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월리를 찾아라 - 만화경(萬華鏡)의 일상

comic- 월리의 미디엄 블루 데님팬츠

by 블루 캐롯








여행을 떠나기 위해 다양한 짐을 챙긴 월리와 그와 함께 여행지 광경 그림 속에 나타날 거라는 특별한 여행자들과 친구들 그리고 5가지 물건 / <월리를 찾아라!> 발췌





여행을 떠난다고 말하는 월리. 지팡이, 물주전자, 나무망치, 컵, 배낭, 침낭 등등 여행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단단히 챙긴다. 도착한 여행지에서 엽서와 그곳 광경을 담은 그림을 보내 줄 테니 그림 속에서 자신을 찾아보라는 뜬금없는 제안에 잠시 당황했지만 나는 웃으며 흔쾌히 알겠다고 답했다. 더불어 특별한 다른 여행자들도 같이 찾아 보라며 얘기한다. 꼬리 밖에 안 보일 거라는 개- 우프, 월리와 같은 상의에 하의는 스커트를 입은- 웬다, 긴 수염을 가진- 흰 수염 마법사, 노란 줄무늬 옷을 입은- 오들로 그리고 25명의 월리 지킴이는 딱 한 번씩만 나오는데 숨어 있으니 잘 찾아보란다. 여기서 끝내면 뭔가 허전하다며 추가로 월리의 열쇠, 흰 수염 마법사의 두루마리, 우프의 뼈다귀, 웬다의 사진기, 오들로의 쌍안경도 같이 찾아 주면 고맙겠다는 부탁을 남기며 그는 떠났다.





월리가 '바닷가에서' 보낸 첫 번째 엽서와 바닷가 광경을 담은 그림 / 이미지- <월리를 찾아라!> 1권 발췌





어느 날 도착한 월리의 첫 번째 엽서는 바닷가에서 보낸 소인이 찍힌 지면에 짧지만 그가 본 인상적인 순간이 적혀 있었다. 함께 동봉한 바닷가 풍경을 담은 그림은 엽서에서 말 한 그대로다. 줄무늬로 가득 찬 해안가는 사람들이 입은 옷, 타월, 파라솔, 천막까지 다양하게 보이며 모래 위를 걷고 해수욕을 즐거워하는 소리마저 들리는 듯 표정과 움직임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날에 월리가 본 최고는 더운 날씨에 '갑옷을 입고 모래성을 지키는 기사'란다. 여행 전 내게 일러준 월리를 포함한 여행자 다섯과 25명의 월리 지킴이들 그리고 다섯 개의 잃어버린 물건을 더하고 엽서에서 말해준 기사까지 그림에서 모두 보기 위해 나는 눈을 바쁘게 움직여 어딘가에 있을 그들을 찾아 나선다.








1권에서 7권까지 (국내에서는 6권까지) 발행된 세계적 밀리언 셀러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 1권과 7권 / 이미지-개인 소장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처럼 대사나 효과음도 없이 움직임과 표정만으로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만화 <GON>/ 이미지- 개인 소장, 단행본 발췌
이 만화는 공룡 GON이 자연에서 사는 모습을 분할된 장면으로 표현되다가 임팩트 있는 화면 전달을 위해 페이지 양쪽을 넓게 같이 쓰는'전장 연출'을 잘 쓴다 /이미지- 단행본 발췌




세계 32개국 언어로 번역돼 6,5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전설의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 (원제: WHERE'S WALLY?).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마틴 핸드포드가 1987년부터 2010년까지 총 7개의 시리즈로 만들어 지금도 전 세계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책이다. 1권에서 월리가 사는 동네, 바닷가, 스키장, 기차역, 공항, 박물관 등의 주변 생활들과 연계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면 2권부터는 하나의 테마를 갖고 시공간을 넘어 과거의 역사와 우주 그리고 상상의 세계로까지 영역을 넓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월리와 그 친구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월리를 찾아라!>는 그림책으로 알고 있는데 왜 만화책(comic)으로 분류에 넣었는가를. 등장인물의 대화를 넣은 말풍선도 없고 여행 엽서에 간략한 글이 있지만, 그 밖에 이야기를 설명하는 지문도 없이 그림이 가득 찬 모습인데 만화라고 말할 유사성이라도 있는지 말이다. 그 의문을 해소해 줄 만화적 예시가 감사하게도 작품으로 실존한다. 일본의 만화가 타나카 마사시의 <GON>이다. 생후 1년 된 공룡 곤이 자연에서 다른 동물들과 살아가는 일상을 그린 것으로 시대적 배경이나 장소에 대한 설명과 대사도 없고 주인공인 곤을 비롯해 나오는 모든 동물들에게 움직임의 묘사를 돕는 효과음조차 쓰지 않는다. 모션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선의 표현은 있지만 어디에도 문자를 쓰지 않고 오직 그림으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세밀하고 재치 있는 그림 솜씨에 대사 없이도 내용이 쉽게 전달되며 펜 선의 밀도 있는 표현은 동물들의 움직임에서 서라운드 음향 효과가 들리는 듯 생생함이 느껴진다.




