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조절
어제는 ㅇㅇ 주재원 와이프와 티타임을 가졌다.
그 친구는 처음부터 잘 지내보였는데,
굳이 소속된 곳이 없는데도 그래보였다.
어제 이야기해보니 그랬다.
너무 가깝게 두지도 너무 멀리 두지도 않고
어울릴 때 잘 지내면 좋은거다.
종종 다른 가족과 놀러다닐 때도 있지만,
굳이 친구를 찾지 않는다고도 했다.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자신을 묘사했다.
어떻게보면 희망을 그만큼 갖고 있지 않은 걸 수도 있다고도 했다.
어짜피 몇 년 있으면 안 볼 사이, 뜰 곳이니.
그렇게 깊이 연관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물론 감정적으로 깊이 연루되어 고생했었다는 말도 넌지시 얘기했다. 이 곳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고, 캐묻지 않았다.
자유로워보였다.
시간이 나면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자신이 생산적이지 않은 건 인정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싶은 것도 아니고, 해외에 나오면 경제적 형편이 넉넉해지기에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다.
가족들과 운동을 함께하고, 또 해외로 여행도 다니고, 잘 지내고 있었다. 애써 어디 소속되어 끼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 편안해보였다. 애써 일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도 편안해보였다. 그런 여유가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나이에서 오는 걸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나와 한 5살 정도 차이 나는 이 친구는 그런 편안함을 풍겼다. 그녀는 자기 나이되면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얘기했다. 나는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다.
이 친구는 주재원 와이프 경력만 N년차이다. 처음엔 왜 어느 단체에도 소속되지 않고, 혼자 지낼까 생각해보았는데, 매우 실속있는 스타일이었다. 자신과 맞는 소수와 교류를 하면서, 피곤하지 않게 굳이 애써 친구를 사귀려고 애쓰지 않고 에너지를 아껴서 가족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쓰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상대적으로 여기저기 끼어서 활동하는 다른 한국 주재원 와이프가 눈에 띄었기 때문에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그녀는 아직 주재원의 아내 경력이 없는 애송이였던 것 같다. 또 외향/내향형의 성향에서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자신이 어느 성향인지 잘 파악하면 처음부터 노선 잡기가 어렵지 않다(mbti로 자신에 대한 공부는 필수이다...)
이 친구는 여유가 있었다. 한 마디로 내공이 쌓여 있었다. 주재원 와이프 경력 N년차가 되면, 이런 여유있는 상태에 도달하나보다. 이 친구는 진정한 위너의 여유를 갖추고 있었다. 나도 점점 이 친구처럼 관계에 초연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