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집에 들어가야 한다
희망 따윈 없었다.
죽음이 가깝게 느껴진다.
겸허해지는 마음이 손에 쥐어진다.
옛날 방식의 죽음을 생각했다.
곡기를 끊는 것이다.
스무 날 이상 먹지 않으면 그 방식으로 죽을 수 있을까.
내 슬픔은 나만 알고 사라지게 하고 싶다.
살아갈수록 알게 된다.
공감, 이해란 게 마음만큼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자연은 예전처럼 나를 매혹시키지 않는다.
차가운 눈으로는 감탄보다 만남 정도에 그친다.
혼자서 만나는 자연의 바람은 나를 알아보고 나도 바람을 알아본다.
태평양을 보는 것보다 물 한 모금이 더 소중하다.
천국을 말하는 것보다 빛 한줄기가 더 필요하다.
큰 것을 말하다가 작은 것을 보지 못한 채 떠나간다.
삶의 시간이 고맙기보다 나는 언제 정지될까를 생각한 지 오래다.
소용이 있을 때 누려야 진짜 기쁠 수 있다.
꿈은 늘 악몽이고 빛이 있는 시간마저 쉬고만 싶다.
하고 싶은 게 없고 만나고 싶은 욕구도 없다.
혼자 있는 게 편해져 가는 것이 곡기를 끊은 것처럼 느껴진다.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서러움, 고독함, 고립감이 된 지금,
그래도 집에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