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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숙 Jun 07. 2019

새아파트보다 위치

집돌이 고양이 남편과 1일1산책 강아지 아내의 같이 살 곳 정하기


집돌이 고양이 남편과 1일1산책 강아지 아내의 같이 살 곳 정하기


"어디에 살까?"

신혼집을 정할때 우리가 가장 처음 부딪힌 부분이었다.

나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와 멀지 않고,역에서도 10분정도 거리면 걸어갈 수 있는 아파트를 원했다. 

가까운 거리에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점도 좋았다.

하지만 입지가 괜찮은 아파트는 지어진지 오래됬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쌌다.


남편의 경우 같은 돈이면 입지가 안 좋아도

새 아파트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아파트의 상태냐, 아니면 아파트의 입지냐.


남편은 집에서만 하루종일 지낼 수 있는 집순이였고

나는 하루에 한번은 바깥에 나가야 숨을 쉬는 역마살이 있는 타입이었다.

1일 1산책을 외치는 강아지 타입인 나와 달리

하루종일 집에 있어도 좋은, 고양이타입인 남편.

그렇기 때문에 남편은 집 자체가 좋은게 중요했고

나는 걸어갈만한 거리에 뭔가 놀꺼리, 볼꺼리가 있는게 중요했다.


(어디에 살지를 이야기하다 보니 이야기는 점점 확대되어

노년이 되었을때 과연 시골에 내려가서 살수 있을지 없을지 이야기까지 나왔다.

남편은 시골에 내려가서도 인터넷만 되면 충분히 살 수 있다고 했고 

나는 처음에는 된다고 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안될 것 같다고 두 손을 들었다.

서로의 다른 성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


서로 티격태격하던 우리는 최종적으로는 결국 회사에 가까운,

"입지는 좋지만 오래된 구축아파트" 로 의견을 좁혔다.

이렇게 좁힐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친한 언니 덕도 있었다.

구축 아파트를 사서 싹 리모델링을 했는데 집이 너무 예뻤고, 

남편도 그 집을 마음에 쏙 들어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렇게 해 놓고 살면 된다, 라고 남편을 꼬드겼고 

남편은 못이기는척 나의 의견에 넘어와주었다. 


'어디에 살아야 할지'를 정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고, 이후는 집을 사기 전까지 의견 충돌이 거의 없었다.

나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남향' '중간집' '10층 이상' '곰팡이 결로 없음' 을

랩처럼 외우면서 우리가 정한 범위내의 집을 보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그 랩에 딱 들어맞는 집을 발견했다.

비록 20년동안 한번도 집수리를 하지 않아 무척 낡은 상태였지만 

어차피 리모델링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어중간하게 수리가 된 집보다 더 좋다고 생각해서 

그 집을 매매하기로 정했다. 

그때 집을 살 때까지만 해도 리모델링이 그렇게까지 힘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집을 사고, 새로운 집을 꾸미는 달콤한 꿈을 꾸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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