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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교진 Nov 08. 2022

희망 따윈 없었다

그래도 집에 들어가야 한다

희망 따윈 없었다.

죽음이 가깝게 느껴진다.

겸허해지는 마음이 손에 쥐어진다.

옛날 방식의 죽음을 생각했다.

곡기를 끊는 것이다.

스무 날 이상 먹지 않으면 그 방식으로 죽을 수 있을까.

내 슬픔은 나만 알고 사라지게 하고 싶다.

살아갈수록 알게 된다.

공감, 이해란 게 마음만큼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자연은 예전처럼 나를 매혹시키지 않는다.

차가운 눈으로는 감탄보다 만남 정도에 그친다.

혼자서 만나는 자연의 바람은 나를 알아보고 나도 바람을 알아본다.

태평양을 보는 것보다 물 한 모금이 더 소중하다.

천국을 말하는 것보다 빛 한줄기가 더 필요하다.

큰 것을 말하다가 작은 것을 보지 못한 채 떠나간다.


삶의 시간이 고맙기보다 나는 언제 정지될까를 생각한 지 오래다.

소용이 있을 때 누려야 진짜 기쁠 수 있다.

꿈은 늘 악몽이고 빛이 있는 시간마저 쉬고만 싶다.

하고 싶은 게 없고 만나고 싶은 욕구도 없다.

혼자 있는 게 편해져 가는 것이 곡기를 끊은 것처럼 느껴진다.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서러움, 고독함, 고립감이 된 지금,

그래도 집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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