높아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인'의 뜻을 지닌 단어다. disinterested 역시 '관심 없는'이라고 해석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아 공정한, 편파적인, 편견 없는'이라는 뜻이다.
규칙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단어들도 있지만, 가끔 이런 예외의 단어들도 있다. 보이는 것만큼 모든 단어들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단순할 수 있다. inflammable이라는 단어 대신 flammable이라는 단어를 택하게 되었듯, 결국 언어의 목적은 어려운 단어를 최대한 많이 아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오해 없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데에 있으니까.
대화를 할 때는 헷갈릴 만한 어려운 단어들 대신, 내가 확실히 아는 단어들을 고르면 되는 일이다. 모르는 단어는 5초만 시간을 들여 찾아보면 된다. 서로의 사전 사이의 간극을 좁혀가며, 공통적으로 익숙하고 친숙한 단어들을 찾아가는 것. 가장 단순한 대화가, 어쩌면 가장 좋은 대화일지도 모른다.
뜻을 오해하기 쉬운 단어들
inflammable, flammable: 불이 잘 붙는 (nonflammable, fireproof: 불이 안 붙는)
invaluable: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매우 귀중한 (worthless, valueless: 가치가 없는)
disinterested: 이해관계가 없어 공정한 (uninterested: 관심 없는, 흥미가 없는)
unloosen: 느슨하게 하다, 풀다 ('loosen'과 동일한 의미로 'un-'은 강조의 의미로 붙음, 요즘은 더 짧고 단순한 'loosen'을 더 많이 씀)
comparable: 견줄 만한, 비슷한 수준 ('compare(비교하다)'의 뜻 때문에 '완전히 다르다'라고 오해하기도 하나, 실제로는 유사성을 강조하는 의미)
sanction, oversight, left 등 상반된 뜻을 동시에 품는 단어들 역시 오해의 소지가 많음 (참고: 3화 Oversight https://brunch.co.kr/@felizerin/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