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말과 마음이 어긋나는 순간들에 대하여

by 새벽의숲

일상 대화 중 문득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이 있다. 상대방이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빠르고 깊게 스며들어, 내 감정이 잘려나간 듯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어떤 말은 내 마음의 맥락을 무시하고, 어떤 대답은 내 말을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해 버린다. 진심을 담아 전한 말이 인정받지 못하고 흩어져버릴 때, 그리고 성급한 판단과 자의적 해석으로 진심을 보지 못하는 태도가 쌓일 때, 마음은 조용히 멀어진다.

이 불편한 감정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처음엔 단순히 '내 말을 듣지 않았다'는 서운함인 줄 알았다. 하지만 더 깊은 감정이 있었다. 내가 느낀 것은 나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한 발짝 물러서 생각해 보면, 그런 말들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표현이 서툴렀을 뿐 의도는 달랐을 수도 있고, 전달되지 못한 진심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어긋난 말들이 얼마나 오래 마음에 머물며 무엇을 바꿔놓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말과 마음은 완벽히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듣고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고, 같은 마음도 표현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이렇게 말과 마음이 어긋나는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서운함을 키우고, 때로는 뒤늦은 후회를 품는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다음엔 누군가의 말 너머에 감춰진 마음까지 함께 듣자고. 언어의 표면만 보지 않고 서툰 애정이나 조심스러운 배려를 놓치지 않겠다고. 동시에 나 역시 서투르더라도 진심을 따뜻한 말로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내 감정을 무작정 뒤로 미룰 수는 없다. 누군가의 속마음을 헤아리기 전에 먼저 상처받은 내 마음을 돌봐야 할 때도 있다. 무조건적인 이해를 강요하다 보면 정작 내 감정은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말의 온도를 읽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의 감정 온도에 귀 기울여야 한다.

완벽한 소통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조심스럽게, 조금 더 다정하게 나아갈 수는 있다. 말의 온도를 천천히 가늠하며 서로의 마음에 가까워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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