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3일 차 신생아에게 고난이 찾아왔다.
눈물샘이 막혀 눈곱이 끼고 계속 눈물이 흘렀다. 눈을 시원하게 못 뜨니 답답할 법도 한데, 눈 때문에 울지는 않는다. (이 아가는 그저 배가 고프면 운다.)
아무튼, 오늘도 별일 없이 지나가겠지 생각하면서 따뜻한 차 한잔 들고 신생아실을 지나가는데, 선생님이 다급하게 부르셨다.
"어머니! 우리 아가 지금 소아과에 가야 할 거 같아요!"
헉. 남편도 없고, 아가랑 외출은 처음인데, 지금 당장 소아과에 가야 한다니.
잔뜩 긴장한 채 똑딱 어플을 사용했다. 대기 힘들다는데, 이거 왜 대기 4번으로 걸린 거냐...
후다닥 준비하고, 겉싸개에 파묻힌 아기를 들고, 뛰다시피 걸었다.
원피스 한 장 입고 가는데 추운줄도 몰랐다.
소아과에 도착해서는 아기를 한 손으로 안고 주민등록번호를 쓰지도 못하니, 옆에 간호사분이 도와주셨다.
아기 주민번호 하나 못 외우는 어버버한 엄마라니, 미안해서 눈물이 왕왕.
진료실 앞에 앉아서, 눈곱이 잔뜩 낀 채 갈갈갈 숨 쉬며 자는 아기를 보며 눈물이 광광.
진료실에 들어가서 콧물 흡입기를 쑤셔 넣을 때, 아기의 와왕 소리에 엄마는 콧물까지 컹컹대며 울고 ㅠㅠ..
정작 아가는 콧물 흡입기를 하고 다시 잠들었는데, 엄마만 눈물콧물 쏙 빼면서 울고 있었다.
수납할 때도 간호사님이 아기를 안아주시고...
정신없이 나와 아기를 조리원에 데려다주고, 다시 약을 사러 가는 길.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고 식겁했다.
저... 저기... 못생기고 누추한 여자는 누구냐.
그제야 관절로 추운 기운이 느껴졌다.
한숨 돌리고 나서 생각했다. 반성했다.
그전에 나는, 아기가 자는 시간에 내 시간을 갖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현명한 엄마가 될 줄 알았....
아니, 조리원에서조차 이게 안 되는데. 과거 내 오만스러운 생각에 내가 식겁했다.
다행히 아기 상태는 점점 좋아졌다.
그래도 한 번 겪고 나니, 병원 준비물도 생각이 나고, 주민 번호도 열심히 외우고, 대처 방법을 생각해 본다.
태어난 지 20일도 안 된 사람이 열심히 크겠다고 쭉쭉 손발을 뻗는다.
우아함 따위는 없고, 네 엉덩이를 받쳐드는 것도 서툴러 안경이 코 밑까지 내려오는 엄마지만,
그렇게 나도 너와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쭉쭉 나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