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에서 흘러넘칠 만큼 똥을 싸놔도, 꺽꺽 거리며 울어재껴도
제왕 후 아기를 막 꺼냈을 때.
조리원에서 자는 모습만 봤을 때.
막 감동에 젖은 나는,
'아기가 이렇게 천사 같을 수가 있나! 이렇게 순할 수가 있나! 이 작은 아기를 어떻게 어린이집에 보내나' 하고 눈물을 흘리는,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성급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해 버렸다.
조리원 퇴소 후 남편과 나, 둘이 육아를 맛본 일주일.
산발을 한 나는, 영혼 없이 아기 등을 두드리며,
'언제 커서 어린이집 갈 거니?' 하고 물었다.
아기는 한참 있다 '꺼억.' 하고 트림으로 답했다.
아기는 절대 천사가 아니다.
더없이 본능대로 하는 인간이다. 지극히! 인간!
으앙 울고 밥, 자면서 트림, 짜증 내곤 응가와 쉬,
잠잘 때 시끄럽다고 불편하다고 으앙!! 끄앙!! 꺽꺽.
지쳐서 다 귀찮고 우울한 와중에
엄청 연약하고 말랑해서 함부로 혼낼 수도, 화낼 수도, 싸울 수도 없는.
내가 뭘 해주기를 멈추면, 모든 세상이 멈춰버리는.
그래서 조금 무섭기도 한, 인간.
누구처럼 내 모든 걸 바치거나, 나를 희생하거나
내 목숨까지 바꿀 수 있다거나
그런 마음은 아직 잘 모르겠고 상상도 안 간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나한테 갖는 관심만큼은 너를 생각한다
사실 나는 내가 참 소중해서 다치고 아픈 것도 싫은데
네가 다치고 아플 걸 생각하면 싫은 것 보다도,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