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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케 Nov 17. 2020

사랑하는 엄마, 아니, 복희에게.

복희의 61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엄마, 생일 축하합니다~! (쿵짝쿵짝 풍악을 울려라) 다른 거 다 싫대도 편지 정도는 괜찮겠지. ㅋㅋ 빨리 코로나 상황이 괜찮아져서, 엄마 생일 즈음에 같이 여행 갔으면 좋겠다.



있잖아. 난생처음 엄마 아빠랑 떨어져 살아서인지, 결혼을 해서인지, 우리 가족이 최근 몇 년간 겪은 일련의 일들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예전에는 엄마는 엄마라는 생각이었다면, 요즘은 엄마도 사람이고, 엄마가 내 가장 친한 친구 같다고 느껴져. 30년이 넘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서 말이지. 



어떤 이유 때문이든 나는 이게 우리에게 참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런 표현이 어떻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위아래가 좀 없게 느껴지더라도 양해 부탁해ㅋㅋ) 지난 몇 년간의 엄마가 참 대견하고, 멋지고, 존경스러워.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사는 것도 참 답답한 일이었을 것이고, 그 단단한 관성을 깨고 사회로, 그것도 마트로 나간 것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거야. 우리 가족들이야말로 그 관성에 갇혀서 엄마에게 괜한 고생 말라며 만류했지만 보란 듯 멋지게 적응하고, 좋은 평판을 얻고, 높은 성과를 올렸잖아.



엄마는 멋진 장점들을 갖고 있어.


낯선 사람에게도 항상 친절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조근조근 설명을 잘하고, 웃는 얼굴이 밝은 사람이야. 가까운 사람들만 알았던 엄마의 이런 재능들이 밖에 나가서 빛을 낸 성과야.



내가 바라는 게 있다면, 엄마의 61살 생일이 지나고 나서는 우리 남매의 엄마보다는 그냥 복희의 삶을 더 많이 살았으면 좋겠다. 30년 넘게 엄마로 고생했으니 이제 그래도 될 것 같아.


나는 이제 엄마의 딸로, 또 복희의 가장 친한 젊은 친구로, 복희가 하고 싶은 것들을 열심히 도울게. 



우리 앞으로도 지금처럼 종종 전화하거나 만나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자. 또 상황이 허락되는 대로 엄마가 예전부터 얘기했던 해외여행을 가자. 패키지 말고 자유여행을 가는 거야. 그리고 여유롭게 길을 산책하다가, 엄마가 좋아하는 예쁜 카페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자. 엄마가 좋아하는 다육이랑, 꽃이랑, 그 나라의 강아지들도 실컷 구경하자. 


그러기 위해선 그때까지 엄마 무릎 건강을 잘 챙겨야 하겠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자, 엄마이자, 내 친구인 복희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 정말 정말 사랑해. 그리고 생일 축하해!



✍️ 그림 : 쎄이호 (@sayho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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