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주역>을 쓴 역학자 강기진은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는 목적은 '하늘의 천지 창조 대업에 동참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참으로 기쁜 일이라는 것을 깨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이 말을 읽고 기쁘고 동의가 되었다. 이 세상에 던져지듯 태어난 순간 바로 이 세상의 일부이자 독립된 존재가 되어 '천지 창조'라는 하늘의 대업에 동참하게 되었다. 하늘의 이 천지창조 대업이 없다면 지금 이 순간 의식이 있는 존재로 내가 여기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하늘은 수고롭기 짝이 없는 이 '천지창조라는 대업'을 굳이 왜 하는 것일까? 이미 완전하고 하나인 존재는 쪼개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분열되고 쪼개지고 흩어지다가 다시 합쳐지고 뭉쳐지고 하나가 되는 과정 안에 있는 희로애락, 변화와 분열, 고통과 성장을 겪으며 천지만물은 무엇을 향해 가고 있을까? 그 과정 속에 있는 수없이 많은, 의식과 감정이 있는 쪼개진 존재들이 우리이다. 우리는 태어나 온갖 희로애락 속에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며 경험치를 쌓다가 몸을 떠난다.
바샤의 말을 전달하는 다릴 앙카는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책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에서 이렇게 전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이자 목적은 '가장 가슴 뛰는 일, 자신이 가장 원하는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삶에서 가장 가슴 뛰는 일을 찾는 것, 그것이 당신이 이 세상에 온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주역과 이 말을 합쳐보면 내가 이 세상에 온 목적은 '천지창조의 대업에 동참하여 삶에서 가장 가슴 뛰는 일을 찾는 것'이다. 바샤의 말에 따르면 가슴 뛰는 일이 직업이나 소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한다. 매일의 일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흥미롭고 즐거운 일,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생생하게 살아있게 만드는 일을 매순간 선택하라는 것이다.
바샤는 우리의 삶은 '창조 과정에서 겪는 무한의식의 풍부한 자기표현'이라고 말한다.
'당신 자신이 체험하는 모든 물리적 현상은 당신이 무엇을 믿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물리적 현실이라는 것은 환상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믿고 있는 바가 연출해내는 환상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 환상은 당신이 그 속에 있는 동안에는 당신의 현실이 됩니다. 왜냐하면, 당신 자신이 그것을 현실이라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삶을 신뢰하는 일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을 부처님도 얘기하시고, 양자역학에서도 얘기하고, 수없는 자기계발 강사들과, 끌어당김을 얘기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 이런 말들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의식과 무의식, 현실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실제 내 경험을 통해 확인하고, '내 삶에 대한 신뢰'를 키우고 싶다고 강하게 소망한다.
역학자 강기진은 말한다.
'하늘의 뜻은 각 사람이 자신의 성질 (기질)대로 고집을 부려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주역에 따르면 하늘이 굳이 쪼개지고 갈라진 것은 끊임없는 분열을 통해 수 없이 다양한 성질과 기질대로 생겨난 것들이 각자 자신의 고집대로, 결대로 살아가며 겪는 온갖 형태의 새롭고 다채로운 경험을 얻기 위함이다. 즉, 우주는 데이터를 쌓고 있는 것이다.
이 다채로움의 축적을 통해 하늘이 바래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의식을 가져 나눠진 모든 존재들의 진화와 다시 하나됨이 목적일수도 있고, 천치창조의 과정 동안 온갖 다채로운 경험을 하며 즐기는 그 자체가 목적일수도 있다.
지금 내가 분명하게 믿을 수 있는 사실은 이 우주의 온 역사를 통틀어 나와 같은 인간은 단 하나 뿐이라는 것이다. 멀티우주에 다양한 버전의 내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그 나는 이미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상태에 있는 나다. 지금 이 순간, 이 우주 속에 나라는 조건을 가진 인간을 찾는다면 유일무이한 나를 발견할 것이다. 그러니,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자신의 성질대로 조금은 고집을 부려볼만 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내 성질대로, 내 기질대로 가슴 뛰는 삶을 사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만하다.
이 우주의 하나뿐인 존재인 나는 나에 대한 어떤 믿음을 가지고 어떤 현실을 만들어갈 것인가?
다리
사람들은 무심코 건너지만
그 무심을 건너게 하는 큰 마음이 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흐르는 것을 가로지른다는 건
애초 먼 별에서 날아온
씨앗이 싹트는 것과 같았으리라.
모든 경계에는 다리가 있다
다리 없이 이어진 경계 어디 있으랴
하늘과 땅을, 세상과 세상을, 사람과 사람을 잇는
큰 유심 위에 무심이 흰 구름으로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