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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백수 방쿤 Jan 10. 2023

나파밸리만 아는 당신에게

LA에서 가장 가까운 와이너리 타운, 테메큘라(Temecula)

테메큘라 최고의 와이너리중 하나, Wilson Creek

    미국 서부 여행을 하면 한 번쯤 와이너리 단지를 여행해보고픈 마음이 생긴다. 굳이 와인을 즐기지 않더라도, 나파 밸리 정도는 다들 알고 있으니까. 우리 역시 이번 신혼여행을 미국으로 오면서 꼭 현지 와이너리 투어를 하고 싶었다. 다양한 술을 마시다가 와인에 정착해서 1주일에 와인 한 두 병은 항상 마시는 만큼, 미국 서부의 은총을 받은 현지 와인을 직접 마셔보는 체험이야말로 우리의 허니문을 빛내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컨텐츠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파밸리를 가장 먼저 알아봤는데, 찾아보니 LA에서는 차로 8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었다. 아 역시 미국땅 넓다. 


    그렇다고 와이너리를 안 갈수는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글에 'LA 근처 와이너리'를 검색하니 테메큘라(Temecula) 라는 지역을 찾았다. 우리가 머무르던 산타모니카에서도 불과 2-3시간이면 도착하기에, LA에서 마음만 먹으면 당일치기도 가능한 곳이었다. 구글 지도를 좀 더 찾아봤고, 심사숙고 끝에 테메큘라에서 3박을 머무르기로 결심한다. 다녀와서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고, 우리가 만약 다시 LA를 찾는다면 그건 산타모니카도 할리우드도 아닌 테메큘라 덕분일 것이다. 


50여개의 와이너리가 계곡에 가득 차 있다

    우선 테메큘라는 LA 중심지 보다는 샌디에이고와 좀 더 가깝다. 인구 불과 10만의 작은 소도시지만, 50여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즐비해 있는 숨겨진 와인 명소다. 크게 와이너리 지역(발레 데 로스 케발로스)와 시내 중심지역(테메큘라 올드타운)으로 나뉘어 있으며 숙소 역시 두 지역 중 한 곳에 잡으면 편하다. 나와 아내는 무난한 호텔로 갈까 하다가 와이너리 한복판에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3박을 묵었다. 테메큘라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테메큘라 와이너리 관광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좋다.




호텔 체크아웃 후 렌터카 빌리려 대기 중

    산타모니카 쇼어 호텔을 체크아웃 하고, 로우스 호텔 산타모니카 지하에 있는 AVIS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차종은 등급 지정에 랜덤이었으며, 혼다 시빅 스포츠 모델을 받았다. 호텔에서 바로 출발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호텔은 대리점 창구 같은 역할을 하고 어차피 차량 영업소로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AVIS는 이번에 처음 써봤는데 뭔가 쿨하지만 허접한 느낌이랄까. 중고차 시장인지 모를 가조립 건물에서 수속을 밟고 키만 받아서 'Your car is there, black one' 한 마디 듣고 바로 시동 걸고 출발했다. 


4일간 함께 한 미국 첫 렌터카와 밤늦게 도착한 테메큘라

    차가 작아서 걱정했는데 28인치 캐리어 두 개가 트렁크에 딱 들어갔다. 중간에 미국에 사시는 막내이모네에 들러서 인사도 드리고 스테이크도 얻어 먹고 나니 다소 시간이 걸렸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다루도록 하고, 어두워져서 들어가는 테메큘라는 인적도 뜸하고 가로등도 몇 없어서 다소 무섭기도 했다. 그 만큼 바쁜 세상과 멀어져서 유유자적 살다 가라는 신호였을까.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다가 간신히 도착한 에어비앤비 숙소는 생각 이상으로 아늑하고 쾌적했다.


침대 위에 놓여진 웰컴 기프트와 도착 후 소박한 한 잔

    우리가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는 여기다. 유명한 와이너리들이 차로 5-10분 내에 모두 자리잡고 있으며, 호스트는 매우 친절했다. 상주하는 젊은 직원도 있고, 게스트 하우스 처럼 몇몇 시설은 공용으로 사용하지만 모든 게스트들이 와이너리를 방문할 만큼의 교양과 상식이 있어 다들 젠틀하고 유머러스했다. 예약할 때 허니문이라고 적어두니 샴페인을 함께 주셔서 즐겁게 축배를 들 수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샴페인으로 처음 만난 Wilson Creek 와이너리가 우리 기준으로는 가장 좋은 와이너리에 꼽혔다. 이 곳은 다음 글에서 테메큘라 와이너리 정리와 함께 추가로 다뤄보고자 한다. 샴페인과 레드 와인을 한 병씩 마시고 조금은 좁지만 아늑한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테메큘라의 아침, 포도나무가 가득한 들판 위로 열기구가 떠오른다

    다음날 아침, 일출 시간쯤에 테라스로 나갔다. 테메큘라 와이너리의 명물 중 하나가 바로 열기구 투어다. 직접 타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번에 묵은 숙소의 테라스에서 열기구가 한 눈에 다 들어와서 충분히 눈으로 즐겼다. 처음엔 한 개 정도만 떠 있어서 잠깐 보다가 샤워하고 나오니 그새 여러 개의 열기구가 떠올랐다. 맑은 하늘에 떠오르는 열기구 만큼이나, 오늘의 와이너리 투어도 무척이나 기대됐다. 


