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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Oct 03. 2020

오늘은 틀림없이 좋은 날이다


장례식장에 걸린 글


경북 문경에 있는 신망애육원을 세운 고(故) 황용석 장로가 만든 가훈이다. 그분의 장례식장에 걸린 플래카드에 적혀있었던 글이 '오늘은 틀림없이 좋은 날이다'. 한국전쟁 직후에 배를 곪던 전쟁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시작한 열악한 환경에서 매일매일이 무슨 좋은 날이었을까?


전쟁 중에 부모 형제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 재정이 충분하지 못해서 겨우 끼니를 우고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나날들. 그분이 '오늘은 틀림없이 좋은 날'이라 선언한 (내가 보기에는 무척 암담한) 그 날들보다 '힘들다' '어렵다' '괴롭다'라고 고민하면서 보내는 나의 하루는 아무리 비하하고 비교해 보아도 '틀림없이 더 좋은' 상황이다.


선택적 망각을 통해서 정제된 결과물인지 모르지만, 지나서 생각해 보면 지금의 고민은 과거의 고민보다 조금 더 나은 고민이었다. 그때마다 '오늘이 가장 힘든 날'처럼 여기고 무척 힘들어했음에도.


'오늘은 틀림없이 좋은 날이다'라고 선언하면서 당장 대면해야 할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틀림없이 좋은 날이다'는 현재에 머물러 있는 인간(Human-Being)이 아니라, 변화 성장하는 인간(Human-Becoming)으로서 물리적으로 주어진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아가려는 나에게 전하는 격문이다.


오늘은 틀림없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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