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 mei mi Oct 21. 2020

8. 스티브 잡스- 경계를 넘어

청바지의 T 자 구제 - 스스로 열고 나아간다.




< 스티브 잡스  / 이미지 출처- 구글 >




자판으로  그의 이름을 치면 한글로 '스티브'까지만 쳐도 어느새 '잡스'가 함께 붙은 자동완성으로 풀네임 '스티브 잡스'가 따라 나온다. 나에겐 대단히 놀라운 이 기능과 유명세도 그의 기준으로 보자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엔지니어도 디자이너도 아니었다. 엄연히 ceo라는 직책으로 불렸지만, 나는 그를 감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라고 부르고 싶다. 'Think different' (다르게 생각하라)라는 유명한 애플의 광고 카피는 그의 철학의 정수다. 보이는 그대로에서 나아가 다른 차원의 생각을 끌어오길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와는 정 반대의 사상을 가진 인물이자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가였다. 그에게는 다른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  1984년 맥킨토시와 함께 한 스티브 잡스 / 이미지 출처- 구글  >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디지털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꾼 그와 애플의 역작. 세계인의 손 안에서 오늘도 열일 중이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는 데는 뛰어난 기기의 성능과 더불어 직관적인 디자인의 상징성이 가지는 의미가 크게 작용한다. 이런 제품에 혼을 불어넣은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지금도 전설로 회자된다. 잡다한 것은 버리고 본질에 충실한 제품의 구현은 패션에서도 확연히 나타났다. 검은색  긴팔 터틀넥에 하의는 중청 리바이스 501 청바지와 회색 뉴발란스 992 운동화를 신는다. 이 착장은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지며 그의 분신과도 같이 여겨졌다. 이전엔 슈트에 넥타이를 맨 격식 있는 차림새로 발표를 하기도 했지만, 자신보다 제품에 이목이 더  집중되길 바라며 옷차림을 간소화하면서도 최소한의 격에 맞게 스타일을 창조했다. 자신만의 새로운 사상과 우주를 만들어내는 일을 그는 진심으로 즐겼다.





<  (좌측) TIME지 단골  커버 모델이었던 스티브 잡스, 공식 횟수는 8번이다. (우측) 유명한 그의 프레젠테이션 / 이미지 출처 -구글 >




확고해진 세계관은 몰입의 순간과 마주한다. 옷을 유니폼화 시켜 동일한 색상과 디자인을 수백 장 쌓아두고 입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날마다 옷을 고르는데 쓰는 찰나조차 배제하고 더 중요한 가치에 온전히 몰두 하기 위해서였다. 내면은 고뇌에 빠질지언정 외면으로 표출되는 시각적 단순함은 그가 일생을 바쳐 도달하고자 했던 이상향. 몸에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게 적당한 핏에 단색의 옷. 차별화된 생각을 추종했던 사상과는 반대로 너무나 수더분한 모순이 아닌가. 하긴 대가(大家)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생각이다.







<   알파벳 T 모양으로 컷팅해서 ' T자 구제'로 불린다.  >




그가 청바지를  국제적으로 주목하는 공식 석상에서 입어준 것에 리바이스는 큰절을 수백 번 올려도 모자람이 없다. 창조와 혁신을 대표하며 살아생전 이미 신화가 된 사람. 그토록 애용하던 청바지는 빈틈없이 단정하지만, 그를 닮은 진정한 데님은 거침없이 찢어낸 'T 자 구제'다. 원단에 의도된 찢김을 주어  장식성을 표현하는 것은 데님의 가장 큰 특징이자 독보적인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옷이 찢어졌을 때 자연스럽게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훼손됐다 생각하고 버리거나 수선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데님은 다르다. 강한 섬유 조직을 타고났지만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며 창작의 나래가 펼쳐진다. 찢어지는 위치와 크기, 신체가 더해저 입체감이 만들어진  몸의 특징에 따라 천태만상의 느낌이 부여된다.




고루한 방식을 답습하며 기존의 체제에 갇혀 있기보다 진보된 한 뼘을 향해 전진하는 스티브 잡스. 먼저도달한 문화의 지혜를 경계를 넘어 현실 속에 자리 잡게 했다. 그의 속박되지 않은 생각의 조각이 세상 밖으로 튀어 나가 인류의  굳어진 관념을 자유롭게 열어젖히고 새로운 길로 안내해 주었다.


이전 08화 7. 백남준- 균형을 갖춘 새로운 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