    일단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가장 가볼만한 와이너리를 추천 받았고, Wilson Creek과 Mount Palomar 두 곳은 반드시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거기에 경로상 하나를 더 넣어야 했는데, 최근에 유튜브에서 테메큘라 와이너리를 검색하다가 나온 Bottaia 와이너리까지 해서 세 곳을 선정했다. 차가 없으면 이동이 다소 어려워서, 처음엔 전기자전거를 빌려서 다닐까 했는데 그러자니 둘 다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 같아서 결국 오늘은 아내가 내게 양보를 해줬다. 대신 다음 날은 내가 운전을 하기로 하고. 번갈아서 운전하며 한 명에게 몰아주려면 최소한 이틀은 즐겨야 하는 만큼 테메큘라에서는 최소 3박은 각오하고 움직이는게 좋다. 아, Viator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와이너리 투어 예약도 가능하니 함께 취하고 싶다면 유료 테이스팅 투어를 신청해보자.


첫 방문지이자 가장 마음에 들었던 Wilson Creek

    와이너리에서 테이스팅 하는 가격은 보통 $25 정도로 통일되어 있다. $20~$30 안팎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평균적으로 티켓 하나당 $5 정도를 지불해서 마시는데 일반 와인 테이스팅보다 훨씬 많은 와인을 줘서 조금 당황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티켓 하나만 살걸 싶었지만, 뭐 어쩌겠나 기왕 이렇게 된거 실컷 와인을 즐기기로 결심했다. 첫 와이너리에서 부터 거의 10잔을 마시니 이후 와이너리 투어는 이미 취한 상태로 다니기 시작했다. 오예 신난다.


다음으로 들른 Bottaia, 다소 Fancy한 분위기였다

    다음은 Bottaia 와이너리를 들렀다. 허니문 티를 좀 내니 웰컴 샴페인까지 총 8잔을 마실 수 있었다. 가격은 윌슨크릭보다는 좀 더 비쌌는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이 곳은 이탈리아 품종을 캘리포니아에서 키워 나름의 캐릭터를 갖춘 와이너리였다. 그 외 특별한 강점은 없었으며 와이너리를 바라보면서 가볍게 식사와 와인을 같이 즐기면 좋을듯한 곳이다. 


마지막으로 들른 Mount Palomar

    마지막으로 들른 Mount Palomar 와이너리는 야외 공연도 즐길 수 있었다. 널찍한 야외 공간에서 음악과 함께 즐기는 테이스팅이 대단히 즐거웠다. 이 곳에서는 스티커 같은 티켓을 제공하는데, 어떤 와인은 스티커 한 장이고 어떤 와인은 스티커 두 장이 필요하고 그런 시스템이다. 즉, 테이스팅 티켓 하나로 6잔을 마실 수도 있고, 고급 와인은 3잔을 마실 수도 있는 셈이다. 지금 와이너리 및 와인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불친절한 이유는, 다음 글에서 와이너리들의 특징들을 좀 더 서술하고자 함이다. 이 글은 가볍게 테메큘라에서 직접 가본 와이너리들에 대한 간단한 기록일 뿐.




점점 얼굴이 빨개지는 방쿤 아저씨

    테메큘라에서의 첫 날은 세 곳의 와이너리에서 20잔 정도의 와인을 마시고 조기 철수 했다.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듬뿍 받아 자란 포도로 맛있게 담근 와인을 즉석에서 마실 수 있다니, 당연히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나파밸리를 갔더라도 즐거웠겠지만, 적어도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끼리 놀고 즐기는 알콩달콩한 신혼여행 분위기는 낼 수 없었을것 같다. 여행하는 내내 한국 사람은 커녕 동양인 자체가 거의 없던 동네니까. 나파밸리를 가보셨던 분들이라도, 가볍게 새로운 미 서부 와이너리를 돌아보고 싶다면 추천드리며 특히 LA 여행에서 신선하고 여유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적어도 우리 부부는, 미국에 다시 가고 싶은 이유 하나를 더 만들어 왔으니까. 


아, 역시 미국사람이 찍어주는 미국여행사진이다

    멋은 무슨, 둘이 레-자 자켓 입고 다니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니 그 자체로 좋았다. 아내는 잔 들고 포즈만 잡은 다음에 마시지 않았기에 결국 저 두 잔도 모두 내 뱃속으로 들어갔지만. 윌슨 크릭은 정말, 아무리 취해도 계속 생각이 나서 결국 다음 날도 우리 부부는 윌슨 크릭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 거기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어메이징 테메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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