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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Kwon Sep 07. 2019

호기심

너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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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떤 모습일까.


그를 닮아 강아지처럼 착한 눈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나의 날카로운 눈매를 닮아 조금 차가워 보일지도. 그는 어려서 레몬처럼 노랗고도 노란 머리색을 가졌었대. 하지만 나는 너의 밤색 머리와 밤색 눈동자를 그려봐. 그와 나의 색이 적절히 섞인 '우리'의 모습을. 체구는 나를 닮아 조금 작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춘기가 찾아올 때쯤 훌쩍 커버릴지도. 나는 네가 조금 시끄러웠으면 좋겠어.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도 잘 붙이고, 즐거울 땐 숨이 넘어가라 웃어재낄 수 있는. 어휴, 정신없어!라고 푸념하면서도 조용한 일상을 흔드는 그 기운을 나는 무척 사랑하겠지.



너는 무엇을 좋아할까.


우리는 주말이면 함께 동네 커피숍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해. 그가 작은 노트에 그림을 그리면 나는 옆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지.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 나는 언젠가 그 공간 속에 너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네가 춤을 좋아하면 어떨까? 그림 그리는 아빠와 글을 쓰는 엄마 사이에서 춤을 추는 너. 참 재밌는 가족이 될 것 같다, 그치? 네가 사람들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웃긴 사람이라면? 우리의 단골 커피숍에선 한 달에 한 번씩 스탠드 업 코미디 쇼가 열려. 어느 날 네가 그 무대에 오른다면 얼마나 멋질까. 나는 제일 앞 줄에서 가장 크게 웃어줄 거야. 네가 무엇을 좋아하든 온 열정을 다할 만큼 푹 빠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너의 이름은 무엇일까.


아들이면 어떤 이름을 지을까? 딸이면 이런 이름이 좋을까? 중성적인 이름이 더 매력적이지 않아? 우리는 종종 너의 이름을 생각했지만 결국 정하지는 못했어. 너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혹시나 영영 만나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이름 짓기 놀이는 그만 하기로 했거든. 너에게 이름이 생겨버리면 더 많이 보고 싶을까 봐. 만나 본 적도 없으면서 자꾸만 그리울까 봐. 대신 우리에겐 가족 이름이 있어. Raykwon. 그와 나의 성을 붙여서 새로운 Family name을 만들려고 해. 너를 만나게 된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 말이야. 그는 우리의 성이 마치 유명 래퍼의 이름 같다고 아이처럼 좋아해. 미시즈 레이퀀. 이렇게 불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참 궁금해.


그리고 너의 엄마가 된 내 모습도 궁금해. 엄마라고 불리는 느낌은 어떤 걸까. 네가 있는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어쩌면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를 그 많은 것들이 궁금해서 너 없이 흐르는 시간이 야속할 때가 있어. 그리고는 생각하지. 에이, 왜 이렇게 집착이 강한 거야. 쿨한 사람이 되어야지. 우리가 만나지 못하더라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될 거야. 엄마가 안 되어도 할 수 있는 건 많으니까.


하지만 이 놈의 호기심은 어쩔 수가 없나 봐. 그러고도 금세 네가 궁금해지니 말이야.

그래서 나는 이제, 만나지 못한 너에게 편지를 쓴단다. 




** Photo by Kate Krivanec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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