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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백수 방쿤 Jan 05. 2023

골드짐 베니스점을 가다

Since 1965, 바디빌딩의 성지

비루한 멸치라도 전 헬스가 좋습니다

    2021년 헬스를 시작한 뒤로 바디빌딩에 지대한 관심이 생겼다. 1주일에 못해도 세 번 이상은 헬스장에 가서 쇠질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체질이 되었고 작년 여름에는 어찌어찌 쥐어짜서 바디프로필까지 담는데에 성공했다. 그 뒤로 결혼을 준비하고 신혼여행을 미국으로 오면서 반드시 다짐했던 첫 번째 버킷리스트, 바로 바디빌딩의 성지라 불리는 '골드짐 베니스점'에 방문하는 것이다. 신혼여행에서 헬스장을 간다니까 되려 친구들이 신부 허락은 받은거냐고 물어봤지만, 막상 나를 헬스인으로 만든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이 바로 아내였기에 함께 골드짐에 가기로 해둔 상태였다. 부부 사이에 건강한 취미를 공유하는것 만으로도 인생의 큰 기쁨인듯 하다.


아침 식사를 위해 들른 공항호텔 근처 샌드위치집
Reuben / California Dee-Lite

    아침식사는 공항호텔 근처의 샌드위치집을 방문했다. 구글 평점도 높고 호텔 바로 옆에서 아침 일찍 영업하길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루벤 샌드위치와, 이 가게만의 오리지널 샌드위치인 캘리포니아 디-ㄹ라잇을 시켰는데 생각 이상으로 정통적인 맛이었다. 좋게 말하면 재료의 맛이 살아있는데, 나쁘게 말하면 겁나게 짜고 자극적이었다. 덕분에 아침잠이 확 달아났다. 루벤샌드위치에 들어간 햄의 빛깔만 봐도 알겠지만, 저 빛깔 수준으로 자극적인 짭조름한 맛이 입안에 한가득 돈다. 캘리포니아 딜라잇은 칠면조가슴살과 함께 아보카도 등 딱 봐도 헬스인들이 먹을만한 구성이었다. 그 외의 메뉴들은 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며, 혹시 LAX 근처에서 하루 묵게 된다면 다양한 샌드위치와 맛있는 커피 한 잔 하시면 좋을듯 하다.


산타모니카 숙소 : SHORE HOTEL

    공항호텔에서 Lyft를 불러 다음 숙소로 이동했다. 날짜를 착각해서 하루 뒤로 예약해둔 바로 그 호텔 이다. 산타모니카 해변 바로 옆에 있어서 도보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 가능하고, 골드짐까지 차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위치에 있다. 원래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체크인 시간 전까지 헬스장을 다녀오려 했는데 혹시 몰라 얼리체크인을 부탁했다. 유료서비스라는 말에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서려던 그때, 정말 마지막을 위해 아껴둔 필살기를 시전했다. 


"We are on honeymoon."

    그러자 직원이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더니, 어이쿠 웰컴 환영해 친구들 내가 몰라봤네 진작 말하지 그랬어. 수준으로 잠깐만 이거 마시면서 기다리라며 초콜렛과 웰컴 샴페인을 갖다줬다. 로비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잠시 기다리니 룸이 준비 되었다고 앞으로 불편한거 있음 언제든 말해달라 하면서 체크인에 성공했다. 배정받은 방은 비록 오션뷰/풀뷰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테라스까지 딸린 쾌적한 방이었다. 며칠을 묵는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을 수준. 가볍게 짐을 풀고 헬스장으로, 아니 골드짐으로 이동했다.


어서오게 이방인이여, 헬스의 성지에 온것을 환영하오

    원래는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하려고 했으나 골드짐 근처에 홈리스 정착촌도 있고, 번화가에 자리잡은 것도 아닌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버를 타고 이동했다. 산타모니카에서는 편도로 $10-$15 내외로 나오는듯 하다. 막상 도착한 골드짐은 생각보다 엄청 크거나 으리으리하지는 않았다. 그저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긍정적이고 에너제틱한 기운이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정도랄까. 


