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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Sep 18. 2019

암스테르담의 여운

  여행에서 돌아올 때에는 가방 속에 주로 먹을거리를 담아 옵니다. 커피와 티 같은, 부피가 작고 가벼운 것들입니다. 먹을거리가 소진되는 동안, 천천히 오래도록 여행의 기억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향신료도 스스로에게 좋은 선물이 됩니다.  


  네덜란드의 민트 사랑은 유난합니다. 슈퍼마켓마다 민트 줄기를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트 화분도 판매합니다. 민트 가공품도 다양합니다. 저는 가방 가득 민트 티와 민트 사탕을 넣어왔습니다. 제 몫으로만 민트 티 여섯 통을 남겼는데, 이제 마지막 한 통의 바닥이 보입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치즈를 데려왔습니다. 아름드리나무가 빼곡하게 서 있는 암스테르담 숲에서 열린 마켓, 그곳에서 먹어 본 치즈는 입에 넣기도 전에 벌써 맛있었습니다. 무성한 초록 잎이 뿜어내는 산소가 치즈의 맛을 다섯 배는 진하게 끌어올렸습니다.

민트 줄기를 통째로 넣어 마시는 티와 암스테르담 숲속 마켓의 치즈.

   한 덩어리를 사 와 냉장고 속에 두고, 암스테르담이 생각날 때마다 한 조각 씩 잘라먹었습니다. 토마토 펜네 위에 갈아 얹어 먹기도 하고, 꿀에 찍어 디저트로 먹기도 했습니다. 덩어리가 점점 작아질수록 암스테르담은 기억 속에서 조금씩 멀어졌습니다. 


  네덜란드는 가히 박물관의 나라입니다. 가보기 전엔 먼지가 내려앉은 나막신에 퀴퀴한 치즈 냄새가 나는 오래된 포장지가 진열된 박물관 같은 걸 상상했어요. 하지만, 이 사람들은 매우 부지런한 사람들입니다. 옛 것을 원석 삼아 현재의 기술과 디자인을 더해 가공하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풍차 박물관에서는 풍차의 역사와 기능을 보여주면서도, 그 생산품을 판매하는 콘텐츠와 커머스의 결합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쟁박물관에서는 각각 사조에 따라 옷장 같은 작은 부스를 만들고, 좁은 창을 달아보고 싶은 사람들만 보도록 진열하고 있어요. 그 부스 안에는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편지 한 장, 엽서 한 장을 시선이 닿는 각도에 따라 세심하게 배치하고 있습니다. 


  반 고흐 미술관에서는 큰 화면으로 인터랙티브 하게 감상할 수 있는 스마트 오디오 가이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안네 프랑크의 집은 2개월 분 예약이 미리 끝납니다. 모든 것은 제 값으로, 제대로 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게다가 박물관의 연관 상품으로 다시 한번 현금을 쓸어 갑니다. 


  17세기 황금기를 가졌던 네덜란드.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고 또 꺼내면서도 현대화하고, 유료화하는 모델에서 저는 콘텐츠와 커머스를 이상적으로 조화시킨 비즈니스가 돋보입니다. 그 중심에 램브란트, 반 고흐, 얀 브뤼헐, 안네,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주당 평균 27시간을 일하면서도 1인당 국민소득은 11위로, 주 52시간을 일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29위인 우리나라와 격차가 있습니다. 마이크로피아 박물관에 갔을 때는 입장을 관리하는 인력이, 상품도 팔고, 책도 팔고, 심지어는 관람객들에게 안내도 합니다. 크륄러 뮐러 박물관에서는 할머니 캐셔가 주문도 받고, 커피도 만들고, 서빙도 하시고, 테이블도 정리하시는 걸 볼 수 있었어요. 

식물샵, 자전거 앞 트렁크에 고양이도 강아지도 싣고 다닙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높은 자전거로 출퇴근, 장보기, 아이 등원시키기 같은 일상의 업무를 대부분 해결합니다. 건강한 몸과 깨끗한 환경, 나무가 많은 자연에서 오는 진중한 마음의 추 같은 게 느껴집니다. 암스테르담에 다녀온 후, 저도 자전거를 자주 타게 됩니다. 27시간 일하고 국민소득이 11위인 나라. 반만 일하는데 소득은 더 높은 나라. 그 비밀이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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