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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 mei mi Oct 31. 2020

9. 칼 세이건- 시작의 랑데부

청바지의 오비(허리밴드) - 연결을 통한 새로운 시작과 만남








<  좌측부터  < E.T. >  , < 지구방위대 후뢰시맨  (원제: 초신성 플래시맨) >, < 별빛 속에 >   / 이미지 출처- 구글  >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현재는 '수금지화목토천해'가 된)

태양계 행성의 앞 머릿 글자를 따서 외운 이 말을 배우기 전부터 나는 우주와 행성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별을 보며 미지의 세계를 떠올리는 것은 현실에서 벗어난 제약 없는 즐거움. <E.T.>에서 외계인과 친구가 되고, <지구방위대 후레쉬맨>은 우주의 악당들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용사가 어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주었다. <별빛 속에>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지구에서 자란 왕녀 '시이라젠느'와 그녀를 지키는 외계인 '레디온'의 사랑의 대서사시가 해피엔딩이 되길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랬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우주라는 공간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끝없는 이야기보따리. 공상과학이 만든 축복이다.



실존하는 우주를 제대로 알려고 한 적은 없었다. 미신과 신화가 합쳐 저 만들어진 세계관이 충분히 멋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우주는 지구와 태양계만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137억 8천만 년이라는 우주의 나이. 억겁의 시간이 만든 신비한 영역에 대한 인류의 끝없는 호기심. 우리가 진화된 문명을 만들어 갈수록 세상에 만연한 우주에 대한 비 과학적 논리의 교정이 필요했다. 어려운 천문학을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풀어 설명한 칼 세이건은 우주와 지구를 잇는 가교가 되기로 자처하였다.






<  은하수 /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 >



빛나는 재능을 가진 특별한 사람을 빗대어 스타(star)라 부른다. 보편적으로 선망하는 지상의 별 보다 밤하늘의 별을  동경하던 소년 칼 세이건. 어린 시절 부모님께 처음으로 받은 도서관 카드로  별에 관한책을 직접 빌려 볼 만큼 지구 넘어 있는 세계를 사랑하는 아이였다. 별에 대한 애정은  일생의 관심사로 우주를 탐구하는 천문학자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이끈다. 16세에 대학에 진학하고 20대에 NASA(미국 항공 우주국)의 자문위원으로 발탁될 만큼 일찍이 천문학 및 천체 물리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 다큐맨터리  '코스모스'에서  칼 세이건  / 이미지 출처- 영상 캡쳐  >




칼 세이건은 인류의 우주 탐사 계획과 과학의 대중화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다. 과학 도서의 바이블로 칭하는 <코스모스>. 1980년대 텔레비전을 통해 타큐멘터리로 먼저 제작되었다. 전 세계 60개국 6억 시청자가 볼 만큼 큰 인기를 끌었는데, 획기적인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우주공간과 유려한 말솜씨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대중을 단숨에 매료시킨다. 퓰리처상을 받은 <에덴의 용>은 인간 지성의 원천인 뇌과학에 대해 다뤘다. 두뇌의 진화 과정이 심어준 지성에 대한 탐구는 지구에서 창조적 생물로 살아남은 인간에 대한 그의 정(情)이 느껴진다. 생전 400편이 넘는 논문과 지칠 줄 모르는 연구 열정은 천문학 대중화에 많은 거적(巨跡)을 남겼다.



모든 건 지구 생명의 기원이 우주로 비롯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원자(atom)의

혼합물은 우주 만물을 창조하고 인간의 몸을 구성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늘을 바라보

며 우주를 꿈꿨던 인간에게 불러일으킨 영감. 태초의 탄생으로 말미암은 그리움이 외계의 지적 생명체에 대한 갈망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SF소설 원작 영화  <컨택트>는 광활한 우주 어딘가 있을 문명과 우주 생명에 관한 사랑을 보여준다.



< 영화 < 컨택트 >의 한 장면 / 이미지 출처- 영상 캡처 >


< 보이저 1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  / 이미지 출처- 구글 >


<  '골든 레코드'에 실린 대표적 사진들 / 이미지 출처- 구글  >




"수백만 개의 문명이 우주 속에 있을 수 있어요."


