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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주 May 18. 2020

"넌 요즘 널 위해 뭘 해주니?"

[시시한 어른도 괜찮아 ④]  돈으로 하는 가장 쉬운 일, 날 위한 친절

행복한 주말, 못 본 드라마를 vod로 보고 있는데 생각에 빠지게 하는 대사가 나왔다.


넌 요즘 널 위해 뭘 해주니?
-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송화가 친구인 익준이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자기는 얼마 전에 '나를 위해' 장작거치대를 샀는데, 살 때 엄청 행복했다고 하면서 재차 묻는다. "너는? 뭘 해주는데? 널 위해 너한테 뭘 해주냐고?" 


글쎄... 나는 날 위해서 뭘 해주고 있나.





돈으로 하는 가장 쉬운 일


난 큰 돈엔 대범(?)하지만, 작은 돈엔 소심한 타입이다. 큰 돈은 꼭 써야 할 돈인 경우가 많고, 작은 돈은 아끼려면 아낄 수 있는 돈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택시비, 커피값 등등.


그러다 보면 나 스스로에게 인색해지기도 쉽다. '별일 아닌' 작은 돈 들어가는 일들은 나를 위한 것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테이크 아웃 말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 아픈 건 아니지만 피곤해서 타고 싶은 택시 등등. 이런 수많은 '작은 돈'들과 맞닥뜨리다 보면, 어디까지가 절약이고 어디부터가 인색인지 모호한 순간도 찾아온다.


주어진 용돈을 '나를 위해서만' 쓰면 됐던 학창시절이 지나고, 챙겨야 할 일들이 많아지는 나이가 돼서 고민이 더 깊어지는지도 모른다.



"니 마음 편하자고 쓰는 돈은 얼마든지 써도 된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그렇게 하라고 아빠가 가끔 얘기하셨는데,
이번에도 나는 돈을 써서 외주를 맡기는 데서 해결책을 찾았다.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p.182



그러다 든 생각은, 내가 돈을 왜 모으지? 였다.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까지는 아니더라도, 왜 돈이 많았으면 좋겠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편하게 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현실에선 돈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해 스스로를 편하지 않게 만드는 순간도 분명 존재했다. 


거기가 바로 문제의 지점이자, 절약과 인색의 선이었다. 그 선 주변에 퍼져있는 순간, 순간들은... 다른 말로는 돈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 '나를 위한 친절'을 베풀 수도 있는 지점이었다.


동생이었다면, 친구였다면, "고생했다"고 등 두드려주고, 밥이든 술이든 사줬을 일들을 내가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넘어간다. 내가 내 수고를 생각해서 칭찬하고 독려하기란 '새삼'스러우니까.





"자신에게 친절한 게 최고의 친절이야." 두더지가 말했습니다. 

"우린 늘 남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기만을 기다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겐 지금 바로 친절할 수가 있어." 두더지가 말했어요.  
-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그리고 한편으론 또 생각해본다. 절약과 인색 사이의 그 작은 점들이 때론 사치면 어떻냐고.


'나는 우리 삶에 생존만 있는 게 아니라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 깃드는 게 좋았다. 때론 그렇게 반짝이는 것들을 밟고 건너야만 하는 시절도 있는 법이니까.' - <잊기 좋은 이름>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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