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어른도 괜찮아 ③] 심호흡 하고, 어깨에 힘을 빼고
대학생 시절 한 친구가 말했다.
“치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내가 너무 이를 악물고 지낸다고, 그러지 말라고 하더라. 긴장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다는 거지. 근데 우리 엄마는 내가 속편하게 지내는 줄만 알아.”
나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으면 친구처럼 이를 악물기도 하지만, 숨을 ‘제대로’ 쉬지 않는다.
‘숨을 안 쉰다’는 걸 깨달은 것도 불과 몇 년 전이다.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굉장히 긴장한 상태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중이었고, 불현듯 내가 숨을 평소처럼 쉬지 않는다는 걸 우연히 깨달았다. 긴장했을 때 깊게 심호흡하라는 게 이래서 그런 거구나 하고 느낀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때때로 내가 긴장했는지 체크해본다. 숨을 나도 모르게 또 참고 있는 건 아닌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진 않은지, 이를 악물진 않았는지 들여다본다. 만약 내가 그런 상태로 있다면 일부러 양 손가락을 쭉 펴고 어깨도 힘을 빼고 툭 떨어뜨린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
행운도 불행도 ‘랜덤’
나는 왜 그리 몸에 힘을 주고 살았던 걸까.
작든 크든 내가 원치 않은 일이 생길까봐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처리한 업무로 문제가 생기거나, 선배에게 싫은 소리를 듣거나, 소송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늘 긴장했던 거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작은 것 하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혹은 그 욕심 때문에 종종거리며 긴장하게 됐다. 그렇게 긴장하니 앞만 보고 달리는 말처럼 옆의 사람도 풍경도 보이지 않았다. 멈춰 생각할 여유도 사라졌다.
전력을 다하지 않고도 이것저것 해결해갈 필요가 있다.
‘전력을 다한다’는 것은 일종의 사고 정지를 뜻하기 때문이다. 가끔이라면 괜찮지만 매일 피곤에 지칠 때까지 있는 힘을 다하면 한 발 물러서서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할 힘이 남지 않는다. 이래서는 위험하다.
-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p.121
하지만 ‘행운도 불행도 랜덤’이다.
어릴적 권선징악의 통쾌함에 환호했던 아이였지만, 커서보니 불행은 랜덤이었다. 착한 사람이 갑자기 죽기도 하고 죄 많은 사람이 말도 안 되게 오래 살기도 한다. 로마 철학자 키케로도 “행운의 여신은 장님이다”라는 말을 했단다.
말 그대로 복불복으로 찾아오는 복, 불복 때문에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간 채로 살 수는 없다.
늘 ‘지면 죽는다’는 압박 속에서 자신을 몰아세우는 사람은
통각이 마비된 기계 같은 인간뿐이다. 대개의 평범한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겨도
굶어 죽지는 않을 테고 그럭저럭 즐겁게 생활할 수 있으리라는 일상적인 마음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무언가에 도전도 할 수 있다. 이른바 ‘배수진’을 치는 경우는
사실 무척 드문 상황이며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p.186~187
종종 거리는 마음으로 매일 배수진을 칠 수는 없다.
나는 요즘도 산책 중 혹은 집안일을 하다가 자주 나를 들여다본다. 내가 몸에 힘을 주고 있나. 또 그러고 있다면 다시 힘을 빼고 ‘괜찮다 괜찮다’고 나를 달랜다. 좀 더 편하게 있어도 된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잘 해낼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