간단한 회원 등록과 무료 락커
입구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부스터/프로틴 등, C4 드링크가 따로 나오다니 역시 미국

    여행으로 한 번만 운동 하더라도 회원등록은 필수다. 미국에서 발급받은 미국 폰번호와 호텔 주소를 적으니 간단하게 등록이 완료되었다. 원래 타 골드짐들은 프리패스로 무료 운동도 가능하다고 하던데, 베니스 지점은 프리패스가 불가능하다. Level 4 1Day Pass$50. 그런데 이 '1일권'이 정확히는 '24시간권'이다. 즉, 결제 시점을 기준으로 24시간 내에는 자유로운 출입 및 운동이 가능한 패스인 셈이다. 내가 만약 오후 1시에 패스를 결제했다면, 저녁에 한 번 더 오고 다음날 아침운동을 또 와도 괜찮다. 국내에서 잘 나가는 헬스장들도 '1회 출입용 1일권'이 2만원 정도인걸 따져보면 골드짐의 24시간권은 두 번만 방문해도 사실상 국내 헬스장과 큰 차이 없는 가격이다. 마냥 비싸다고 생각하지 말고, 당신이 진정한 헬스인이라면 2회 방문을 목표로 Level 4 Pass를 결제하자. 그리고 데이패스를 결제하면 숨겨진 혜택이 추가로 있는데, 골드짐 내에서 판매하는 MD상품(식품 제외)에 20% 할인이 적용된다. 시즌 오프 세일 상품에도 추가로 20%가 붙는 등 의류나 헬스용품 등 골드짐 마크가 들어간 굿즈를 사고 싶다면 데이패스 결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무료 락커는 입구로 들어가는 방향 기준으로 우측 벽 뒷편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에서 종종 보게될 형태의 락커인데, 열려있는 아무칸이나 골라서 비번 설정 후 잠그면 설정한 비번으로 셋팅된다. 그 후 숫자를 바꿔두면 잠기는 형태. 다시 열고 싶으면 잠글때 설정한 비번을 맞춰서 열어서 사용하면 된다. '열려있는 칸 > 비번설정 후 손잡이 잠금 > 번호 바꿔서 완전 잠금'의 순서를 기억하면 어렵지 않다. 아내와 함께 데이패스 결제 후 C4를 사서 입장했다.


드디어 왔다 골드짐 베니스

    입구에는 들어보기는 커녕 손을 대는것도 부담스러운 수준의 거대한 덤벨이 맞이하고 있다. 골드짐 베니스는 실내와 실외 모두 다양한 운동 공간이 존재하고 어느정도의 타겟 부위별/운동 목표별 섹션이 정해져 있으므로 한 바퀴 전체적으로 둘러본 후 원하는 운동을 자유롭게 실시하면 좋다. 기본적인 바디빌딩과 헬스는 물론, 가벼운 크로스핏이나 머슬업 종목도 충분히 도전 가능한 운동인의 천국같은 곳이다. 방문한 날은 등운동 하는 날이라 등 위주로 하되, 가능한 모든 종목을 깔짝이고 싶었다.

하는 내내 감탄했던 플랫 버티컬 그립 - 우리 헬스장엔 이거 왜 없어....?

    케이블 랫풀 다운만 해도 종류와 그립, 케이블의 장력 등 다양한 머신들이 자리잡고 있어 취향껏 골라서 진행하면 된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머신 하나를 영상으로 남겨둔다. 생전 처음보는 그립이었는데, 심지어 그립도 어디서 사온게 아니라 누가 봐도 DIY로 차고에서 용접해온듯한 느낌이었다. 언뜻 맥그립과 비슷한것 같으면서도 투박한, 플랫 그립에 푹 빠져서 요거만 4세트를 먹였다. 

널찍한 실내와 자유로운 실외 공간
영상에서나 보던 타이어 뒤집기도 가능

    헬스장을 1인 $50 주고 오는게 제정신이냐, 라며 몇몇 친구들이 놀려대도 헬스를 2-3년 푹 빠져서 해본 경험이 있는 모든이에게 골드짐은 그야말로 헬스 테마파크다. 이 기구 질리면 저 기구 옮겨가는것도 쉽고, 이 방에 있는 기구 다 써봤으면 저 방으로 옮겨가도 좋고. 아, 그래 딱 롯데월드 느낌인것 같다. 실내에서 놀다가 좀 더 익스트림하게 놀고 싶으면 매직아일랜드로 옮겨가는 기분이랄까. 실내에서 실컷 즐기다가 해 지기 전에 바깥 공기도 쐬어보고 싶어서 바깥으로 이동했다. 타이어 뒤집는 코스가 준비되어 있어서 작은 타이어로 가볍게 성공.

