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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케 Sep 07. 2022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돌아보면 그리울 순간들

엄마랑 옛날 앨범을 꺼내봤다. 내 인생에 가장 못생긴 시기였던 중학교 때 사진을 보면서, 이 때 사진들을 다 불태우는게 어떻겠냐고 진지하게 제안했다. (여드름쟁이였음) 엄마가 깔깔 웃곤 말했다.



"그래도 엄마는 이때가 참 행복했던 시절 같아. 뭔가.. 엄마아빠도 아직 젊었고, 너희도 어렸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달까?"



내 기억에도 평화로운 시절이었다. 학교에 갔다 오면 바람이와 설이가 멍멍 짖으며 반겨줬다. 엄마랑은 매일 사소한 수다를 떨었다. 아빠는 젊었고 무언가 매사에 자신감 넘쳤던 것 같다. 하지만 물론 당시엔 그게 행복이란 걸 몰랐다.



어릴 적 매일 봤던 시트콤들을 가끔 유튜브로 본다. 그 중에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도 있는데, 어른이 된 후 다시 본 마지막회는 꽤 인상적이었다.



평소같이 좌충우돌 사고가 벌어지던 대가족의 집. 엄마 박정수는 갑작스럽게 암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난다. 일년 뒤, 정수가 없는 가족들의 모습은 많이 바뀌어 있다. 매일같이 가족들이 모이던 거실은 텅 비었지만, 다들 각자의 행복을 다른 곳에서 찾고 어떻게든 살아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민정의 나레이션.



"우리 삶의 가장 빛나던 순간들은 언제일까. 엄마는 고등학교 학창시절이라 회고하셨고, 큰아빠는 큰엄마와 연애하던 그때, 그리고 아빠는 주저없이 지금 이 순간이라고 말씀하셨다.



내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일까. 내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살아왔던 시간 속에 있었던 것 같진 않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의 수많은 열린 문 속 어딘가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을 것 같다. 
그때가 언제일까? 나는 기다린다."



지금 누리는 이 일상이 언젠가는 그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와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고, 아빠가 주말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것들을 너무 많이 보내주겠다 고집하시고, 방울이가 산책 가고 싶다고 현관문 앞에서 왕왕 짖고, 마음만 먹으면 남편과 훌쩍 드라이브를 다녀올 수 있는, 아주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들.



그래서 오늘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마음을 나눈다. 그리고 일상을 쓴다. 내 인생의 빛나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길.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은 저 멀리 완벽한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일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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