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소비일기
늦은 시간 밤길은 공기가 맑았다. 가슴 한가득 차가운 공기를 들이쉬었다. 몸에 남아 있는 열기가 날아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택시에 올라 나는 말했다. 무언가를 치유하는 주문처럼. "시모키타자와로 가주세요."
지금 나의 고향, 지켜야 할 것이 있고, 돌아가야 할 곳의 이름
p. 278 안녕, 시모키타자와
그랬다. 시모키타자와는 나에게도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었다. 골목골목 나의 좌충우돌 일본 워킹 홀리데이와 유학생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곳. 여행의 순간처럼 매 순간 설레고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던 이방인으로서의 삶,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이면 찾아가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위로받았던 곳.
아기자기한 카페와 오래된 라이브 하우스, 빈티지 상점과 레스토랑,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골목골목 가득 찬 동네 시모키타자와. 우리가 사랑했던 음반 가게와 츠케맨집이 문을 닫았다. 주인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걸까. 텅 빈 공간 앞에서 나는 길 잃은 아이처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고, 존재만으로 고마웠던 공간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사실에 조용히 슬퍼했다. 음반 가게와 츠케맨집이 없는 시모키타자와라니. 여전히 믿고 싶지 않지만 어쩌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주길 바랐던 건 나의 이기적인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