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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Feb 20. 2024

몽골의 별이 특별한 이유

몽골에서 만나는 일곱가지 경험 : 별



고백하건대 내가 태어나서 가장 많은 별을 본 건 몽골이 아니다. 빅 아일랜드 마우나케아 천문대가 있는 새들로드에서 쏟아질 듯이 많은 별을 경험했다. 하지만 별의 양과 밝기만으로 최고를 꼽는 것은 선명한 사진이 최고라는 주장과 같다. 해는 어디에서나 지지만 수평선이나 지평선의 일몰에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몽골의 별이 특별한 이유는 초원의 여백 때문이다. 한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드넓은 초원의 여백은 별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몸을 낮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몽골 여행’ 하면 별을 보겠다고 벼른다. 하지만 몽골의 별은 맡겨둔 은행 예금처럼 내가 원할 때 아무 때나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5박 6일 여행일정 동안 한 번도 별을 보지 못한 채 비행기에 오른 적도 많다. 몽골에 가면 아무 때나 별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귀하고 아름다운 것은 쉽게 손에 닿지 않는다. 별을 보고 싶다면 별 볼 확률을 높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달의 크기를 살펴보는 게 좋다. ‘오늘 달 모양’이라고 검색하면 월별 달의 모양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가급적 보름달을 피해서 여행 날짜를 잡아야 실패 확률이 낮다. 은하수를 보고 싶다면 4월에서 8월 사이를 택하는 것이 좋다. 단, 봄에는 모래바람이 불고 관광 성수기인 몽골의 여름은 우기라서 구름 때문에 별을 보지 못할 확률이 높다. 또한, 아무리 몽골이라 해도 광원이 많은 도심이나 테를지, 여행자 캠프에서는 드라마틱한 별 관측이 어렵다. 만약 주변에 작은 빛이라도 있는 환경이라면 짙은 어둠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자. 별에 진심을 보여야 별도 우리에게 진심을 내어준다. 몽골은 한여름에도 밤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지니 방한 준비가 필요하다. 돗자리나 의자를 준비하면 별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인터넷만 검색해 봐도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다.



몽골, 6월의 은하수


지금부터는 독자들을 위해 나만의 별 감상법을 소개하겠다. 별은 서서 봐도 좋고 앉아서 봐도 좋지만, 몽골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누워서 보는 것이다.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 싶겠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특히 사방이 지평선인 초원 한가운데 누워서 별을 보면 머리 위부터 발끝까지 온통 별이다. 그 자세를 취해야 비로소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별을 볼 때는 가만히 바람소리와 듣는 것도 좋지만 조용한 음악과 함께한다면 더 좋다. 중요한 것은 한두 곡만 듣고 스피커를 끌 것. 음악 뒤에 찾아오는 고요는 밤하늘의 별을 더욱 빛나게 한다. 사방이 지평선인 곳에서는 앉아서 별을 보는 것도 좋다. 건조하고 하늘이 높은 가을, 겨울에도 별은 아름답다. 하지만 초원의 밤, 주인공이 오직 별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니다!’ 별 말고도 근사한 것들이 밤의 장막 안에 가득하다. 밝은 한낮, 시각에 많이 의존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다른 감각들이 밤이 되면 우수수 깨어난다. 먼 소리도 가까이 들리고 작은 바람도 더 섬세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내 안의 다른 감각에 귀 기울이는 시간은 소중하다. 보름달이 뜨면 별은 보이지 않지만 달빛이 비치는 초원의 풍경도 아름답다. 밝은 달빛 아래 드러나는 무채색의 풍경은 흑백사진처럼 아련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니 혹시라도 별을 보지 못했다고 너무 아쉬워하지 말기를.







4월 출간 예정인 몽골여행에세이(저자 표현준)의 일부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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