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밥 먹는 사이
'식구(食口)'라는 말은 먹을 식 자에 입 구 자를 쓴다. 함께 끼니를 나누는 사람이, 식구인 것이다. 본래 한 집에 사는 가족을 의미하지만, 때로는 회사나 단체 함께 속해 동지애가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영어에도 비슷한 단어가 있다. 바로 company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뜻은 아마 '회사'일 것이다.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다 되뇌고, 출근하자마자 퇴근을 꿈꾸게 만드는 그곳을 부르는 말이, 사실은 식구와 비슷한 의미에서 출발했다.
company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후기 라틴어 companio를 만나게 될 것이다. 'com'은 '함께', 'pan, panis'는 '빵'이라는 뜻으로, 직역하면 '함께 빵을 나누어먹는 사람'이다. 식사를 함께하는 사람, 더 나아가 가까운 친구, 동료, 동반자 등을 뜻하게 되었다. 우리말의 식구처럼, 서양에서도 예로부터 밥 한 끼 정도는 같이 먹어야 가까운 사이라고 여겼나 보다.
이후 시간이 흘러 중세를 거치면서, 영어에 companion이라는 단어와 company라는 단어가 구분되었다. companion은 여전히 친구, 동행 등의 의미로, company는 집단이라는 의미로. company는 중세 이후 상인, 동업자 모임 등을 칭하게 되면서 오늘날의 회사를 뜻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company가 단지 회사만을 뜻하지는 않고, 함께 있다는 본래 의미 또한 지니고 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칭하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I enjoy your company. 너와 함께 있는 게 좋아.
We're having company over for dinner. 오늘 저녁에 손님이 와.
공연예술의 세계에서는 회사, 단체의 의미와 동료, 친구 사이 그 어딘가를 뜻하기도 한다.
The cast and company gave an outstanding performance. 출연진 전체가 훌륭한 무대를 선보였다.
Hadestown Original Broadway Company 뮤지컬 <하데스타운>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초연 출연진)
company는 주연을 둘러싸고 같은 무대에 서는 사람들,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공연을 완성해 가는 출연진 모두를 뜻한다. 꼭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건 아니더라도, 같은 목적을 향해 시간을 쌓아가는 사람들을 company로 보는 것이다.
가족, 친구, 동료 모두, 어느 정도 이상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이다. '밥을 먹는 사이', '빵을 나누는 사이'는 어찌 보면 굉장히 정확한 표현이다. 함께 식사를 나눈다는 건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이니까.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장인은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을 동료들과 함께 보낸다. 업무 중에는 저마다 바쁘고 딱딱하게 시간을 보낼지라도, 점심시간만큼은 다르다. 전날 알게 된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거나,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 회사 내 공공의 적을 함께 흉보며 웃음을 나눈다. 마음이 맞는 동료와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company가 된다.
우리가 '같이 일하는 사이'가 아니라 '같이 밥 먹는 사이'라고 생각하면, 회사 생활이 아주 조금은 더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동료들과도 한 겹 정도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아님 말고.
company의 다양한 쓰임
She works for a publishing company. 그녀는 출판사에서 일한다.
I'd like to keep you company. 네 곁에 있어주고 싶어. (keep someone company)
We’re having company tonight. 오늘 밤에 손님/방문객이 와.
The cast and company were in perfect harmony on stage. 출연진 모두가 무대 위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