지면에 칸을 나눠 이야기를 전개하는 출판만화는 종종 작중 임팩트 있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왼쪽과 오른쪽의 페이지를 한 번에 이어서 같이 쓰는 '전장 연출'로 이미지 부각을 극대화하는데 <GON>은 이를 매우 잘 활용하는 작품 중 하나다. <월리를 찾아라!>는 독자에게 그림을 보여주는 방식에 전장 연출을 따르며 실제 그림이 만들어 가는 스토리에 만화적 요소를 다양하게 적용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더불어 얼핏 큰 그림에서 하나의 순간을 담은 장면으로 인식되지만 자세히 보면 수많은 개별적 얘기들이 보이지 않는 칸을 나눈 듯 독립성을 갖고 이뤄지기에 한 편의 만화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관점이다.







배일에 쌓인 작가 마틴 핸드포드와 시리즈가 더 해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책 <월리를 찾아라!> /이미지-<월리를 찾아라! 신기한 책 속 여행> 편 광고 이미지 발췌 (개인 소장)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놀라운 표현력을 보여주는 마틴 핸드포드의 그림 / <월리를 찾아라! 환상여행>에서 '와글와글 바다 나라'편 그림 발췌
<월리를 찾아라!> 탄생 30주년을 맞아 진행된 '원화 전시회'를 다룬 잡지 <MOE>와 전시회에서 선보인 1권의 북커버 원화 /개인 소장, <MOE> 기사 이미지 발췌
그동안 시리즈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한데 모인 'Old Friends'란 그림에 채색된 모습과 라인 아트 상태 / <MOE> 기사 이미지 발췌 (개인 소장)




<월리를 찾아라!>를 탄생시킨 저자 마틴 핸드포드는 이름, 나이, 국적, 출신학교까지는 알려져 있지만 공식 석상에 나오거나 인터뷰에서 실물을 공개한 적이 없다. 주인공 월리와 그 친구들도 이름과 간략한 캐릭터의 설정이 있을 뿐이다. 이 미스터리한 매력은 작가가 일과 사생활을 철저히 분리하는 것처럼 작품의 등장인물들도 베일에 싸인 설정을 가짐으로써 불특정 다수인 독자에게 편견을 최소화시키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제약 없는 사람이 되는 장점을 부여받게 했다.




작품이 세계적인 밀리언 셀러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기발한 상상력과 놀라운 표현력에 스토리를 가진 마틴 핸드포드의 그림이다. 작품을 포괄하는 대주제 안에 매력적인 개성의 소규모 테마들은 주변 일상은 물론 어릴 적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꿈의 세계를 너무나 훌륭히 구현에 놓았다. 시간여행을 주제로 역사 속의 고대 문명을, 환상여행을 주제로 마법과 상상의 나라를, 할리우드를 주제로 다양한 영화 촬영 현장을, 신기한 책 속 여행을 주제로 책의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체험을, 그림 속 여행을 주제로 초상화 속 주인공들과의 만남 등을 이미지화시킨 유쾌한 모습은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질 정도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2018년도는 작품 탄생 30주년을 맞이한 해로서 세계 각국에서 팝업스토어 및 기념 전시회가 열렸다. 그중 일본에서는 원화 전시회가 개최돼 작품의 오랜 팬들에게 뜻깊은 시간을 선사했다. 기념비적인 1권 표지 그림은 물론 채색이 되기 전 라인 아트 상태도 공개해 섬세하고 빼곡하게 그려진 일러스트의 실물이 주는 경이로움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어 많은 팬들이 감동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움직임을 보조하는 선을 이용한 표현과 여러 가지 기호(느낌표, 물음표, 음표, 하트, 별)를 사용해 감정과 느낌을 전달한다
캐릭터의 동작과 표정에 더해 대사는 없지만 만화의 말풍선에 이미지를 넣어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이미지-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 발췌 (개인 소장)




