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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Jan 16. 2017

들꽃이야기

결국은 잘 해낼 거야! 멀리 서서 믿고 지켜봐 주기

엄마 들꽃이야기라는 게 있거든 그걸 좀 찾아봐

그게 뭔데. 비디오야?
아니 이~ 인터넷에 들꽃이야기라고 치면 나와
집에 와서 찾아보니 노래였다.
찾아서 들려주니,

엄마 얘기가 나오는 노랜데 참 좋더라. 했다.  

2012년 4월 기록. 우리 아들 여섯 살 때.

우리 애기 최고로 멋 부렸던 여섯 살 때. 요즘엔 좀 컸다고 튀는 게 싫다고 해요.

깊은 산속에 들꽃 한 송이
바람 타고 날아와 외롭게 피어있죠
아기 다람쥐 살짝 다가와
작은 꽃잎 흔들면서 인사하네요
햇살 내린 어느 날 노랑나비 한 마리
하늘하늘 날아와서 저 산 너머 꽃동산에
그리운 엄마 소식 전해주고 가네요
예쁜 바람아 살랑 다가와
나의 향기 엄마 곁에 전하여 주렴
깊은 산속에 들꽃 한송이
바람 타고 날아와 외롭게 피어있죠
아기 다람쥐 살짝 다가와
작은 꽃잎 흔들면서 인사하네요
햇살 내린 어느 날 노랑나비 한 마리
하늘하늘 날아와서 저 산 너머 꽃동산에
그리운 엄마 소식 전해주고 가네요
예쁜 바람아 살랑 다가와
나의 향기 엄마 곁에 전하여 주렴


이 노래를 들으면서 엄마 생각이 났어.

니 얘기를 듣는 나는 눈물이 났다.

  

어릴 적부터 나는 다 해주는 엄마가 아니다.

넘어져도 일으켜 세워주지 않는다.

백일 때부터 컵으로 물을 먹였다.

어린이집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네 살짜리 아이를

가만히 보고 서 있는 나에게,

어머니는 정말 이상하다고 하셨다.

신발 한 번 안 신겨 주는 엄마를 보며

시아버지께서도 정말 희한하다 생각하셨다고

나중에 말씀하셨다.

준서는 다섯 살 때부터 혼자 샤워를 했고,

여섯 살 때부터 혼자 잤다.

약간 더러워도, 약간 지저분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린 누구나 완벽하지 않으니까.

대신 신발을 스스로 신기 어려워할 때에는

이젠 스스로 할 수 있는 형님이 되었는걸?이라고 말해줬다.

넘어진 아이에겐 괜찮니? 괜찮아.

얼른 일어날 수 있는 형님이야.라고 말해줬다.

아이가 울고 품을 찾을 때는

언제나 안아 주고 토닥여 주려 노력했다.

24시간 함께 있는 엄마일 수는 없어도,

볼 때마다 안아주고, 사랑해라고 말했다.

틈날 때마다 내가 엄마한테 듣고 싶었던 그 얘기,

사랑해, 준서야.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라고 말해 줬다.


네 살 가을쯤 함께 갔던 숲 산책길에서

아들이 높은 바위를 만나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나에게 자주 하는 주문을 알려 줬다.

준서야,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할 수 있어. 한 번 해 봐.

내려올 수 있는 높이였고,

용기를 내 본 아이는 스스로 내려왔다.

뒤돌아 바위를 쳐다본 아이는

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할 수 있네?

난 내 주문을 나눈 아들이,

좀 더 많은 일에 스스로 용기를 내고

할 수 있다 믿으면 좋겠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지금에 살고 있다. 

몸과 마음과 생각이 건강한 어른으로 키우는 것.

우린 대체적으로 몸이 건강한 건 잘 알지만,

마음과 생각도 건강해야 한다는 건 잊고 사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마음이 건강한 건

다른 사람이 잘 할 때 진심으로 박수 쳐 주는 것,

누군가 아플 때 괜찮아라고 물어주는 것이다.

생각이 건강하다는 건, 궁금한 게 풀릴 때까지 묻는 거다. 

이상한 게 풀릴 때까지. 그래야 달라진다.


풍파가 없는 인생은 없다.

불교에서는 인생은 고해고,

열반해야 그 고통이 끝난다고 한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온실 속에서

해맑게 살도록 해 주고 싶지만, 그런 인생은 없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에서

이근후 교수님은

'하고 싶은 대로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뜻한다.

인생에서 크고 작은 장애를 만났을 때

의지를 발휘하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극복하는 것이다. 

무엇에도 굴복하지 않고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노력이

내 뜻대로 사는 것이다.'라고 정의해 주셨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 온 일 중

내게 제일 어려운 것은 아들을 믿고 바라봐 주는 거다. 

벌써부터 뒷모습은 왠지 코가 시큰하고 긴 여운을 준다. 

나는 아침마다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선생님 도와드리고, 친구들 많이 배려하라고.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학기말 통지표를 보니

'친구와 갈등이 발생하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려 노력하며

화해를 목적으로 하는 취지의 발언을 잘함.

용의 단정하고 주의를 깨끗하게 정돈하며

학급을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을 가짐.'이라고 써 주셨다.


그렇게 아들은 세상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잘 극복할 것이다.

먼저 살아온 엄마는 아이 옆에서 서서,

마음의 뿌리가 빼곡하게 자라도록 추억을 쌓고,

불어오는 어떤 바람 앞에도 들꽃처럼 견뎌 주고,

결국 꿈을 찾아 세상으로 떠날 수 있도록

믿어 주고, 기다려 주는 것 같다.


들꽃 이야기.

여섯 살의 준서가 이 노래를 듣고 떠 올린

저 산 너머에 있는 엄마. 그게 엄마로서의 나다.

1학년 때 그린 그림. 니가 뭘 한다고 해도 나는 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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