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데님 로드 ( My Denim Road ) -
내게 옷에 대한 특별한 호기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게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은 유니클로(uniqlo)였다. 스스로를 꾸미거나 옷을 잘 구매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입사하면서 매장에서 보는 의류의 다양한 종류와 방대한 양은 볼때 마다 압도적이었다. 정해진 요일에 신상품이 들어오고 작업지시에 따라 진열 방법을 달리한다. 지난주에 접혀있던 바지는 다음주엔 벽면에 걸려있는, 수량과 판매 정책을 고려해서 최상의 쇼핑 형태를 만들고 이는 매출로 직결된다. 레이아웃(layout)과 더불어 유니클로 매장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단연코 컬러다. '빨주노초파남보' 컬러풀한 색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매장의 집기와 바닥색을 모두 흰색으로 하여 깨끗한 이미지와 함께 옷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준다.
화려한 컬러를 이용한 세일즈 과학 안에서 나의 호기심을 잡은 것은 데님의 존재였다.피케셔츠 처럼 색감이 주는 화려함으로 눈에 띄진 않았지만 묵직한 존재감이 있었다. 아마도 청바지가 다른 옷에 비해 무거운 이유도 있지만, 진열할때 마다 느껴지는 선(line)의 느낌이 좋았다. 더 깊 게 말하자면 살면서 처음으로 청바지에 각(angle)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본기업 특유의 예의와 정리 정돈이 중요시 되는 사내 규범. 처음 상품을 꺼내 진열 할 때와 마찬가지의 깔끔한 상태를 영업 종료 후에도 만들어야 한다.데님은 원단이 주는 두께감으로 인해 가장 최상의 정리 스킬을 보여 줄 수 있는 옷 이었다.접어서 벽면에 진열시 일정한 두께의 모양을 잡거나, 바지걸이에 걸고 펼쳐서 진열할 때도 흐물거리지 않았다.한마디로 옷 테가 살아 있었다.마치 중력을 이기는 강력한 물질이 발라져 있는것 처럼.
2010년 봄.유니클로 매장에 데님 카탈로그가 나왔다. 의류 카탈로그를 접 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내게, 가로 26cm 세로 38cm에 34페이지의 이 컬러 정보지는, 마음속 청바지의 멋짐을 증폭 시켰다. 라인업을 성별과 핏에 따라 분류해서 보여주며,유니클로가 이 옷에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공표하고 앞으로의 사업에 중요한 부분 을 차지할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2020년 현재 당시의 포부는 시대의 트렌드와 각 나라 별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공격적인 데님 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성별과 연령을 넘나들고 그 어떤 옷 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오랫동안 입고 싶고 입어야 하는 청바지. 그것을 너무도 잘 알았기에 휘황찬란한 색깔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지 않고 선택되어 살아가는 옷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