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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이 Oct 20. 2022

카레가 좋다

[28/100] 도전 : 1일 1글쓰기 - 프로젝트 '좋아해'

나는 종종, 꽤 자주 카레를 만들어 먹는다. 오늘도 카레를 먹었다. 카레는 성격이 좋아 인기 많은 친구 같다. 어떤 재료를 넣어도 잘 어울리고, 어디에 넣든 흡족한 향신료가 된다.


사실 카레를 자주 만들어 먹은 데는 부족한 요리 솜씨가 한몫했다. 그저 다 때려 넣고 보글보글 끓이기만 하면 맛있으니까 단골 메뉴로 올랐는데, 먹다 보니 맛있어서 집밥 상위 랭킹에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숭덩숭덩 손질된 돼지고기와 감자, 당근이 먹음직스럽게 하얀 밥 위에 얹어지고 잘 섞어 조미김과 김치를 곁들여 먹는 카레... 가 일반적이겠지만 내 카레는 조금 별나다. 양파와 양배추, 토마토만 있으면 된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아 채식주의자에게도 좋은 혜이표 카레!


먼저 양파를 얇게 채를 썰어 버터에 달달 볶는다. 카라멜라이징 될 때까지 볶을 거니까 처음 양은 많이 해도 좋다. 양파가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볶음 다음엔 마찬가지로 채 썬 양배추를 넣어 숨을 죽이고, 8등분으로 잘게 썬 토마토를 넣어 휘릭 볶아준다. 그다음에 적정량의 물을 넣고 고체 카레 두 알을 잘 풀어 뭉근하게 끓이면 끝! 조금 시큼하게 먹고 싶다면 케첩을 살짝 넣어도 좋고, 토마토가 싫으면 빼도 된다. 너무 간단해서 요리라 하기도 민망한 조리된 카레가 완성된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지만 채소에서 우러나온 감칠맛과 양파와 양배추의 달달함이 너무 맛있다!!


이것저것 풍성한 재료가 카레의 묘미인데 너무 밋밋하다면 팽이버섯이나 새송이버섯 등을 잘라 식감을 살려도 좋다. 또 원하는 음식을 토핑으로 활용해보라! 돈가스를 바삭하게 구워 올려도 좋고, 마늘 플레이크, 가라아게, 소시지, 구운 감자 등등을 기호에 맞게 올리면 다양한 요리가 완성이 된다. 팔색조가 따로 없다.


사실 내가 이런 카레를 먹기 시작한 데는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특히 익힌 당근은 극혐 한다. 아삭하고 달달한 생당근의 매력은 사라지고 미묘한 향만 뜨끈하게 남아 맛이 없다. 그래서 하나둘씩 빼고 좋아하는 재료를 넣다 보니 이런 형태가 완성이 됐다. 토마토가 많이 들어가면 스튜 같아서 바삭하게 구운 빵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추운 날 한솥 끓여 먹으면 속 깊은 곳까지 따뜻함이 남는다.


어려서부터 먹던 엄마의 맛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엄마는 요리를 워낙 잘해서 다 맛있었지만 특히 김장 김치가 제일 맛있다. 옛날에는 혼자서 200-300 포기를 해서 친척들에게 나누어 줄 정도로 맛있었다. 아빠의 맛이라면 단연 길거리 토스트! 만약 나에게 자녀가 있다면 그들에게 물려줄 엄마의 맛으로 카레를 꼽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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