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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다 먹히는 말은 따로 있다

by 진솔

아침부터 아이랑 한바탕했다.


아이가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지난 주 지지난 주 화요일에도 비 와서 놀이터 못 갔는데 오늘 비 또 와!"하면서 울었다. “그러면서 맨날 수요일에는 비 안 오고!” 한다. 수요일은 학원 스케줄 때문에 놀이터 못 가는 날이다. 슬쩍 날씨 앱을 켰더니 진짜 내일은 또 비가 안 온다고 돼있다.


토스트랑 우유 해놓고 식탁에 앉아있던 나는 아침부터 지나치게 폭발하는 아이에게 폭발했다. 나는 왜 아이가 화를 내면 같이 빡이 치는 걸까?


“비 오고 안 오고를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 화를 내는 게 어리석은 일이야 아니야? 니가 화를 내면 그 화가 엄마한테도 전염되서 엄마도 스트레스 받아!"


아오... 육아 유튜브 찾아보면 이럴 때는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며 ”우리 땡땡이가 화가 나고 속상했구나“ 해야된다던데 나는 이게 안 된다.


특히 아침이나 급박하게 해야될 일이 있는 상황 또는, (아침도 학교에 가야한다는 급박하게 해야될 일이 있는 상황이긴 하다) 다른 사람들이랑 있을 때 아이가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부리면 속에서 끓어오르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이 화가 치밀어오른다.


식탁에 앉은 아이에게 앞에 있던 신문 1면을 보여주며 "너는 비 와서 놀이터 못 간다고 속상해하지? 지금 어떤 사람들은 물난리로 고생하고 있어" 했더니 잠잠해진다.


결론적으로 오늘 아이를 설득할 수 있는 팁을 얻었다.


"비가 의도적으로 너 놀이터 못 가게 하려고 전국에 오는 걸까 아닐까? 비에 마음이 있어?”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땡땡아, 과학자가 되려면 과학적으로 생각해야 돼. (아이의 꿈이 과학자다)“

이 말을 했을 때에야 비로소 뭔가 설득된 표정, 알아먹은 얼굴이었다.


아이가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크게 반응하고 뭐가 잘 안되면 "난 망했어" "나만 운이 없어" 이런 식으로 말할 때가 많은데 앞으로는 이 멘트로 밀고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땡땡아, 과학적으로 생각해야 돼.“


아이마다 먹히는 언어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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