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끝의 작은 용기

처음으로 내민 작은 표현이 남긴 여운에 대하여

by 새벽의숲

사람을 만난다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 앉아 무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건, 언제나 크고 낯선 결심이었다. 그래서 소셜링이라는 자리에 발을 들였을 때도, 그저 그곳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이미 꽤 큰 용기를 낸 셈이었다.


분위기는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적당히 차분한 흐름이었다. 한 테이블에 일곱 명씩 앉아 한 시간마다 자리를 바꾸는 구조라, 누구와도 깊은 대화를 나누기엔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었다. 특별히 무슨 말을 나눈 것도 아닌데, 상대방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모습이 유독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 작은 모습 하나가 내 안에서 자꾸 커져갔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 아까웠고, 그런 나 자신이 조금 답답했다. 이번만큼은 마음속에만 두지 않고, 아주 작게라도 표현해보고 싶었다.


늦은 밤, 조용한 방에서 휴대폰 화면만 켜둔 채 나는 고민에 빠졌다. 평소 같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 DM을 보내보기로 마음먹었다. 생각은 많아졌다. 이런 방식의 접근이 일반적인 건지, 괜히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지—온갖 물음표가 머릿속을 채웠다.


조심스럽게 문장을 써 내려갔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마음을 건네는 문장을 골랐다. ‘첫인상이 좋았다’는 말은 너무 이성적일 것 같아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게 아쉬워서’로 바꿨고, 상대가 부담스러울까 봐 ‘답을 안 해도 괜찮다’는 말을 넣었다가, 그 말이 오히려 자신감 없어 보일까 봐 다시 지워보기도 했다. "기억에 남지 않으셨을 수도 있지만"이라는 말에는 내 조심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었고, "편하게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라는 말속에는 미묘한 기대와 긴장이 함께 녹아 있었다.


마침내,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답장이 왔다. 그 순간의 안도감을 잊을 수 없었다.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다시 한번 용기를 내 두 번째 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서두르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대화의 끈이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그다음 답장은 오지 않았다.


답장이 없는 동안 나는 몇 번이고 화면을 확인했다. 알림이 뜨지 않는 화면이 낯설고 무거웠다.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가 다시 뒤집기를 반복하며 복잡한 마음을 달랬다. ‘바빠서 못 본 걸까?’, ‘예의상 한 번 답한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보낸 말에 혹시 실수가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보기도 했다.


그 사람의 무반응이 꼭 나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머리로는 이해했다. 마음은 이유를 찾고 싶어 했지만,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작게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꼭 나에게서만 원인을 찾지 않아도 괜찮아."


결국 나는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지금의 나에겐 작은 한 걸음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으니까. 더 붙잡지 않아도 괜찮았다. 내 안에 떠오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천천히 흘려보내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이번만큼은 나를 다독이며 다음을 준비하는 편이 좋았다.


이 기록은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내게는 삶의 방향이 아주 조금 바뀐 순간이었다. 표현하지 못하던 내가 아주 작게나마 표현할 수 있었던 순간. 그리고 그 덕분에 스스로를 조금 더 아끼고 존중하게 된 순간이었다.


언젠가 내가 이 글을 다시 읽을 때, 이렇게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의 나는 솔직해지기 위해 애썼고, 그렇게 내민 작은 진심이 나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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