작가의 뛰어난 관찰력, 상상력, 표현력, 센스 등이 총망라된 <월리를 찾아라!>는 뛰어난 소재의 기발함을 배가 시키는 '만화적 표현기법'을 일러스트에 대입한 신의 한 수로 기존에 볼 수 없는 획기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움직임을 보조하는 선의 표현으로 동작의 진행과 연속적인 방향의 흐름을 알리며 벨 소리와 수면 상태를 알게 하는 알파벳 R과 Z 등의 문자를 넣어 효과음으로 이용하고, 느낌표, 물음표, 음표, 하트, 별, 땀방울 등의 기호를 적절히 사용하며 직관적인 감정을 바로 느끼게 했다. 구름 모양의 말풍선엔 간결한 이미지를 넣어 생각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완전히 검은색으로 칠해져 먹구름이 된 말풍선은 몹시 기분 나쁜 상태에 있음을 즉각적으로 나타낸다. 이와 같은 만화적 장치는 순간을 담아 정지된 시간을 나타낸 일반적인 기존 일러스트와의 차별점이자 특별함으로 동작과 표정의 어우러짐이 더해 저 멈춰 있는 것이 아닌 실시간으로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을 부여한다.




특별한 그림이 만든 세계를 마주하는 독자는 두 가지 신비한 경험에 빠진다. 첫째는 부감(俯瞰)의 시점으로 바라본 탁 트인 시야가 한 장소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벌어지는 순간을 캐치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삶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이는 구도는 독자에게 전지적 신의 관점을 갖게 하며 바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그림 세상에서 유일하게 관조적인 입장으로 주변을 살피는 여유를 가진다. 1권에서 월리가 사는 동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여행기는 새로운 후속작이 더 해 질수록 그림이 정밀하게 얽혀 있어 '월리와 친구들'을 찾을 수 있는 그림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진다. 숨은 그림을 찾는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은 인간이 나이를 먹어가며 인생의 복잡함이 올라가는 비례와 겹치게 다가와 낯선 곳에서 숨은 것을 찾기 위해 시작된 그림 여행은 어느새 내 인생의 시기와 상황에 벌어진 일들을 떠올리며 환기 시킨다.




둘째로 그림 속 세상과 나의 삶이 중첩되며 불러일으킨 생각과 감정은 나만의 체험을 준다. 오직 눈이 보는 시각에 의거해 느끼는 그림 속 인물의 표정과 몸짓은 내 상상과 해석이 더해지며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독자적 스토리를 가진 하나뿐인 영역을 만들기 때문이다. 넓은 공간에 흩어진 '숨은 그림 찾기'의 '찾아야 할 것'이 존재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을 관찰하는 눈의 움직임 속에 여러 인물과 사물이 처음 본 장소에서 얽히며 벌어지는 작고 개별적인 이야기들과 같은 시간을 사는 진귀한 순간을 선사한다. 독자는 인물의 표정과 포즈로 다가오는 생각에서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도 생성되는 끊이지 않는 연결에 둘러싸이고 그림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작품이 만든 세계관에 깊이 빠져들어 현실에서 하기 힘든 모험의 간접 경험을 이루게 된다.









캐릭터들은 이야기마다 시대적 고증과 작가의 상상을 반영한 옷을 입고 그 세계에 살아간다./ 출처- <월리를 찾아라!> 2권 시간여행 편과 3권 환상여행 이미지 발췌





작은 존재들이 사는 평범한 일상도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세계도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가 독보적인 아우라를 내뿜게 하는 것은 캐릭터들이 어떤 장소에서도 상황과 시대에 맞는 옷을 입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있다. 직업, 계층, 개성을 나타내는 정체성인 옷은 이야기의 인물들에게 대사나 별 다른 설명 없이도 입고 있는 의복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키며 함께 발전한 복식사는 대지, 기후, 문화, 인종, 성별,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고유한 특성을 가진 옷의 출현을 가져왔고 그 옷 한 벌엔 온갖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틴 핸드포드는 이러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이 시리즈를 만들었다. 수백 명의 군중이 그려지는 그림에서 각자가 처해진 상황이 다르기에 서로 다른 희로애락의 감정 부여되고 대사 없이 몸동작으로 나타내는 생각이 이유 있는 포즈로 연결되며 그 대상이 어떤 착장을 입었느냐에 따라 그림 안의 세계에서 비중과 포지션이 설정되기 때문이다.




