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인 내가 말할 수 있었던 공간들에 대하여
"나 결혼해. 네가 축가 해줄 수 있어?"
기대와 긴장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버스에서 벨을 누르는 일조차, 마음을 여러 번 다잡아야 가능하다.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 서는 일은, 늘 망설여진다.
그래서일까. 나는 '공간'에 민감한 사람이다.
어떤 곳에서는 말 한마디조차 어렵고,
어떤 곳에서는 조금 더 편안해진다.
예를 들어, 술자리에서 갑작스레 노래를 시키면 당황하지만,
노래방이라면 기꺼이 마이크를 들 수 있다.
노래가 허용된 공간이 주어질 때, 나는 그 안에서 자연스러워진다.
대학 시절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던 기억.
누나의 결혼식에서 친구와 함께 부른 축가.
그때의 무대도 이상하게 불편하지 않았다.
정해진 역할과 공간이 있다면, 나는 조금씩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축가라는 부탁도, 조심스럽게나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왕 하기로 한 거, 잘해보고 싶었다.
보컬 레슨을 알아봤고, 작은 연습실은 또 다른 '노래의 공간'이 되었다.
처음엔 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색했지만
그 공간 안에서는 점점, 내가 편해졌다.
목소리가 떨리던 시간은 지나고, 노래는 점점 나의 것이 되어갔다.
축가라는 목적은 여전했지만, 이젠 그게 없어도 계속하고 싶어졌다.
어떤 공간에서의 경험이, 나를 조금 바꿔놓은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가끔, 이런 상상도 해본다.
"버스킹... 같은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길거리라는 공간은 아직 낯설다.
하지만 언젠가, 그 공간도 내 안에 편안해지는 날이 올까?
그렇게 스쳐간 상상 하나가 내 안에서 자라나고 있다.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을 함께 준비한 덕분에,
나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조용히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을 함께 나눠준 친구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