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대만
여행을 꼭 가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대만도 아니었다.
12월 말까지 쉬겠다고 선언(?)한 나에게 남은 시간은 3주가량뿐이었다. 그리고 곧 생일이었다. 나는 가족들의 축하를 받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 어렸을 때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거부감마저 든다. 이제 와서 왜...라는 밀쳐내려는 성격이다. 생일은 일 년 중 하루일 뿐이지 그 어느 날들과 같기에 나는 특별하게 여기고 싶지도 않고 특별한 대우 혹은 우대를 받고 싶지도 않다. 내 생일은 12월 중하순. 집에 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직장인 상태였다면 일을 하던가 혹은 밖에 나가서 페이퍼 워크라도 했겠지만 백수가 뭔 핑계가 있겠어. 맞다, 생일 앞뒤로 집에 있고 싶지 않은 게 가장 컸다. 그게 내가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다.
비행기 값은 걱정되지 않았다. 가족 마일리지가 있어서 기타 잡비만 내면 되니까. 처음엔 스페인을 가볼까 생각했다. 애증의 나라 스페인. 좋은데 멀고, 싫은데 가서 느끼고 싶고. 예전에 갔던 에어비앤비를 찾아보니 후기가 엉망이다. 그리고 이미 연말시즌이라 다른 에어비앤비들은 너무나도 비쌌다. 예전에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에어비앤비에 묵었다. 마켓에서 이것저것 산 뒤에 집에서 해 먹거나 포장을 해서 편안하게 먹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호텔은 썩 내키질 않았다. 그리고 비싸다, 이번에 알아본 건 아니지만 분명 비쌀거다. 말레이시아를 찾아봤다. 쿠알라룸푸르 vs. 코타키나발루. 2주니까 여기저기 가도 상관은 없었다. 쿠알라룸푸르에 가서 BB의 네 매장을 전부 돌아볼까, 코타키나발루에 가서 휴양을 해볼까 했는데- 인종차별에 대한 영상을 봤다. ...영어라도 하면 맞지랄이라도 할 텐데, 영어도 못하니 인종차별받고 암말도 못하겠지, 그럼 더 웃음거리가 되겠지?! 너무 싫었다. 일본을 다녀올까, 하지만 지금 일본엔 한국인이 너무 많다. 나는 이 한국인들의 쳐다봄이 싫다. 다들 남에게 왜 이리 관심이 많은 건지, 당최 왜 그리들 신경 쓰는 건지... 그러다 갑자기 대만이 떠올랐다. 왜 생각이 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대만 여행에서 타이루거 협곡을 다녀온 영상과 혼자서 여행 다녀온 사람들의 몇 글을 보며 대만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대만-타이베이 in/out 티켓을 예매한 뒤에 내 여정 찾기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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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군데만 있고 싶진 않았다. 타이루거 협곡으로 트래킹을 해봐야겠다 싶어 화롄을 일정에 넣었고, 온천이 유명하다는 이란도 넣었다. 왜 타이중이었을까는 기억나지 않지만 타이중도 넣었다. in/out이 모두 타이베이였기에 타이베이는 처음과 끝을 담당하기로 했다.
처음 묵는 4박 5일의 타이베이 숙소는 무조건 역에서 가까울 것. 나는 여기저기 관광지나 유명한 곳을 꼭 가봐야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기동성이 최우선이다. 피곤하거든. 그렇게 Agoda와 Booking.com으로 숙소를 예약하여 각 지역에 머무는 일정은 결정되었다.
움직일 때 기차 예매 동선, 혹시 모르니 버스를 타고 걸리는 시간 등을 알아보며. 그렇게 여행은 시작을 향해 가고 있었다.