요거도 먼가 크로스핏 재질이라 당겨봄
가장 재밌었던 호이스트 랫풀다운
어느덧 하루를 마무리하는 골드짐과 산타모니카의 노을

    두 시간 정도 신나게 운동하고 하루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즈음 숙소로 복귀했다. 북미지역은 낮이 짧은 느낌이라 아쉬웠는데, 12월 초에 5시도 안 되어서 해가 졌다. 밤이 일찍 찾아온다는건 그 만큼 나이트 라이프를 길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래도 낮보다는 밤이 좀 더 불안했기에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부분은 아쉬웠다. 아무튼 첫 날의 골드짐 이용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아침, 우리는 다시 골드짐을 찾아갔다.


아침 운동 하러 가는 차 안에서 / 놀라운 성분의 드링크

    아침부터 택시타고 헬스장 가는 신혼부부라니. 어제는 C4를 마셨는데 오늘은 거의 공복 상태로 운동하는거라 조금 더 빡센 드링크를 골랐다. 성분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팔기는 어려운 수준으로 때려박은 드링크를 골랐고, 다행히 운동이 잘 박혀서 어깨와 팔, 하체를 함께 진행했다. 이거저거 다 드셔본 분들은 저거 한 병이면 부스터 몇 종을 조합해야 할지 얼추 감이 잡히실지도.

아침공기 마시면서 암컬

    어제 동선을 놓쳐서 가보지 못한 야외영역을 먼저 이용하기로 했다. 유산소 많은 구역에서 잘 보이는 바깥쪽이 아니라, 화장실이 있는 쪽 긴 복도를 지나면 나오는 구역으로 골드짐 입구에서 보이는 그 영역이다. 여긴 PT수업이 주로 진행되는 공간으로 대체로 원판 꽂아서 진행하는 머신종류가 많았다. 상하체 구분없이 모든 종목의 머신이 하나 이상씩은 있어서 밀도있게 운동을 수행하고 싶다면 이 구역도 좋다. 

평화로운 아침 공기와
그렇지 못한 하체
안녕하지 못하다구요 핵스쿼트

    각도가 요상한 머신 레그프레스가 있어서 진행해봤는데, 핵스쿼트와 묶어서 해주면 여러모로 하체를 아작내기 좋을것 같았다. 평소 다니는 헬스장에 핵스쿼트가 없어서, 직근 이상으로 먹이기가 어려웠는데 가볍게 가동범위를 살려서 차근차근 맛있게 먹어줬다. 확실히 첫 날 대부분의 영역을 경험해봐서 그런지 다음날 아침 방문때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를 찍는것 같지만 사실은

    기분이 좋아서 어제는 시도하지 못한 풀업도 시도해봤다. 물론 나만 찍은것은 아니다. 끝까지 보며 여러모로 좋은 풍경이 기다리고 있으니, 햇살 듬뿍 받으며 광합성으로 근육을 합성하는 좋은 경험이었다. 

누가 보면 골드짐 VIP 회원인줄

    마무리로 아내는 유산소존에서 천국의 계단 45분을 탔고 나는 어제 미처 진행하지 못한 뒷벅지 운동과 어깨 운동을 했다. 모든 운동이 끝나고 셀카존 앞에서 가볍게 셀카를 찍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번 골드짐 방문은 단순히 신혼여행이라서, 해외여행이라서가 아니라 한 명의 운동인으로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24시간동안 무제한으로 방문 할 수 있는 데이패스도 감격이었지만 실제로 헬스장을 이용하는 다양한 인종과 성별 연령의 사람들을 보며 정말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는 거대한 헬스 테마파크같았다. 우리나라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열심히 하는 장년/노년층을 보기 정말 드문데에 비해 골드짐에서는 거의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본인에게 맞는 수준의 중량과 코스로 중량운동을 함께 수행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습관은 평생을 가는듯 하다. 나도 아내와 함께 꾸준히 평생 운동하는 삶을 살며 보다 천천히 그리고 멋지게 늙어가는 삶을 살고 싶다. 그 때까지 부디 관절아 잘 버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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