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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웬 Oct 28. 2024

眼目

참 안목 있다


안목.




우리는 다 동일한 것을 보는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중략) 소수의 사람들은 엄청난 기회를 본다. 그러고는 이를 실행해낸다.

신수정 <일의 격> p. 103




이 부분을 읽으며 떠오른 단어다. 그리고 이어서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가 스무 살 초반이던 시절(1980년대였겠다) 군 복무 대신 배를 타고 스페인에 갔었는데, 대낮에 사람들이 가게 밖 테라스에 삼삼오오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더랬다. 지금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카페 문화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아빠는 가족들에게 커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1980년대 통영에서 굴 양식장을 하며 어촌마을에 살았다. 무슨 물장사냐? 장손 집안의 가장 어린 막내아들이었던 아빠의 바람은 가족들의 의견에 막혀 좌절되었다. 젊은 날 아빠가 해보고 싶었던 것. 아빠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가족들의 반대를 이겨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였을까? 아빠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한 것에 한 번도 반대한 적이 없다. 물론 다른 방향으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고려해 보라는 조언은 해주었다. 분명 못마땅해한 선택도 있었을 테지만 한 번도 하지 마라, 안된다,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 시간이 걸려도 괜찮으니 해봐라, 조급해하지 말아라고 말씀하시며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그리고는 그 선택 안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아왔다. 물론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었지만 주어진 상황과 여건 안에 갇히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크고 넓게 배우고 경험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안목은 타고나는 수도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삶에서 스친 것들을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얻어진 결과라 생각한다.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 많이 보고, 경험하고, 읽고, 듣고, 또 부딪힐 필요가 있다. 



그럼 안목의 시작은 어디서부터 일까? 호기심과 관심이라 생각한다. 관심이 있으면 궁금하고, 궁금하면 질문이 생기고, 질문이 생기면 답을 찾으려 한다. 그런 숱한 과정들을 거치다 보면 같은 것을 보고 경험해도 다른 걸 바라보게 된다. 안목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에 트루스의 윤소정 님이 안목에 대해서 얘기했던 유튜브 영상도 있다. 거기서 안목에 대해서 이야기한 대목이 인상 깊었다.




예술을 보는 안목은 높아야 하고
역사를 보는 안목은 깊어야 하고
미래를 보는 안목은 넓어야 하고
사람을 보는 안목은 다양해야 하고
물건을 보는 안목은 많이 써봐야 는다

유튜브 소울정 <“100개 사서 1개를 남겨요” 내 인생을 바꿔준 물건들 (안목을 높이는 방법)> 내용 중




좋은 것을 잘 발견하는 것이 안목이지만 높이와 깊이, 넓이와 다양함이 다 다르다. 나도 그녀처럼 안목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이, 좋은 것이 옆에 있을 때 알아챌 수 있는 민감함을 지니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필수적이다. 실행이다. 2020년 4월을 기점으로 그 이전은 발산의 시간이었고, 이후는 축적의 시간이 내게 주어진 것 같다. 축적의 시간은 내게 또한 지루함이자 고통의 시간이기도 하다. 도대체 언제까지? 하는 생각과 함께 때로는 긴 슬럼프에 무너지기도 하고 다시 훌훌 털고 일어서기도 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은 것 같고,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당장 느껴지지 않더라도 내 안에서 이미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고 믿는 믿음이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축적의 시간은 요령보다는 미련함을, 효율성보다는 우직함을 요구한다.



북클럽 멤버 중 한 분이 이번 달 북모닝을 참여하는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것을 할 때 어제와 오늘이 어떻게 다른지 차이를 기록하는 중이라 했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변화일 터다. 그 사소하고 작은 차이를 알아채는 것 또한 관심에서 시작되고, 그 발견한 차이를 통해서 작은 목표들이 생기고 이를 성취함으로써 작은 성공을 쌓아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은 변화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물을 끓여 따뜻한 차를 만들고,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는다. 북클럽 멤버들과 함께 그날 읽은 내용을 나누고 나면 40분 정도 요가를 한다. 사바사나를 하며 깜빡 잠이 들 때도 있지만 오히려 개운하다. 그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 글을 쓴다. 4일째 이 루틴을 지속하고 있다. 작심삼일이 지났다! 나를 위해서 시작한 일. 이렇게 하루를 일찍 시작하니 기분도 좋다. 



오늘도 안목이 참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쌓아가는 중. 

앞으로도 그 묵묵함 변치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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