 "안 그렇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겠죠"



영화 주인공들의 대사처럼 우주의 심대한 크기는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외계에 생명이 있음을 느끼며 먼저 찾아 나서는 지구인의 노력이 곳곳에서 시작됐다. 그중에서도 칼 세이건의 지휘로 만든 '골든 레코드'는 지구의 위치와 정보를 기록하여 우주선 보이저호에 실은 다정한 편지와 같다. 116장의 사진과 55개국 언어로 인사말을 수록했다. 구리로 만든 디스크에 금박으로 코팅한 저장물은 우주에서 10억 년 동안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그 시간 동안 태양계 밖 성간 문명권 어디엔가 도달하여, 운명적 조우가 이뤄지길 바라는 소망을 안고 머나먼 항해를 떠나보낸 것이다.






<  우주선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의 모습.' 창백한 푸른 점'   / 이미지 출처- 구글 >




"천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인간을 겸허하게 만든다."


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드 넓은 우주 안의 지구는 한낱 티끌과도 같은 형상이었다. 1990년 2월 14일 우주선 보이저 1호가 명왕성 근처에 있을 때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찍게 된 사진은, 우주에서 지구의 위치를 여실히 보여줬다. 태양에서 60억 km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는 짙게 푸른 바다와 황토색의 대륙, 하얀 구름과 얼음이 모여 만든 아름다운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인간 문명의 발달과 함께 가속화되는 환경오염으로 병든 자연. 철저한 힘의 논리 안에 벌어지는 핵무기와 전쟁의 위험성. 얽혀 있는 이해관계 속에서 자행되는 이기주의는 우주 안에 하나뿐인 지구의 존재를 위태롭게 한다. 붉은 태양광선 사이에 희미하게 보이는 창백한 푸른 점. 행성 연구와는 상관없는 사진을 통해서 칼 세이건은 인류가 가져야 하지만 잊혀 가는 의미를 상기시키려 했다. 우리를 감싼 행성 지구도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눈에 띠지 않을 만큼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 인간의 위치는 그 보다 더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 현재의 인류가 지구의 정복자 같이 군림하는 오만함을 버리고 진정한 인류애를 피어나게 해야 한다. 그것만이 소중한 보금자리 지구의 생명을 지켜 나갈 수 있다고 말이다.






<  (좌) 몸판에 오비(허리 밴드)를 달면,  (우) 입을  수 있는 청바지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



평면의 원단을 재단하여 봉제하면 입체감이 부여된다. 다리를 감싸는 몸판을 다 잇고 오비(허리 밴드)를 달아야만 입을 수 있는 청바지가 탄생한다. 오비가 몸판과 이어지는 곡선의 허리둘레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듯 돌면서 부착된다. 이 두 가지의 결합은 서로 다른 개채가 만나 또 다른 한 공간을 이룬다. 맞닿음. 잠들어 있는 옷에서  함께 사는 살아있는 세상 밖으로 나가는 첫걸음이다.



접촉은 연결인 동시에 만남이다. 칼 세이건은 천문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며 인류의 무의식에 우주와의 접속을 이뤄냈다. 인간의 육체는 당장 우주 안에서 부자유 하지만  그 영혼은 자유로이 상상의 나래 속에 먼저 우주로 내딛게 되었다. 무한한 우주가 열어둔 새로운 미래로의 초대는 시도를 통해서 만이 얻을 있는 멋진 신세계다. 시작은 미비 하지만 창대한 끝은 도전으로 얻을 수 있다. 지금 도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다시 도모해야 하는 이유다.



인간의 우주에 대한 사랑과 열의는 과거 시간의 연대를 추적하여 설명할 수 있게 했다. '우주력' 은 우주 탄생의 중요한 사건을 시간의 순서대로 기록해 놓은 연대표다. 언젠가 우주력에 외계 문명과의 특별한 만남도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그 순간을 위한 시작의 랑데부는 계속 시도 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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