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나오는 적절한 때는 언제일까?
희망퇴직을 선택해야 하는 때
연말이 되면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받는다. 첫 희망퇴직을 시작할 때는 직원들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오랜 기간 회사에서 직원을 내보내는 일은 하지 않았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회사는 재무적으로 튼튼해서 직원들을 절대 자르지 않는 회사 이미지로 굳혀져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코로나 이후 첫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직원들에게 충격을 줬다. 직원들도 이제는 회사가 직원을 내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며 퇴직 이후의 삶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이러한 희망퇴직은 이제 연례행사가 되었다. 첫 시행 이후 대내외적으로 대놓고 얘기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 직원들도 이번 희망퇴직에는 위로금을 얼마나 줄까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희망퇴직의 공고가 났고 각 직급별로 위로금 지급 수준과 신청절차에 대해 안내되었다. 나 역시 희망퇴직의 조건들을 보았고 계산기를 두들겨 보았다. 그 금액으로는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다른 일을 찾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와이프 역시 참조하라고 카톡을 보냈지만 회사 더 다니라는 짤막한 답변을 보내왔다.
회사를 나와야 하는 가장 적절한 때는 언제일까? 마지막까지 버티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나와야 할까?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면 언제쯤 나와야 가장 적합한 때일까? 이번 희망퇴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우리 팀원 한 명이 있다. 타점에서 발령 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꼼꼼한 업무 진행과 책임감으로 회사로부터 많은 신임을 받고 있는 직원이다. 나의 부하직원이지만 여성인재로서 한 가족의 엄마로서 뿜어내는 에너지와 책임감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희망퇴직을 주제로 얘기하다 그 팀원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며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전에도 희망퇴직의 가벼운 본인 의견을 얘기했었는데 이번에도 제법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맞벌이 부부에 대출 이자가 가볍지 않지만 이제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나는 현재 하고 있는 별도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는지 물었다.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별도 부업을 진행하고 있고 어느 정도 수입이 발생되고 있는 듯했다. 나는 부업이 본업의 수입을 넘어설 때 퇴사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얘기했다. 수입은 이미 넘어섰고 지금까지 하던 일을 이제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나도 21년 차 대형마트 일을 하며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팀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본다. 이 팀원은 예전 아이들을 위해 학급반장 일을 맡아 활동했던 일을 얘기해 줬다. "그때는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지금보다 더 바쁜 일에 학부모 반장 역할을 하며 정신없이 생활을 했어요. 그때는 진짜 에너자이저였어요. 지금 다시 그렇게 생활하라고 하면 못할 거예요. 하지만 그때 다양한 직업의 학부모들을 만나며 새로운 생각과 의견을 들을 수 있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나는 대형마트라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같은 생각과 같은 일을 하며 이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했었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이 팀원을 보면 언제나 에너지가 넘친다. 대체 어떻게 동기부여가 되어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회사일을 내 일처럼 동기부여를 갖고 열심히 한다는 것은 큰 경쟁력이고 능력이다. 오래 근무한 사람치고 지속적인 열정을 보이기 쉽지 않다. 승진이라는 야망이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겠지만 꺾인 나이에 승진을 바라는 것은 쉽지 않다. 원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사람들과 살갑게 소통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더 맞는 것 같다.
내가 내린 결론은 모든 일에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다른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임하기에 그에 따른 성과가 높구나. 더구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지금 회사를 떠나 다른 곳에 가더라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부업이 본업의 수입을 초과하는 상황이면 희망퇴직을 고민하는 가장 적절한 시기가 됐다고 생각했다. 만약 회사일이 힘들어서 단순히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면 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말릴 명분이 없었다.
조직에서 가장 위험한 조직원은 그의 이탈로 조직이 무너지는 사람이다. 지금 일을 너무 잘해주고 있기에 퇴사를 하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면 적응단계까지 팀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사람은 응원해줘야 한다. 회사는 누군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 가장 적합한 사람으로 대체한다. 그렇게 시스템을 보완하며 굴러가게 한다. 한 명의 이탈로 거대한 시스템은 무너지지 않는다. 어디에서든 적합한 인재를 발굴하여 대체할 것이다.
선택은 자신이 한다. 그동안 쌓아온 기득권을 계속 유지할지 새로운 삶을 위해 용기 있게 도전할지는 자신이 선택한다. 마음 가는 쪽에 무게가 실리며 기울어질 것이다. 어디를 선택할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다. 다른 준비를 열심히 해온 사람은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준비 없이 회사에 모든 에너지를 쏟은 사람은 선택권이 없다. 회사 안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나 역시 언젠가는 선택을 해야 한다.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해서 키워 회사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전문성을 확보한다. 나의 브랜드 가치를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