석기시대 원시인이 수렵 생활로 사냥하며 잡은 짐승의 털가죽을 이용해 옷을 만들어 입는 것과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건설하기 위해 무덥고 건조한 날씨 속에 동원된 가벼운 일꾼들의 복장, 로마의 검투사들이 콜로세움에서 전차 경주와 결투를 벌이는 현장에 몸을 보호하려 입는 갑옷, 멕시코의 중앙 고원지대에서 고도로 발달된 아즈텍 문명을 만들었던 원주민들의 풍습과 문화를 담은 옷, 프랑스의 궁정 무도회에서 자신의 재력과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입은 화려한 드레스, 미국에 황금을 찾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의 골드러시를 보여준 서부개척 시대의 작업복 등은 그 시절에 생활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이야기 생성을 도왔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옷이 가지는 개인적 성향과 시대적 의미를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기에 상상으로 만들어진 환상의 세계를 떠올릴 때도 작가는 대략적인 기준을 잡아 구체적인 모습을 그릴 수 있고 독자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캐릭터들은 이야기마다 시대적 고증과 상상을 반영한 옷을 입어 세계관을 뒷받침하고 그 세상에 일원이 되어 각자의 삶에 이야기를 만들었다.





'Very Early Wally with Equipment, Reading' 원화 (1987년)-2018년 일본 원화 전시회 공개/ 이미지-<MOE> 잡지 발췌
세 가지 색이 조합된 영국의 국기 '유니언 잭'
'Wally Seated x from WW.Now' 원화 <타임 트래블러를 찾아서> (좌측 1997년, 우측 1988년)/ 2018년 일본 원화 전시회 공개- 잡지 발췌
'Wally Various Poses Small' 원화(1997년작)- 여행의 12가지 준비물을 챙긴 모습 / 2018년 일본 원화 전시회 공개- 이미지 <MOE> 잡지 발췌
방울이 달린 털모자와 줄무늬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지팡이를 든 현대적 신사 월리 / 이미지-<월리를 찾아라!> 발췌





컬러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여러 장소를 여행하는 월리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경험하는 모험에 언제나 착용하는 옷은 고정된 형태다. 머리엔 *폼폼 장식이 달린 비니를 쓰고 상의는 모자와 같은 배색을 가진 레드&화이트 색상의 줄무늬 티셔츠, 하의엔 청바지를 입는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 남성이 정장에 구두와 중절모를 착용하고 지팡이를 든 말쑥한 모습은 오늘날 외국인의 시선에 신사의 나라로 불리는 별칭을 갖게 할 만큼 영국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가 됐다. 여행자 월리의 패션도 이에 부합된 영국적 요소에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를 더 한다. 슈트 대신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중절모를 털실로 만든 모자가 대체하며 끈이 달린 윙팁 더비 슈즈는 신고 벗기 편한 로퍼 스타일로 변경돼 여행의 목적을 살린 편안하고 활동적인 옷으로 재탄생된다. 또 품격과 지위를 나타냈던 패션 소품으로 다양한 디자인과 고급 소재로 높은 가치를 지녔던 신사의 지팡이는 20세기 현대의 신사 월리가 여행의 필수품으로 선택하면서 합리적인 나무 재질에 심플한 형태로 보행을 돕는 물건 자체의 본질에 충실한 상태로 바뀐다.




