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에서 타인의 삶을 엿보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등장인물과 각본, 배경과 음악이 갖춰지며 그야말로 생동감 있는 삶의 무대가 된다.
< 좌측: 드라마 - 동백꽃 필 무렵 , 우측: 영화- 극한 직업 / 영상 캡처 >
< 드라마 - 사이코지만 괜찮아 / 이미지 출처: 공식 홈페이지 >
▲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돈가스 식사' 장면
배우 오정세. 최근 종영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발달장애 3급 고기능 자폐를 가진 문상태로 분했다. 실제 자폐가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실감 나는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또 한 번 그가 새로운 자아를 탄생시킨 순간이었다. 이전 작품들을 살펴보면 아무리 배우라지만 자기 복제의 느낌 없이 한 인물의 인생에 철저히 녹아들었다. 영화 <극한 직업>에선 어딘지 모르게 덜 떨어진 강력 범죄자 '테드 창'과 드라마 < 동백꽃 필 무렵>의 짠 내 나는 노 큐티 '노규태'는 모두 오정세로 인해 생명력을 얻었다.
'오정세'이면서 '오정세'가 아닌 그의 모습을 무어라 말할까? 팔색조 매력이라 하기에도 심히 모자르다. 나는 그를 보면서 그라데이션이 떠올랐다. 그라데이션은 (gradation)은 밝은 부분에서 시작해 어두운 부분까지 변화해 가는 농도의 단계를 말한다. 데님에서도 이러한 톤(tone)의 차이를 통해 짙은 인디고에서 서늘함이 느껴지는 시원한 블루 컬러까지 다양한 색의 변주를 만들어 낸다. 이것이 하늘 아래 같은 블루의 청바지가 없는 이유다.
< 이미지 출처 - 마리 끌레르 >
▲ 오정세 배우의 '멋진' 화보를 찾다가 맘에 쏙 드는 사진을 발견!^^
하나의 인물에서 나왔으나 결국엔 전혀 새로운 사람을 연기하는 배우.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에게 타인의 영혼이 안김을 허용했다. 인간의 일생에 드리운 명암(明暗)은 작중 인물의 상황과 처지가 반영 되어 창조되는 컬러풀 한 그라데이션이다. 그것을 자신에게 투영하여 새로운 색의 표현을 끊임없이 해내는 오정세 자체의 모습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그가 배우의 시점을 넘어 새로운 세계의 창조자로서 표출 하는 작품을 만나길 손꼽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