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야 보이고 들린다
날씨가 차가울수록 몸은 움츠러들고 이불로 다람쥐처럼 동굴을 만들어 칩거 모드로 들어가기 일쑤이다.
정말 그랬다가는 1년 중 두 달은 아마 거의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만든 '굳이데이'
일주일에 한 번은 교외로 혼자 나들이를 떠나는 것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차로 1시간20분 정도의 거리에 '장수암'이라는 작은 절이 있다.
창원에서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절인데,
수많은 낮은 계단들을 올라가 뒤를 돌아보면
시야가 뻥 뚫리는 시원한 뷰가 펼쳐진다.
파아랗고 청명한 하늘과 그보다 더 짙은 바다색이 어우러진 풍경이 가쁜 숨을 내쉴 때마다 가슴 가득히 밀려 들어왔다.
날이 춥고 평일이라 그런지 방문객은 거의 없어서 작은 절이 더욱 한적하고 고즈넉했다.
아무도 없는 대웅전에서 소정의 시주를 하고 잠시 앉아 기도를 올렸다.
조용히 입 밖으로 가족의 안녕과 나의 자유로운 삶을 기원하니 사뭇 무겁게 공간을 울린다.
홀로 들어앉은 차가운 법당에서 울리는 나의 내면의 소리.
내 깊은 마음속으로 바라던 바람들이 내 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 다시 내 귀로 들어오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뱉은 것들에 대한 무게감과 진심의 깊이가 스스로에게 어떤 확신을 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말로 하고 글로 쓰는 것들이 결국 내가 되고 현실이 되는 과정이라고 느껴진다.
추구하는 방향으로 계속 말하고 쓰고 생각하다 보면 그쪽으로 몸을 움직이게 되고,
생각이 부족할 땐 몸을 움직여 생각을 자극한다.
그렇게 차곡차곡 나를 만들어가고, 종국에는 자유롭게 삶을 컨트롤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될 것이라 믿는다.
바다에 안긴 소박한 어촌마을을 뒤로하고 근처 스파더스페이스 온천으로 향했다.
창이 넓고 층고가 높아 답답함이 전혀 없고, 창밖으로 산 경치를 보며 사우나를 할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했다. 노천탕에 푹 담그고 있자니 머리 위로는 찹찹한 공기가 지나고 몸은 뜨끈해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이마저도 겨울이기에 가능한 호사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창원 3대 커피 맛집이라고 알려진 몬스터로스터리에서 유명하다는 바닐라라떼를 한 잔 마시고 짧은 여행을 마무리했다.
역시 소문이 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달달하면서도 진하게 머무는 커피가 아쉬운 발걸음을 위로하는 듯했다.
혼자라서 조금은 쓸쓸했지만 오히려 혼자라서 좋았던 나들이었다.
이제 곧 날이 풀리면 다람쥐들도 동굴 밖으로 나오겠지.
아마 지금쯤 비축해 둔 도토리가 다 떨어져 쫄쫄 굶으며 땅이 녹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다 같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보자.
봄이 오면 아마 '굳이데이'는 필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