원작자인 마틴 핸드포드가 영국 태생인 것으로 월리 의상에 영감 받은 것으로 유추되는 국기 '유니언 잭(Union Jack)'에 사용되는 세 가지 컬러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의 십자가를 모아 결합한 형태로서 통합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 국기 색의 조합은 시간 여행자 월리가 과거, 현재, 미래의 어떤 시대와 장소에 가서도 그 세계의 통합된 질서를 깨뜨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니와 티셔츠에 쓰인 레드는 열정과 진취적인 기상을 화이트는 어떠한 색과도 어울리는 순수성으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여행자로서 가진 무한함을 느끼게 하며, 청바지는 긴 여행에 최소한의 옷으로 실용성에 내구성까지 좋은 데님 원단에 군청색 인디고 염료가 사용되기에 유니언 잭의 블루를 연상시킨 필연적 선택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청바지를 입었을까? 영국의 유니언 잭을 떠올리는 색이라는 점을 제외한다 해도 청바지는 현대화된 인간 사회를 상징하는 옷으로서 '지금'의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어디로든 한계 없이 다닐 수 있는 월리가 소속된 세상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를 사는 지금에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 옷을 입고 여행하는 월리는 현실 세계의 독자들을 대신한 또 다른 나로서 오늘을 사는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1987년에 그려진 원화에 초창기 월리의 모습은 서서히 다듬어 저 1997년에 현재까지 알고 있는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 잡았고 세밀한 형태를 더 단순화하며 선명해진 옷의 컬러에 모던한 스타일로 정착시킨다. 특히 돋보이는 변화는 청바지의 색이 아쿠아 마린 블루 같이 밝고 연한 색에서 보통의 청바지를 말할 때 연상되는 일반적인 중간색인 '미디엄 블루(Medium Blue)'의 진하고 또렷한 색감으로 변경되며 '대중'을 뜻하는 색이 가진 의의를 강조한 점이다. 3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여전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월리의 인기는 현대인을 대표하는 유니크한 착장으로 철저하게 설계된 이미지가 뒷받침하고 있었다.





*폼폼(pompom)- 털실로 만든 방울 장식







<월리를 찾아라!>의 맨 뒷장, 내가 찾은 것과 찾지 못한 것들을 리스트를 보며 일깨운다 / 이미지- 개인 소장
만화경이 만든 다채로운 색의 향연 /이미지- unsplash





다섯의 특별한 여행자들과 그들이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고 여행지마다 경험했던 일 들은 <월리를 찾아라!>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해 내가 미처 몰랐던 여행 장소의 숨은 재미들이 언급되면서 다시 한번 곱씹게 된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맨 처음 그림 여행을 시작하기 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을 명확히 제시하며 모르고 봐서 지나친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됐을 때, 그것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그 장소로 되돌아간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살기가 바빠 버티고 지나쳐온 인생길에 잠시 멈춰서 되돌아보면 잃어버려 되찾고 싶은 사람과 물건이 있고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어 옛날이 되어버린 소중한 추억이 흐려지는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원통 속에 여러 가지 컬러로 만든 유리 조각을 배치하고 긴 네모로 만든 유리판을 삼각형으로 세워 그 속에 비치는 다양한 대칭과 색의 조합이 화려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장난감 만화경(萬華鏡). 이 특별한 이미지는 그 세상을 담고 있는 입구에 눈을 직접 갖다 대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원통에 가려져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안에 분명 존재하는 세계는 내가 보려고 할 때에만 보인다. 월리와 함께 한 그림 여행에서 숨은 그림을 찾을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가까이 있을 때 꽉 막히고 비좁던 세상은 매일의 반복으로 평범하고 시시해서 무료함을 느끼지만 숨은 그림을 찾을 때 한 군데 매몰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넓고 멀리 훑고 지나가듯 높은 곳에 올라가 열린 시야에서 바라보면 스스로 움직이는 행동이 보이고 그것에 형용할 수 없는 삶의 아름다움이 있음을 알게 된다. 색색의 유리가 오색찬란한 이미지를 만드는 만화경은 정 삼각형으로 각을 맞춰 세운 유리 벽면이 있어 완벽히 대칭된 상(像)이 맺힌다. 삼면이 이어 저 균형을 만든 대칭의 연속성은 마치 우리의 시간이 과거, 현재, 미래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과 같은 모습이다.




여러 개의 동일한 그림이 합쳐 저 일치된 세계를 만들면 모두 내가 살았었고, 살고, 살게 될 시간에서 어떤 비중과 중요함을 가져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삶의 어떤 시간도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는 걸 알지만 각자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고유한 개성과 인생으로 나만의 빛깔을 가지는 모습은 가보지 못한 상상의 세계나 아쉬운 과거, 불분명한 미래에 있지 않고 오직 이 순간, 지금에 펼쳐지고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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